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경주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 경제협력체 (APEC)에서 가장 주목을 받았던 것은 역시 각국 정상들이 펼친 외교전이었다. 하지만, 이 기간 세간의 주목 끈 또 하나의 이벤트가 있었다. 바로 인공지능(AI) 분야에서 세계적인 주목을 받고 있는 엔비디아 CEO가 내한하여 국내 굴지의 기업인들과 모임을 하고 대규모 투자를 약속했다는 기사였다. 일부에서 경제적 가치로서 'AI 거품론'이 일고 있는 것도 사실이지만, AI가 기존에 사람이 하고 있는 많은 분야를 대신하고 있는 것 또한 부정할 수 없는 현실이다. AI가 사람을 대신할 수 있다면, 필수의료와 같이 인력이 부족한 분야의 대안이 될 수도 있지 않을까?
한국의 필수의료는 고위험·고난도 업무를 기반으로 하며, 과중한 업무와 높은 법적 위험, 낮은 보상 구조가 겹치면서 의료진 유입이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다. 특히 지방일수록 인력부족 문제는 더 심각해서 지역 간 의료격차를 심화시키고, 필수의료 제공체계를 위협하는 구조적 문제로 확대되고 있다. 최근 이런 문제를 극복하기 위한 대안으로 정부는 지방국립대병원을 교육부 소속에서 보건복지부 소속으로 이관하는 정책을 고려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AI가 필수의료의 공백을 일정 부분 보완할 수 있는 잠재력 있는 도구가 될 수 있을까?
AI는 필수의료에서 여러 방식으로 기여할 수 있다. 첫째, 응급의료 분야에서는 AI 기반 영상 판독과 임상 데이터 분석을 통해 중증도 분류를 신속하게 수행함으로써 의료진의 의사결정을 지원할 수 있다. 특히, 심전도의 AI 자동분석은 심근경색증이나 부정맥의 진단과 같은 심전도 고유의 역할을 뛰어넘어 심부전, 판막질환의 진단에까지 높은 정확성을 보여 주고 있다. 둘째, AI를 통한 고위험군 예측모형은 인간의 실수를 줄여 진료의 안전성을 강화할 수 있다. 셋째, 병상 가동률 분석과 자원 배분 자동화 등 운영관리 측면에서 '응급실 미수용'과 같은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도구가 될 수 있다.
하지만, 현실의 장벽이 존재한다. 첫째, 데이터 품질과 개인정보 보호 문제는 AI 활용의 근본적 과제다. 또한, 의료데이터는 기관 간 구조가 상이해 통합이 어려워 접근성이 제한된다. 둘째, AI 모델의 예측성은 높으나 설명력이 부족하다. 이로 인한 의료진의 신뢰부족은 임상현장에서의 활용에 걸림돌이 된다. 셋째, 의료기관의 기술 격차와 비용 문제 역시 도입을 제한하는 요인이다. 특히 재정적을 어려운 지역병원에서는 AI 인프라 구축이 현실적으로 어려운 경우가 많다.
더 중요한 문제는 AI가 오류를 범했을 때 법적, 윤리적, 사회적책임에 관한 문제이다. 가뜩이나 '오진'이나 '의료사고'와 같은 민감한 용어들로 인해 필수의료 인력들이 전문적인 선택을 하는데 어려움이 있는 한국적 현실에서 AI의 진단 제안이 오류를 유발한 경우 심각한 문제가 될 수 있다. 더구나, 책임 주체가 의료진인지, 개발사인지, 또는 의료기관인지에 대한 명확한 기준이 아직 존재하지 않는 현실에서 환자도 의사도 보호받지 못하는 상황이 될 수 있다.
결국, 필수의료 분야의 AI도입은 사회적 합의 없이는 어려운 실정이다. AI를 도입한다 하더라도 오류를 적절히 통제할 수 있는 전문인력 양성은 필수적이다. 결국, 필수의료를 담당할 의료인력을 확보할 수 있는 의료체계를 갖추는 것이 AI시대에도 여전히 중요한 과제다.
이장훈 경북대병원 순환기내과 교수
































댓글 많은 뉴스
가덕도 입찰 재개하는데…대구경북신공항 운명은?
"尹, 국정원 업무보고 자리서 폭탄주에 취해 업혀 나왔다…테이블마다 '소폭'말아"
李대통령 "무인기·대북방송 바보짓…北 쫓아가서라도 말붙여야"
이 대통령, 남아공 동포들에 "또 계엄할까 걱정 않도록 최선"
경주 지진 이력에 발목?…핵융합 연구시설 전남 나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