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의회가 18일(현지시간) 고(故) 제프리 엡스타인 사건 자료 공개 법안을 만장일치 수준으로 통과시켰다. 엡스타인은 생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오랜 기간 인연을 맺어왔고 성매매 알선 등의 의혹을 사고 있었다. 미성년자 성범죄 혐의로 체포됐다 구치소에서 숨진 엡스타인이 살아있는 현재 권력을 흔들고 있는 셈이다.
민주당은 트럼프 대통령의 도덕성에 치명타를 입힐 재료로 엡스타인 사건 자료 공개를 줄곧 주장해왔다. 법안 통과로 미 법무부가 관련 자료를 공개하는 데 걸림돌은 사실상 없어졌다. 법안의 정식 발효까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서명이라는 절차만 남게 됐다.
◆대세가 된 사건 자료 공개
이날 하원은 본회의에서 찬성 427표, 반대 1표로 법안을 가결했다. 엡스타인 사건과 트럼프 대통령의 연계 의혹을 제기해 온 민주당은 당연하고 공화당에서도 찬성 몰표가 나온 것이다. 클레이 히긴스 공화당 의원이 유일한 반대 표를 던졌다. 히긴스 의원은 트럼프 대통령의 열혈 지지자로 알려져 있다. 상원은 아예 만장일치 찬성이었다.
트럼프 대통령과 공화당 지도부는 그동안 민주당의 엡스타인 사건 자료 공개 요구를 "민주당의 사기극"이라 일축하며 법안 표결을 막기 위해 노력해왔다. 그러나 대세가 기울었다. 심지어 트럼프 대통령의 핵심 지지층으로 분류되는 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진영 내에서도 자료 공개가 마땅하다는 목소리가 컸다. MAGA 진영 친트럼프계로 꼽히던 마조리 테일러 그린 하원의원도 동참했을 정도였다.
트럼프 대통령도 여론을 넘어서지 못했다. 지난 16일 돌연 자신의 소셜미디어를 통해 공화당 의원들에게 찬성 표를 던지라고 촉구했다. 여당인 공화당 내에서도 적잖은 이탈표가 예측된 터였다. 대세가 기울었음을 직감한 트럼프 대통령이 내린 나름의 결단으로 풀이된다. 이미 그는 여론을 의식해 법안이 통과될 경우 거부권을 행사하지 않고 서명하겠다는 방침을 밝힌 상태다.
◆트럼프 대통령 "난 결백"
트럼프 대통령은 법안 통과와 관련해 "나는 엡스타인과 아무 관계가 없다"고 답했다. 백악관에서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와 만나던 중 관련 질문을 받은 그는 "난 그가 역겨운 변태라고 생각해 오래전에 내 클럽에서 쫓아냈고, 결국 내 판단이 맞았던 셈"이라며 "엡스타인 이슈는 민주당의 사기"라고 날을 세웠다. 그러면서 엡스타인이 돈을 건넨 정치인 목록이 담긴 보고서를 입수했다며 "그는 나에게는 돈을 전혀 주지 않았지만 민주당 인사들에게는 줬다"고 주장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적극적인 부인에도 엡스타인과 연결 고리가 적잖다. 엡스타인이 트럼프 대통령 부부와 친밀감을 과시하며 함께 찍은 사진이나 지난 9월 민주당이 공개한 이메일 내용도 의심을 사는 대목이다. 일부 시위자들은 2000년 2월 플로리다 팜비치 마러라고 클럽에서 트럼프 내외와 엡스타인, 그리고 당시 그의 연인 길레인 맥스웰이 함께 포즈를 취한 사진으로 피켓을 만들어 들어 보이기도 했다.
한편 의회를 통과한 법안은 엡스타인 사건 관련 비밀 해제 가능 자료 모두를 공개하도록 했다. 미 법무부는 법안 발효 30일 내에 ▷미공개 기록과 문건 ▷수사 자료 ▷이메일 등을 피해자 보호 기준에 따라 수정한 뒤 일반에 공개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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