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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춘추] 직업으로서 작가로 산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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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성태 꾸꿈아트센터 대표

정성태 꾸꿈아트센터 대표
정성태 꾸꿈아트센터 대표

지난 6일, 영국의 사진작가 마틴 파(Martin Parr)는 73세로 세상을 떠났다. 현대인의 일상을 특유의 강렬한 색감과 유머, 날카로운 사회적 시선으로 포착한 그는 사진이 한 시대의 초상이 될 수 있음을 보여준 작가였다.

올 한 해 국내 사진계에서도 거목들이 잇따라 우리 곁을 떠났다. 평생 한국인의 원초적 의식과 그 내면을 집요하게 포착해 온 육명심 작가가 그중 한 명이다. 지난 1월에는 "사진가로 살았던 시간이 가장 행복했다"라고 말했던 윤주영 작가도 생을 마감했다. 이어진 소식들은 자연스럽게 한 가지 질문을 떠올리게 했다. 직업으로서 사진작가로 산다는 것은 과연 어떤 의미일까.

'작가'라는 단어에는 여전히 낭만이 따라붙는다. 그러나 그 외피를 벗기면 사진을 통해 생계를 이어 가는 한 직업인의 현실이 드러난다. 무엇을 찍을 것인가, 언제까지 이 일을 계속할 수 있을 것인가, 하루를 어떤 리듬으로 살아갈 것인가. 이런 고민은 결국 "어떻게 살아남을 것인가"라는 질문으로 귀결된다. 그리고 이 물음은 매일의 생활 속에서 반복된다.

사진가로 살아남기 위해서는 지원 사업을 찾고, 레지던시에 참여하며, 미술관과 후원자의 언어를 읽어 내는 적극적인 의지와 태도가 필요하다. 이는 단지 생계 전략만이 아니다. 외부 자원을 끌어와 작업을 확장하고 지속하기 위한 필수 역량이다. 예술은 더 이상 고독한 천재의 영역이 아니라 치열한 경쟁 속에서 스스로 설득하며 지속해야 하는 노동이다.

이런 삶은 비단 예술가만의 이야기는 아니다. 불확실한 미래 환경 속에서 자신의 정체성을 지키며 일해야 하는 오늘날 대부분의 직업인이 마주한 현실과 맞닿아 있다. 다만 사진가의 경우 그 불확실성은 더 노골적이다. 결과는 이미지 한 장으로 즉각 평가되고, 축적된 시간보다 눈앞의 성과가 먼저 소비된다. 사진은 쉽게 복제되지만, 한 장의 사진을 위해 쏟은 사진가의 시간은 절대 가볍지 않다.

무라카미 하루키는 말했다. "인생의 목적은 사랑받는 사람이 되는 것이 아니라, 자기 자신이 되는 것." 사진작가로 산다는 것은 곧 자기 자신으로 살아내는 일이다. 속도와 효율이 최우선 가치가 된 사회에서 그 선택은 여전히 비합리적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직업으로서 사진을 찍는다는 것은 빠르게 소비되는 이미지의 속도전에 자신을 전부 내맡기지 않겠다는 선언이다. 셔터를 누른다는 것은 시간을 거스르며 세상을 바라보고, 세상과 일정한 거리를 유지한 채 자기만의 리듬을 지키려는 가장 느리면서도 단호한 저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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