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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식객 이춘호의 미각기행] 곶감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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곶감은 가장 한국적 맛의 정서를 갖고 있다. 전국에 200여종의 각종 곶감이 있는데 가장 유명한 곳은 둥시로 만든 상주곶감. 그리고 청도는 곶감보다는 감말랭이 신드롬을 불러일으켰다. 상주곶감도 갈수록 자연건조보다는 건조장을 통해 출하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곶감은 가장 한국적 맛의 정서를 갖고 있다. 전국에 200여종의 각종 곶감이 있는데 가장 유명한 곳은 둥시로 만든 상주곶감. 그리고 청도는 곶감보다는 감말랭이 신드롬을 불러일으켰다. 상주곶감도 갈수록 자연건조보다는 건조장을 통해 출하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그렇게 달 수가 없다. 곶감이다. 어떨 때는 꿀보다 달았다. 할아버지가 손자를 곁에 두고 싶을 때 어김없이 벽장에서 동화처럼 등장했다.

팔도에 별별 감이 다 있다. 그게 동절기를 거치면서 실에 꿰어 말린 '곶감'이 된다. 전국에 얼추 200종이 있다. 일반인들은 그게 그 곶감이라 여기는데 그게 아니다. 산골의 풍세(風勢)와 기온에 따라 그 질감이 엄청 달라진다.

곶감총사령부랄 수 있는 상주는 '둥시', 쟁반같이 생긴 청도의 '반시'(盤枾)는 감말랭이용으로 불티나게 팔려나간다. 이밖에 전남 구례·광양이 주산지인 '장둥이', 전북 완주군이 주산지인 '수홍', 충북 영동과 논산 등이 주산지인 '월하시', 경남 함안, 의령 등지에 많이 분포한 '수시', 경남 산청의 '고종시', 표면이 먹물을 뿌려놓은 것처럼 검은 전남 장성군의 '먹시', 남해안 지역에 분포하는 재래감인 하동 '월예감', 의성 '사곡시' 등이 유명하다. 고종시는 조선의 왕인 고종이 좋아한 감이라 한다. 수시는 물이 많아 붙은 이름이다. 경북 예천은 '은풍준시'로도 유명하다. 둥시와 달리 네잎크로버처럼 생긴 수종시를 손으로 직접 깎아 곶감을 만든다.

다른 곳은 모두 씨가 있는 곶감을 생산하는데 전북 진안군 정천면 학동과 마조마을은 '씨없는 곶감단지'로 정평이 났다. 그럼 제주도에도 감나무가 있을까? 모두 귤감만 알고 있는데 감도 있다. 제주감은 제주의 옷으로 불리는 갈옷 염색재로 사용된다. 하지만 울릉도는 아직 감과는 인연이 멀다. 참고로 일반 감보다 두 배 이상 큰 대봉감은 전남 하동군 악양면과 영암군 금정면이 특산지. 단감은 경남 김해시 진영읍이 알아준다.

절대적 강자인 상주곶감.
절대적 강자인 상주곶감.

◆ 추억과 동격인 곶감
너나없이 배가 고팠던 그시절 농가에선 감 껍질도 말려서 간식으로 먹었다. 곶감철 농가에 가면 깎아낸 감껍질도 그냥 버리지 않는다. 제주도 귤피처럼 활용된다. 이 감 껍질은 사료로 사용되기도 하고 감식초를 담그기도 한다. 궁핍했던 시절 감 깎아주는 일을 하고 그 품삯으로 감 껍질을 받기도 했다.

곶감은 수분관리가 너무 어렵다. 자연건조는 20일 정도 걸리나 인공건조는 처음 37℃에서 말리다가 32℃ 정도로 낮춰 건조하면 4일 정도면 된다. 탄닌의 산화, 갈변을 막아 색조가 선명한 제품을 내기 위해서 '황훈증'을 한다. 둥시곶감은 다른 곳보다 조금 더 말리는데 60일 정도 자연건조를 한다. 상주 둥시는 약간 큰 감에 속하고 건조기간도 그만큼 길다.

곶감 표면에 하얗게 이는 분을 '시상'(枾霜)이라 한다. 사정을 모르는 이는 '흰곰팡이'로 착각한다. 아니다. 포도당과 과당이 넘쳐 밖으로 삐져나온 것이다. 곶감을 손으로 주무르면 분이 더 많이 일게 되는데 예전에는 이 분을 따로 모아 단맛을 내는 조미료로 썼다.

기계건조를 하게 되면 겉껍질은 질기고 속은 단단해진다. 색깔도 짙고 불투명해진다. 곶감 속에 빈 공간이 있는 것은 채 여물지 않은 감으로 건조한 것으로 맛이 떨어진다. 덕장으로 옮긴 뒤 10일 정도는 특히 대형 선풍기를 가동해서 초벌 건조에 신경써야 된다. 겉이 빨리 말라야 내부와 외부 사이에 꾸덕한 막이 생겨 잡균이 붙지 않고 모양도 잘 잡히기 때문이다.

대형농원은 모자라는 감을 확보하기 위해 감을 사오거나 감밭을 임차하기도 한다. 양질의 큰나무를 임차하려면 수십만원을 줘야 한다. 껍질깎는 기계가 감꼭지를 밀어버리는 경우가 있는데 이를 경우는 플라스틱으로 된 '인공 감 꼭지'를 끼운다.

우린 비싼 곶감이라고 투덜대지만 내막을 알고나면 입을 다문다. 감을 매입해 선별하고 건조대에 걸어 60일간 말리면서 10% 정도는 품질 미달로 달아난다. 인건비, 연료비 등을 더하면 생산원가가 감 1개당 1천원에 이른다. 여기에 포장, 보관, 운송비 등을 감안하면 소매가격 1개당 1천500원 받아도 남는 게 별로 없다.

3. 상주 둥시
3. 상주 둥시

◆상주 곶감특구
상주는 곶감의 메카이다. 국내 곶감 유통량의 60% 이상이 상주곶감이다. 무려 3천900여 농가가 곶감에 매달린다. 상주에서 100동(1동은 감 1만개) 이상 곶감을 내는 데는 100여 농가, 500동 이상은 20여 농가다. 상주군청에 곶감 전담팀도 있다.

상주군 외남면 소은리는 남장동과 함께 상주의 대표적 '곶감특구'다. 소은리뿐만 아니라 외남면은 좀 부풀려 말해 보이는 나무마다 모두 감나무일 정도다. 750살이 넘어 우리나라에서 가장 해묵은 감나무는 바로 소은리 '하늘아래 첫 감나무'. 2010년 곶감의 고장 상주의 상징적인 고목 감나무를 경북도와 상주시가 국립산림과학원에 의뢰해서 조사를 해 봤더니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접붙여 자란 나무였다.

가장 큰 유통기관은 2006년 문을 연 '상주곶감유통센터 영농조합법인'. 그런데 2005년 중국산 곶감이 한국을 급습한다. 어쩜 위기의식을 가진 상주곶감이 센터를 앞세워 반격에 나선 것이다. 현재 상주곶감 전문 공판장은 센터를 비롯, 남문청과, 농협, 원예농협 등 모두 4곳 .

상주의 감은 밑이 납작한 청도 반시와 달리 둥글둥글해 '둥시'로 불린다. 2개월쯤 바람 잘 통하는 덕장(건조장)에 걸려 황태처럼 잘 말려진다. 예전에는 바람이 잘 들락거리는 곳에 농막 같은 건조대를 집집마다 원두막처럼 만들어놓았다. 의성의 마늘농가 건조대와 비슷한 구조다.

외남면 소은리는 속리산이 서쪽에서 불어오는 습한 바람을 막아주면서 건조하고 찬 바람이 많이 불게 만든다. 당연히 일교 차가 커 맛있는 곶감이 만들어진다. 이 마을이 개벽하기 시작한 건 마을 주도 곶감축제가 열리면서부터. 2015년에는 전국 첫 곶감테마공원까지 개장된다. 거기 가면 유달리 호랑이 모형이 많다. 일제강점기 마해송 등 여러 작가가 우는 아이의 울음을 뚝 그치게 만든 '곶감과 호랑이' 동화를 새롭게 스토리텔링했다.

상주 곶감특구인 외남면 소은리에 있는 750년 수령의 하늘아래 첫 감나무.
상주 곶감특구인 외남면 소은리에 있는 750년 수령의 하늘아래 첫 감나무.

◆사라진 곶감도가
곶감유통은 오래 상주 남문시장 '곶감도가'에서 전담했다. '곶감 파시'라고나 할까. 12곳 도가에 소속된 200여 명 안팎의 상인들이 곶감을 사고팔았다. 그랬던 곶감이 1990년대 중반 우루과이라운드(UR)로 농산물시장이 개방되고 지방자치제가 시작되면서 새로운 소득작목으로 부상, 산업화의 길을 걷게 됐다. 처마 밑에 주렁주렁 달려 가을풍경을 대표했던 곶감은 보기 힘들다. 번듯한 첨단 건조장으로 옮겨진 것이다.

점차 '곶감공판시대'로 건너간다. 1997년 상주농협공판장에서 시작돼 지금은 상주원협과 남문시장, 유통센터 등으로 확산됐다. 상주농협공판장만 해도 곶감 철이면 하루 평균 5억 원 안팎의 곶감이 거래된다.

오래 전 곶감도가의 마지막 상인과 인터뷰를 할 수 있었다. 덕일상회 서정병 사장이다. 당시 12개 업소 중 간판이 있는 건 2곳(덕일·풍년상회) 뿐이었다. 곶감철이 되면 청수여관은 상인들의 봉놋방이었다. 이젠 그 여관도 사라졌다.

청도 매전면 상평마을 감말랭이 마을 표지석.
청도 매전면 상평마을 감말랭이 마을 표지석.

◆청도반시 이야기

2011년 청도반시는 '지리적 표시제'로 등록돼 보호받고 있다. 청도반시는 왜 씨가 없을까? 2002년 연구 결과가 나왔다. 청도지역은 암꽃만 맺는 감나무 품종이 많고 수꽃을 맺는 감나무가 거의 없어 수정이 되지 않는다. 이 때문에 청도의 감나무는 씨가 생기지 않는다. 또한 분지모양의 산간지형인 청도는 감꽃의 개화시기인 5월에 안개가 짙어 벌의 수분활동이 어렵다. 높은 산들이 주변을 둘러싸고 있어 다른 지역의 감나무 수꽃가루가 자연 유입되기도 어렵다. 수꽃 나무들은 산을 넘지 못해 번번이 암꽃 나무에게 이르는 길에서 좌절할 수밖에 없었다. 불과 수십년 전까지만 해도 청도에서도 씨가 맺히는 일명 '돌감'이 꽤 있었지만 지금은 거의 찾아볼 수 없다. 돌감의 대척점에 '물감'도 있었다. 물감은 서리가 내리기 전 반시를 일컫는다.

이제는 잊혀진 상주곶감시장 간판.
이제는 잊혀진 상주곶감시장 간판.

◆감말랭이마을

홍시와 곶감 사이에 꾸덕한 육포 같은 게 '감말랭이'다. 청도에서 감와인 못지않게 사랑을 받은 게 '감말랭이'이다. 곶감으로 특화되기 전에 말랭이 상태로 소진된다.

1990년대 후반 매전면 상평마을에서 전국 최초로 가공을 시작했다. 원래 감말랭이 기술을 보급한 주인공은 대통령상까지 받은 작고한 박성길 씨. 그가 15년 정도 말랭이로 히트 치자 김정오 이장 등이 가세한다. 1998년 원조마을 표석비까지 세웠다. 그래서 그런지 매전면 가로수는 전부 감나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처음은 수작업으로 하다가 나중엔 수동식, 이젠 자동기계가 꼭지도 따고 껍질까지 매끈하게 깎아준다. 이어 크기에 따라 2~6등분 한다. 수확한 청도반시는 감 특유의 떫은 맛을 없애는 탈삽과정에 들어간다. 곰팡이 방지를 위한 훈연 및 숙성·건조과정을 거치면 감말랭이가 완성된다. 매전면이 지금처럼 반시 천지가 된 건 아니다. 일반 사과농사가 잘 되지 않아 대체작물로 기용된 게 반시였다. 예전에는 자연 건조했는데 이제는 29~30℃ 건조실에서 인공적으로 건조해 판다. 그게 더 위생적이고 맛도 좋기 때문이다. 예전 자연건조 때는 밤만큼 딱딱하고 거무튀튀하게 생긴 토종 곶감은 그 모양 때문에 시장에서 거의 사라진 것 같다. 몰랑하고 예쁘장하게 생긴 여느 곶감이 '양봉꿀' 같다면 토종 곶감은 '목·석청' 같은 포스를 갖고 있었는데…. 그 맛이 자못 그립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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