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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속으로] 마리오 보타·BTS RM과 협업…도예가 유태근이 선보이는 '한지의 재발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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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주 아트스페이스 울림서 개인전
문경 도자기 명장의 회화 전시
한지에 옻·밀랍칠해 새로운 시도

유태근 개인전이 열리고 있는 아트스페이스 울림 전경. 아트스페이스 울림 제공
유태근 개인전이 열리고 있는 아트스페이스 울림 전경. 아트스페이스 울림 제공
유태근 개인전이 열리고 있는 아트스페이스 울림 전경. 아트스페이스 울림 제공
유태근 개인전이 열리고 있는 아트스페이스 울림 전경. 아트스페이스 울림 제공
세계적인 건축가 마리오 보타가 설계한 경기 화성 남양성모성지 소성당. 제대 뒤편으로 유태근 작가가 문경 한지로 만든 대형 벽화가 채워져있다. 작가 제공
'천지생동' 작품 앞에 선 유태근 작가. 이연정 기자

'문경 도자기 명장'인 청마 유태근 도예가의 개인전 '천지생동(天地生動)'이 성주 아트스페이스 울림에서 열리고 있다.

올해는 그가 문경의 전통장작가마 방문요에서 흙을 빚어온 지 꼭 40년이 되는 해. 이번 전시에서 그는 도자가 아닌 회화 작업만을 보여주는 일탈(?)을 감행했다.

회화의 바탕이 되는 소재는 문경의 한지 장인이 만든 우리나라 전통 한지다. 주거 환경의 변화 등으로 최근에는 실생활에서 거의 쓰이지 않으며 한지 산업이 쇠퇴하는 추세에 안타까움을 느끼고, 이 시대에 맞게 한지를 재해석했다.

최근 전시장에서 만난 작가는 "우리나라 한지는 그냥 피를 떠내는 중국, 일본의 전통종이와 달리 섬유를 짜듯 가로, 세로로 겹쳐가며 만들어 남다르다. 1천년을 가는 소재"라며 "이 사라져가는 전통문화를 안타까워만 할 것이 아니라 시대에 맞게 세련되게, 지금의 환경에 맞게 쓰임을 만들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런 생각에서 시작한 그의 한지 작업은 독보적이다. 2019년 완공한 경기 화성 남양성모성지의 작품이 대표적이다. 이곳의 대성당은 서울 리움미술관과 교보타워 등을 만든 세계적인 건축가 마리오 보타가 설계한 것으로 유명한데, 대성당 내 소성당의 제대 뒤 벽면 전체를 그의 작품으로 채운 것.

마치 깊은 바닷속에 빠져든 듯 검고 푸른 색의 한지 454장을 이어붙인 이 작품은 세계 최대 한지벽화로, 서양의 건축양식과 동양의 미가 어우러져 신비하고 독특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유태근(맨 왼쪽) 작가가 마리오 보타(맨 오른쪽) 건축가에게 한지 작업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작가 제공
세계적인 건축가 마리오 보타가 설계한 경기 화성 남양성모성지 소성당. 제대 뒤편으로 유태근 작가가 문경 한지로 만든 대형 벽화가 채워져있다. 작가 제공
BTS의 RM과 협업한 유태근 작가의 작품
유태근(맨 왼쪽) 작가가 마리오 보타(맨 오른쪽) 건축가에게 한지 작업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작가 제공

한지가 이렇게 강한 재료였나. 작가는 한지의 내구성을 높이려 옻칠을 하고 습기가 침투하지 못하게 밀랍을 덧바르며, 부서지지 않도록 탈랍 작업까지 한다고 설명했다. 일일이 한 장씩 칠을 해야 하는 수고로움과 그 시간들이 그의 작품에 함께 녹여져 있는 셈이다.

특히 빛이 통과되는 한지의 특성을 살려 최근에는 강화도의 한 성당에 스테인드글라스 작업을 진행 중이다. 이것 또한 처음으로 시도하는, 가히 '한지의 재발견'이다. 작가는 "한지는 찬 성질의 유리와 달리 색을 머금었다가 뿜어내기 때문에 따스하고 포근한 느낌을 주는 것이 특징"이라며 "세계로 충분히 뻗어나갈 수 있는 새로운 건축 마감재"라고 강조했다.

전시장에 들어서면 가로·세로 4m 가량의 대형 작품 '천지생동'이 관람객을 압도한다. 40년 간 수천번 장작가마의 불을 때면서 봐온 여러 빛깔을 표현했다.

"불을 때면 처음에는 검은 연기가 피어오르다가 점차 검붉은색, 붉은색, 푸른색 등 다채로운 색이 나타나죠. 달항아리도 뜨거운 불길을 견디며 춤사위를 벌입니다. 하지만 많은 시간이 지나고 가마 문을 열어보면 밤사이의 그 소란들은 없어지고 모두가 백색으로 침묵을 지키고 있죠. 그걸 보며 작가로서 무슨 일이 있어도 참고 견디며 관객에게 조용히 좋은 작품을 내보이는 태도를 배웁니다. 그 때의 숭고함을 회화로 보여주고자 했습니다."

색은 먹과 옻칠의 농도를 조절해 구현한다. 한지가 자연스럽게 구겨진 흔적은 마치 신체의 주름, 혹은 핏줄처럼 보여진다. 그는 "한지 안에서 삼투압 작용이 일어나며 생각지도 못한 색이 발현되기도 한다"며 "내가 의도한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 한지 자체가 만들어내는 부분이 있기에 무심(無心)의 마음으로 작업한다"고 말했다.

'조각적인 회화'는 병풍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작품이다. 전체를 펼치면 병풍이지만 일부를 접어 신선한 형태의 조각 작품으로 연출할 수도 있다. 이처럼 시대와 상황에 따라 변하는 유연성은 곧 그가 추구하는 작품세계와 맞닿아있다.

이 작품에는 '월송야정'이 그려져 있다. 태어날 때 금줄에 솔잎을 매달고, 소나무로 집과 도구를 만들어 살며, 죽어서는 소나무관에 들어가는 것처럼 소나무는 한국인의 정체성 그 자체라는 게 작가의 설명이다.

특히 '월송야정'은 최근 BTS의 RM과 협업한 작품으로 유명하다. RM은 가로 6m·세로 2m 가량인 그의 대작을 배경으로 화보와 뮤직비디오를 찍었다. 작가는 "한국적인 정서를 무척 좋아하는 뮤지션이라는 생각이 들었다"며 "그의 팬들이 SNS 등을 통해 작품의 재료가 뭐냐고 묻기도 했는데, 덕분에 한국의 전통 소재를 알리게 돼 기뻤다"고 말했다.

BTS의 RM과 협업한 유태근 작가의 작품 '월송야정'. 하퍼스바자코리아 인스타그램 캡처.

전시장의 마지막 작품도 놓치지 말아야 할 포인트다. 대형 판넬 4개면을 붙여 만든 공간 내부를 화려한 색의 한지 작품이 장식했다. 움직이는 바람의 형태를 표현했는데 이 역시 먹과 옻칠로 그려냈다.

그는 아무도 가지 않았던 길을 홀로 가는 것이 두렵지만 정답이 없기에 마음껏 즐기면서 작업한다고 말했다. 작가는 "사실 방습을 위해 한지에 밀랍을 칠하는 것도 조선왕조실록에 나와있다"며 "나는 아주 새로운 방식을 발견해내는 것이 아니라, 옛 선조들이 만들어 놓은 것을 이 시대에 맞게 잘 이어나가는 역할을 하는 것"이라고 했다.

전시는 내년 2월 22일까지 이어지며 매주 월요일은 휴관한다. 054-933-55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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