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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키나와 속 삼성 라이온즈] ⑤ 삼성의 혹독한 내야 수비 단련법, 기대주 심재훈도 구슬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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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마무리 훈련서 내야 펑고 훈련에 집중
박진만 감독, 직접 훈련 이끌어…선수들 비명

삼성 라이온즈의 신예 내야수 심재훈이 일본 오키나와에서 열린 마무리 훈련 도중 잠시 인터뷰에 응했다. 채정민 기자
삼성 라이온즈의 신예 내야수 심재훈이 일본 오키나와에서 열린 마무리 훈련 도중 잠시 인터뷰에 응했다. 채정민 기자

곡소리가 들린다. 삼성 라이온즈 내야수들의 땅볼 타구 처리(펑고) 훈련은 유독 힘들다. 하늘같은 박진만 감독 앞이지만 육두문자가 절로 나온다. 삼성 내야의 수비 실력은 프로야구 무대에서 손꼽힌다. 이렇게 흘린 땀과 눈물이 있어서다.

삼성이 마무리 훈련 캠프를 차린 일본 오키나와 온나손 아카마 구장. 오전 훈련이 끝나고 점심을 챙긴 뒤 다시 훈련이 이어진다. 오후 2시 무렵 훈련 종료. 한데 그게 끝이 아니다. 보통 '엑스트라'라고 부르는 추가 훈련이 기다린다. 지옥길이 열린다.

손주인 수비코치가 보조 구장으로 내야수 셋을 불러 모은다. 심재훈, 양우현, 이해승이 그들. 손 코치가 한 마디 한다. "준비됐으면 얘기해." 그리곤 펑고 훈련을 시작한다. 세 선수가 돌아가며 30개씩 땅볼 타구를 받는다. 그게 또 한 차례 반복된다.

삼성 라이온즈의 박진만 감독이 일본 오키나와 온나손에서 열린 마무리 훈련 도중 심재훈(왼쪽 끝)을 상대로 직접 펑고 훈련을 시키고 있다. 심재훈이 타구를 잡다 쓰러져도 곧바로 다음 타구를 날린다. 채정민 기자
삼성 라이온즈의 박진만 감독이 일본 오키나와 온나손에서 열린 마무리 훈련 도중 심재훈(왼쪽 끝)을 상대로 직접 펑고 훈련을 시키고 있다. 심재훈이 타구를 잡다 쓰러져도 곧바로 다음 타구를 날린다. 채정민 기자

어느새 박 감독이 찾아와 지켜본다. 그리곤 선수들에게 한 마디씩 던진다. 후속 동작을 생각하기 전 공을 정확히 잡는 게 먼저라고. 펑고가 이어질수록 선수들의 신음 소리가 커진다. 박 감독이 결정타를 날린다. "물 한 잔씩 먹고 와." 박 감독이 펑고 배트를 잡는다.

선수와 4~5m 간격을 두고 마주 선 박 감독. 좌우로 계속 땅볼 타구를 보낸다. 30개를 받으면 다음 선수 차례다. 중간에 타구를 놓치면 1개 더 받아야 한다. 안간힘을 쓰지만 갈수록 동작이 늦어진다. 몸을 날리다 보니 유니폼은 흙으로 범벅이 된다.

손 코치가 뒤에서 독려한다. "바닥에 엎드려 있을 거야? 여긴 수영장이 아니잖아." "감독님이 너희에게 기대감이 있으니 직접 이걸 하시는 거야." 박 감독은 '살인 미소(?)'를 띠며 말을 보탠다. "빨리 일어서. 이 정도는 힘든 거 아냐." "빨리 해버리고 숙소에 가자."

삼성 라이온즈의 박진만 감독(왼쪽 끝)이 일본 오키나와 온나손에서 진행하고 있는 마무리 훈련 도중 직접 내야 펑고 훈련을 이끌고 있다. 앞서 훈련을 끝낸 심재훈(오른쪽 끝)이 박 감독의 타구에 몸을 날리는 이해승을 바라보고 있다. 채정민 기자
삼성 라이온즈의 박진만 감독(왼쪽 끝)이 일본 오키나와 온나손에서 진행하고 있는 마무리 훈련 도중 직접 내야 펑고 훈련을 이끌고 있다. 앞서 훈련을 끝낸 심재훈(오른쪽 끝)이 박 감독의 타구에 몸을 날리는 이해승을 바라보고 있다. 채정민 기자

30개 타구를 받은 심재훈이 그대로 제자리에 뻗어버린다. 손 코치의 말이 참 냉혹(?)하다. "빨리 비켜. 다음 사람 해야지." 일어설 힘도 없다. 누운 채 옆으로 몇 바퀴 구르자 다음 희생자(?)를 위한 공간이 생긴다. 다시 펑고 시작. 이게 이른바 '박진만의 지옥 펑고'다.

심재훈의 반응이 이해된다. 훈련 후 힘드냐는 질문에 조용히 고개를 끄덕인다. 이미 3㎏ 정도 빠졌단다. 잘 먹어도 소용이 없다. 그보다 더 움직이니까. 2년 차, 19살 선수에겐 매 순간이 고비다. 코칭스태프는 심재훈에게 기대가 크다. 그만큼 더 심재훈을 몰아붙인다.

심재훈은 "감독님 펑고가 가장 힘들다. 숨이 안 쉬어지고 침과 콧물이 줄줄 흐른다. (앞서 열심히 굴렀던) (이)재현이 형, (김)영웅이 형이 새삼 대단하다는 생각이 든다"며 "우리 팀은 수비를 중요하게 생각한다. 타율보다 일단 수비를 확실하게 하는 게 목표"라고 했다.

삼성 라이온즈의 일본 오키나와 마무리 훈련을 이끌고 있는 박진만 감독. 채정민 기자
삼성 라이온즈의 일본 오키나와 마무리 훈련을 이끌고 있는 박진만 감독. 채정민 기자

버티기 쉽지 않다. 그래도 이 순간을 이겨내야 한다는 걸 안다. 심재훈은 "깊이 생각하지 않는다. 감독님, 코치님들이 시키는 건 뭐든지 열심히 한다"고 했다. 쇠는 두드릴수록 강해진다. 삼성 코칭스태프가 심재훈에게 바라는 것도 그것이다. 그렇게 될 만한 자질이 엿보인다. 일본 오키나와 온나손에서 채정민 기자cwolf@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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