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역 최고령 배우로 활동해온 이순재(91)가 25일 새벽 별세했다. 평생 연기에 열정을 불태웠던 이순재는 생전에 "연기라는 예술적 창조 행위는 평생 해도 끝이 없고, 완성이 없다"며 자신의 연기 철학을 담아낸 명언을 많이 남겼다.
그는 지난 2016년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연기란 오랜 시간 갈고 닦아 모양을 내야 하는, 완성할 수 없는 보석"이라고 했고, "배우라면 자신이 맡은 배역에 목숨을 걸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2018년에 제작된 영화 '덕구'에 출연하면서는 "별의별 종류의 영화에 다 출연해봤다. 주연도, 단역도, 악역도, 멜로 연기도 다 해봤다"면서 "배우가 작품을 선택하는 기준은 무조건 작품 그 자체"라고 강조했다.
2008년 모교 서울대에서 열린 관악초청강연에서는 "지금도 연기를 잘 선택했다고 생각한다"며 "나를 다 털어내고 평가받아서 수익을 올리는 거라 일단 남에게 피해를 안 끼친다. 또 정년이 없다"고 발언했다.
누구보다 책임감 강한 연기자였다는 평가도 나온다. 그는 2008년 모친상을 당한 뒤 연극 '라이프 인 더 씨어터' 무대에 오르면서 "관객과의 약속이기 때문에 무슨 일이 있어도 공연해야 한다"는 말을 남겼다.
2011년 한 배우의 드라마 중도 하차가 논란이 되자 "어떤 이유에서든지 현장을 떠날 수가 없는 것이 우리의 조건이다. 배우는 죽는 한이 있더라도 현장을 지켜야 한다"고 언급한 것도 평소 책임감을 강조해온 가치관이 드러난 장면이다.
원로 배우로서 드라마 업계의 잘못된 관행과 상업주의 등을 향한 쓴소리도 아끼지 않았다. 이순재는 2010년 MBC 시트콤 '지붕뚫고 하이킥' 종방연에서 "작업 과정은 지옥이었다. 젊은 친구들이 생사를 걸고 한 작품"이라며 "이제는 완전한 사전제작제로 들어가야 한다"고 비판했다.
후배 연기자들에게는 엄격한 선배이자 멘토였던 그는 "배우들이 한 단계 뚫고 더 올라가려는 노력이 있어야 세계적인 수준으로 도약할 수 있다"며 "만날 깔끔하게 멋 내는 게 배우가 아니라 역할을 위해 항상 변신하는 게 배우"라고 말했다.
1992년 제14대 국회의원에 당선돼 한때 정계에 입문했지만 "정치 생활 8년간 단 한 번도 행복하지 않았다. 나의 길은 연기라고 생각했다. 나에겐 연기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지난해 생전 마지막으로 공식 석상에서 남긴 수상 소감도 화제가 됐다. 그는 지난해 12월 31일 KBS 연기대상에서 대상을 받은 뒤 "오래 살다 보니 이런 날이 온다"며 "보고 계실 시청자 여러분께 평생 신세 많이 지고 도움 많이 받았다고 말하고 싶다"고 감격에 젖은 소감을 밝혀 보는 이들에게 감동을 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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