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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파 속 멈춘 신호등 앞, 안동의 한 청년의 선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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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리고가교 횡단보도서 넘어진 폐지수거 노인 도와
경적 대신 기다림… "시민들 침묵의 배려 이어져…"

26일 오후 1시쯤 안동시 목성교 인근. 차디찬 도로 위에 넘어진 폐지수거 할머니에게 달려간 20대 청년이 부축해 천천히 횡단보도를 건너고 있다. 독자제공
26일 오후 1시쯤 안동시 목성교 인근. 차디찬 도로 위에 넘어진 폐지수거 할머니에게 달려간 20대 청년이 부축해 천천히 횡단보도를 건너고 있다. 독자제공

한파경보가 내려진 경북 안동의 한 횡단보도에서 자동차도, 신호등도 잠시 멈춰 섰다.

26일 오후 1시쯤 안동시 천리고가교 북단사거리 인근. 차디찬 도로 위에 넘어진 폐지수거 할머니를 향해 한 20대 청년이 망설임 없이 차량 문을 열고 뛰어내렸고, 그 순간 도로 위에는 경적 대신 조용한 배려가 흐르기 시작했다.

당시 할머니는 무거운 손수레를 끌고 횡단보도를 건너다 중심을 잃고 그대로 도로 위로 쓰러졌다. 매서운 찬바람 속에서 쉽게 몸을 일으키지 못하는 상황이었다. 이를 목격한 청년은 신호를 기다리던 차량에서 내려 곧바로 할머니 곁으로 달려갔다.

청년은 먼저 쓰러진 손수레를 세운 뒤 할머니를 부축해 천천히 일으켜 세웠다. 손수레의 무게에 청년 역시 한동안 균형을 잡기 힘들어 보였다.

그는 연신 "천천히 가도 괜찮다"며 할머니의 속도에 걸음을 맞췄다. 이 사이 신호등은 2~3차례 바뀌었지만, 뒤에 멈춰 선 차량들 사이에서 경적 소리는 거의 들리지 않았다.

오히려 도로 위의 정적이 이 장면을 더욱 선명하게 만들었다. 일부 운전자들은 차 안에서 상황을 지켜보며 묵묵히 기다렸고, 횡단보도 인근에 있던 또 다른 남성도 다가와 할머니의 반대편 팔을 잡아 함께 부축했다. 두 사람은 할머니가 인도 위로 안전하게 올라설 때까지 자리를 떠나지 않았다.

현장을 지켜본 한 시민은 "날씨도 춥고 각자 바쁠 시간일 텐데 누구 하나 재촉하지 않았다"며 "잠깐 멈췄을 뿐인데, 오히려 마음이 더 따뜻해졌다"고 말했다.

도움을 마친 청년은 별다른 말 없이 다시 차량으로 돌아갔다. 이름도, 직업도 알려지지 않았지만 그의 행동은 현장을 지켜본 이들의 기억 속에 오래 남았다. 매서운 한파가 도심을 덮친 날, 천리고가교 앞 횡단보도에서는 차가운 공기와는 다른 온도의 풍경이 펼쳐졌다.

26일 오후 1시쯤 안동시 목성교 인근. 차디찬 도로 위에 넘어진 폐지수거 할머니에게 달려간 20대 청년이 부축해 천천히 횡단보도를 건너고 있다. 독자제공
26일 오후 1시쯤 안동시 목성교 인근. 차디찬 도로 위에 넘어진 폐지수거 할머니에게 달려간 20대 청년이 부축해 천천히 횡단보도를 건너고 있다. 독자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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