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쪽 끝 어딘가에 얼음에 갇힌 배가 있다. 항해사는 도저히 앞으로 나아갈 수 없다며 돌아가자고 하지만, 선장은 무슨 일이 있어도 얼음을 뚫고 북극에 도달하겠다고 고집한다. 최근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된 영화 '프랑켄슈타인'(2025)의 첫 장면이다.
이후 선원들에게 구조돼 배에서 안정을 취하는 빅터 프랑켄슈타인과, 죽일 듯 그를 쫓는 괴물이 선장에게 각자의 이야기를 풀어놓는다. 빅터는 어린 시절 어머니를 잃은 사연에서 출발해 시체의 부분들을 모아 괴물을 창조한 사연을, 괴물은 자신을 가두고 불 질러 죽이려는 빅터를 겨우 피해 세상 밖으로 나왔다가 다시 빅터를 찾는 이유를 들려준다.
영화는 2막으로 나뉘어 두 사람에게 동등하게 진술 기회를 부여하는 형식을 취한다. 빅터에겐 지능이 없어 보이는 크리처가 괴물이지만, 괴물에겐 자신을 함부로 대하는 빅터가 괴물이었다.
애초 괴물의 심성은 갓 태어난 아기와 다를 바 없었다. 그런 괴물에게 빅터는 아버지와 같은 존재였다. 하지만 빅터는 아들 같은 창조물이 '빅터'라는 말만 반복한다는 이유로, 지능이 낮다며 미워하고 혐오한다.
빅터에게서 버려진 괴물은 홀로서기에 나선다. 아이와 같은 순수함을 지니고 태어난 괴물은 길 위에서 만난 인간들을 돕는다. 그러나 돌아오는 건 감사하다는 말이 아니라 혐오였다. 남들과 다르기에 차별받고 공포의 대상이 되고 거부당한다. 괴물은 결국 온갖 멸시와 사람들의 증오를 먹으며 빅터에게 죄를 묻기로 결심하기에 이른다.
파멸에 이를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결국 빅터의 마음속 혐오는 괴물이 들려준 사연으로 소멸한다. 빅터는 괴물을 향해 "아들아"라며 사죄하고, 괴물도 그간의 원한을 풀고 빅터를 "아버지"라고 부른다. 이 모습을 지켜본 선장도 마음을 돌려 항해사에게 말한다. "돛을 올려. 돌아가자."
서두가 길었다. 사실 이 영화는 시종일관 '인간다움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그걸 알면서도 영화가 끝난 뒤, 혐오가 만연한 우리 사회가 떠올랐다.
혐오는 '정치 양극화'와 '팬덤 정치'의 주범이다. 거대 양당은 자신들이 좋아서가 아니라, 상대가 못 견딜 정도로 싫어서 자신들을 지지하는 사람이 늘기를 바라고 행동한다. 정치적 양극화는 그 필연적 결과다.
팬덤 정치는 좋아하는 정치인을 방해하는 모든 것을 적대시하고 처단하는 방식으로 작동한다. 이런 분위기에서 중도층은 설 곳이 없다. 타인의 시선을 의식하는, '여기서 이런 얘기 해도 될까' 하는 자기 검열 상황에 수시로 내몰리기 때문이다
오늘날 대한민국 정치에선 다름이 존중의 근거가 아니라 오로지 대립과 혐오의 이유가 되고 있다. 서로 다른 이념과 의견은 공격의 대상으로 여겨진다.
영화 속 빅터의 동생과 결혼하는 엘리자베스를 바라보는 괴물의 시선은 유난히 따뜻하다. 자신을 두려워하지 않는 사람, 자신을 인간으로 대해 주는 이에게 그는 본능적으로 마음을 연다.
이후 눈먼 노인과의 만남, 이 영화에서 가장 아름다운 장면 중 하나다. 외모에 영향을 받지 않아야 비로소 괴물의 진짜 모습을 바라볼 수 있다. 노인은 괴물의 진짜 모습을 알기에 두려워하지 않고, 괴물은 처음으로 자신이 인정받는 존재라는 걸 느낀다. 그 짧은 장면에 인간이 인간에게 줄 수 있는 가장 단순한 위로가 담겨 있다. 다름은 틀림이 아니다.































댓글 많은 뉴스
경주 지진 이력에 발목?…핵융합 연구시설 전남 나주로
李대통령 "가슴이 벅차오른다"…누리호 발사 성공 축하
김민석 총리 "아동수당 지급, 만13세까지 점진적 확대해야"
대구 찾은 김경수 "내년 지선, 정부 국정 동력 확보에 중요한 선거"
尹변호인들 "민주당만도 못한 국힘 쓰레기 XXX…국민 외면하고 무슨 정치를 하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