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O이는 뭐 골랐어?" "투명한 건 없나?"
27일 오후 찾은 대구 중구 대신동 서문시장 2지구 3층의 한 상점. 어린아이들부터 성인들까지 10여 명이 매대에 붙어 키보드 모양 키링(열쇠고리)을 꾸밀 장식을 고르는 데 삼매경이었다. 같은 상가 4층 상점에 모여든 이들은 볼펜을 꾸미느라 시간 가는 줄 몰랐다. 한 소품 상점에서 만난 상인은 "'볼꾸'에 점령되면서 재료를 수급하기 어려울 정도"라며 웃었다.
자주 사용하는 물건을 취향껏 꾸미는 '커스터마이징'(맞춤 제작)이 잘파세대(1990년대 중반 이후 태어난 Z세대와 2010년 이후 태어난 알파세대를 통칭) 사이에서 새로운 놀이문화로 자리 잡았다. 이른바 'O꾸'는 대상 물건 뒤에 '꾸미기'라는 단어를 붙이고 이를 줄여 부르면서 생겨난 말이다. 볼펜과 키보드 키캡(Keycap·자판 덮개)을 꾸미는 '볼꾸'와 '키꾸' 등이 대표적이다.
먼저 '볼꾸'는 기본 볼펜 대에 여러 장식물을 더하고 조합하는 놀이다. 서울 동대문시장 부자재 상가에서 시작된 유행이 '틱톡'이나 '유튜브' 같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타고 번지면서 대구 서문시장과 반월당역 지하상가 등에도 관련 상점이 속속 늘어나는 상황으로 파악된다.
'키꾸'도 커스터마이징 놀이문화 중심에 있다. 키캡 꾸미기 줄임말인 '키꾸'는 키보드 자체를 꾸미는 것을 의미하는 동시에 키보드 자판을 여러 개 연결한 모양의 키링을 꾸미는 행위를 지칭한다. 가방에 키링을 달고 다니는 문화가 크게 유행한 데 이어 자신의 키링을 손수 꾸미는 단계에 이른 것이다.
키캡 교체가 쉬운 '기계식 키보드'를 사용하는 사람이 늘어난 상황은 키꾸가 유행하게 된 배경이다. 기계식 키보드는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멤브레인 키보드'와 타건감이 다르고, '도각도각' '토독토독'과 같은 특유의 소리를 낸다. 이런 특성을 선호하는 직장인과 학생들 사이에서 기계식 키보드 사용이 늘어나는 추세로 읽힌다. 책상 위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키보드를 취향대로 개조하는 '데스크 테리어'(Desk+Interior)의 일종이다.
꾸미기 대상 물건이 가방과 신발, 거울과 빗 등으로 다양해지면서 이른바 '별다꾸'(별걸 다 꾸민다는 뜻의 줄임말)라는 신조어도 생겨났다. 시간과 정성을 들이는 과정 자체를 즐기는 '정성 소비'가 확산하는 건 주로 불경기에 빚어지는 현상으로 해석된다. 고물가 상황에 비교적 저렴한 비용으로 만족감을 얻을 수 있는 소비행위를 주목하는 이들이 늘어난다는 것이다.
이 같은 체험형 놀이문화가 전통시장과 상점가 경쟁력을 높이는 새로운 콘텐츠가 될 수 있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자기 개성을 표현하는 형태의 소비문화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오프라인에서는 온라인으로 체험할 수 없는 입체적 경험을 제공하는 것이 중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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