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는 암 등 불치병과 함께 현대 의학 기술의 발전이 더딘 영역이다. 특히 노령화 추세가 가속화되면서 치매약 개발에 대한 전세계적인 관심은 높아지고 있다. 대전식약청장을 역임한 김나경 (주)아리바이오 부사장은 현재 동 회사에서 세계 첫 '먹는 치매약'인 'AR1001'의 한국 임상을 총괄하면서 신약 개발에 힘쏟고 있다. 아리바이오는 내년 6월 임상 3상 완료를 눈앞에 두고 있으며, 처음으로 먹는 국산 치매약 시대를 연다는 점에서 세계적인 주목을 받고 있다.
경북 의성 출신으로 경북여고와 효성여대(현 대구가톨릭대) 약대를 졸업한 김 부사장은 식약처에서 24년을 근무하며 의약품 분야 발전에 큰 기여를 했다. 그는 "대학 동문과 고향 사람들의 끈끈한 정 덕분에 늘 힘을 낼 수 있었다"고 말했다.
- 옛 효성여대(현 대구가톨릭대) 약대 출신이시다.
▶효성여대 약대 80학번입니다. 경북여고 51회이고요. 당시만 해도 경북여고를 졸업하고 효대를 가는 여학생들이 많았어요. 장학금을 받고 입학해서 처음에는 신나게 놀았어요. 4학년이 돼서야 공부에 재미를 느껴서 효대 대학원에서 석사(약품분석 전공) 졸업을 했습니다. 공부를 더 하고 싶어 해외 대학원을 알아보다가 독일 유학을 결심했는데, 갑자기 국가 차원에서 '유학 자격 시험'이라는 게 생겨버렸어요. 독일어로 된 시험을 통과해야 유학을 갈 수 있게 된거죠. 군인이셨던 아버지 말씀처럼 '한번 부딪혀보자'는 각오로 죽으라고 몇 달 간 공부했죠. 덕분인지 원하는 점수를 받아서 독일 킬(Kiel) 대학교에 입학해 약학박사(약품화학) 학위를 취득할 수 있었습니다. 6년 간 독일에서 버틸 수 있었던 힘은 저를 응원해주신 고향의 따뜻한 정, 대구경북 사람 특유의 인내심이었던 것 같아요.
- 식약처에서 24년을 근무하셨다.
▶1992년 8월에 귀국해서 포항공대에서 포닥(박사후 연구원) 과정을 했어요. 대구가톨릭대병원 약국장으로 근무하기도 했고요. 그러다 식품의약품안전청에서 외국 대학 박사 학위 소지자 공채 과정이 생겼는데, 지원해서 합격했습니다. 1996년 부산식품의약품안전청 연구관으로 발령받은 때부터 2020년 대전식품의약품안전청장으로 퇴임하기까지 24년 동안 식약처에서 근무했습니다. 근무 기간 동안 의약품 시험 검정, 의약품 허가 심사 파트가 제가 주로 맡은 분야였습니다. 의약품은 시판 할 때마다 국가 규제 기관의 승인여부가 매우 중요합니다. 소비자들에게 의약품을 팔 수 있는지 안전성과 유효성, 품질을 검증해야 하니까요. 의약품 허가와 심사를 총괄하는 심사부장으로서 책임감을 갖고 일하고자 애썼습니다.
- 식약처에서 기억에 남는 일은?
▶다양한 업무를 맡았습니다만, 황사방지마스크 기준규격을 마련해서 이후 코로나 위기 때 'KF' 규격 마스크의 초석을 다진 일과 프로포폴 오남용 실태를 조사해서 '향정신성 의약품'으로 관리하도록 한 일이 큰 보람으로 기억됩니다. 먼저 과거 마스크 규격은 '산업용'과 '보건용' 두 가지 밖에 없었습니다만 황사 사태가 대두되면서 황사방지마스크 규격의 필요성이 대두됐습니다. 뚜렷한 기준과 규격이 없는 상태에서 당시 황사방지마스크가 우후죽순 난립했기 때문이죠. 제가 협의체를 만들어서 처음으로 KF80 규격의 고품질의 황사방지마스크를 만들었는데, 부직포 정전기를 이용해 황사가 마스크에서 걸러지도록 했습니다. 그게 이후 KF94까지 품질이 향상되면서 코로나19 사태 때 그야말로 대한민국이 히트를 치게 된 거죠.
또 하나는 2010년 즈음 국내에 프로포폴 남용이 사회적으로 큰 문제로 떠올랐습니다. 일종의 마취약인 프로포폴을 투약받은 후에 잠들었다 깨면 상당한 개운한 감이 있다보니 급속도로 퍼졌습니다. 또 일부 개원의들이 프로포롤 주사를 중독자들에게 고가의 현금을 받고 탈세하는 일까지 벌어지는 등 부작용이 많았습니다. 결국 검찰 등 국가기관과 식약처가 다 같이 움직여서 프로포폴을 마약류로 규제할 수 있었습니다.
- 퇴임 후 '한국희귀필수의약품센터장'으로도 일하셨다.
▶2년 동안 일하면서 수많은 희귀질환 사례를 만났습니다. 그중에서 '소아 희귀 뇌전증' 환자에 효과가 있는 약을 보험급여로 해서 경제적 혜택을 준 일이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 한 환자 부모가 해외에서 소아 희귀 뇌전증 약을 들여오다가 마약류로 딱 단속이 된 겁니다. 대마용 의약품 중 의존성이 없으면서 뇌에 효과가 좋은 성분으로 미국, 영국에선 허가를 받고 판매된 반면, 우리나라에선 판매 금지 상태였기 때문이었습니다. 어느 부모가 내 자식을 살리는 약을 마다하겠습니까. 관계 당국과 협의해서 이 약의 의료 보험 혜텍을 받을 수 있도록 했습니다. 현재 국내 1천200여명 정도 환자가 이 약의 혜택을 보고 있습니다.
-'아리바이오' 는 어떤 회사인가?
▶글로벌 알츠하이머 치료제 개발회사인 아리바이오 정재준 회장님으로부터 함께 일해보자는 제안을 받았습니다. 당시 아리바이오는 최초의 경구용 치매 치료제인 'AR1001' 개발 임상이 2상까지 진행 중이었는데, 데이터가 상당히 괜찮더라고요. 그래서 2023년 1월부터 근무하면서, 한국 임상을 총괄하고 있습니다. AR1001은 SK케미칼이 개발한 '미로데나필'을 기반으로 하는데, 아리바이오는 10여년 전 SK케미칼로부터 이 물질의 기술이전을 받은 뒤 치매 치료제로 개발해오고 있었습니다. AR1001은 현재 미국·영국·캐나다·한국·중국 등 13개국에서 임상 3상을 통해 치료 효과와 안전성을 검증 중에 있습니다. 한국 200명을 비롯해 총 1천535명을 대상으로, 내년 6월 말 임상 완료 예정입니다. 사실 이 정도 규모의 글로벌 임상을 하고 있는 한국 회사는 아리바이오가 유일할 겁니다. (아리바이오는 올해 10월 22일 SK케미칼과 경구형 알츠하이머병 치료제 'AR1001' 개발 확대 및 글로벌 진출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이에 따라 양 회사는 글로벌 임상 협력, AR1001의 상업화 이후 제조 및 수출 등 다양한 분야에서 협력할 수 있는 방안을 논의하기로 했다.)
- 세계 첫 먹는 치매약 출시가 기대된다.
▶현재 전 세계적으로 알츠하이머 약은 2개가 나와 있는데, 다 정맥 주사용입니다. 정기적으로 주사를 맞아야하는 번거로움 뿐 아니라 뇌출혈, 뇌부종 등의 부작용도 큰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비해 AR1001은 먹기만 하면 되므로 투약이 매우 간단하고, 부작용이 거의 없어 전 세계적으로 큰 기대를 받고 있습니다. 또 AR1001의 임상은 환자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추가연장시험이 95%의 높은 참여율로 진행되고 있는 등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어서 차세대 알츠하이머 약 중에 유망하다는 보도가 해외에서 먼저 나오고 있습니다. 내년 6월말 임상 3상 결과가 나올 예정으로, 글로벌 유명 기업들이 모두 주목하고 있습니다. 임상 마무리에 총력을 기울여서 내년에 좋은 성과로 이어질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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