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이란 지정학적 위기로 이틀 연속 역대급 폭락을 이어가던 국내 증시가 급반등하고 있습니다. 양국의 물밑 협상설이 흘러나오고 있지만 여전히 전쟁 불확실성이 상존한 만큼 시장 변동성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습니다. 정부가 시장 변동성이 통제 범위를 벗어난다면 시장안정프로그램을 적극 활용하겠다고 밝히면서 투자자들의 관심은 증권시장안정펀드(증안펀드) 투입 카드로 향하고 있는데요. 시장에선 증안펀드 가동은 급락 시 선제적이며 과감하게 이뤄져야만 효과가 있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5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3~4일 코스피는 이틀 동안 18.42% 하락하면서 5100대마저 무너졌습니다. 전날 하루 동안 코스피에서 증발한 시가총액은 574조원에 달했는데요. 연초 급등랠리 속에 6300포인트를 넘어섰던 코스피는 이틀 연속 급락하며 1월말 수준까지 밀려났습니다. 코스닥도 17.96% 급락하면서 다시 1000포인트 밑으로 내려왔습니다.
지난달까지만 해도 코스피는 위용을 떨쳤던터라 더욱 당황스러운데요. 연초 이후 지난달 말까지 코스피 상승률은 48.17%로, 세계 대표 지수 중 상승률 1위를 기록한 바 있습니다. 3위인 대만(22.27%)을 두 배 이상 웃도는 압도적인 수치였습니다. 일본(16.91%)과 중국 선전종합(9.19%), 미국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0.49%) 등 주요국과 비교해도 가파른 상승세였습니다.
반전을 가져온 건 중동 사태입니다.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간 전쟁이 확전 양상으로 치닫자 코스피는 전세계적으로 가장 가파른 하락세를 기록했습니다. 코스닥과 코스피는 전날 기준 세계 주가지수 하락률 1, 2위를 기록했습니다. 아시아 주요국가인 대만(-4.35%)과 일본(-3.61%), 홍콩 항셍(-2.47%) 등과 비교해도 낙폭이 유독 두드러졌습니다.
이틀 연속 패닉장세가 이어지자 개인투자자들은 물론 증권사 프라이빗뱅커(PB)들도 얼떨떨함을 감추지 못했는데요. 베테랑 한 PB는 "하루 종일 고객들의 문의 전화에 지켜보자는 말만 되풀이했다"며 "반등 없이 빼는 장세에 악소리도 나오지 않았다"고 말했습니다.
하루 만에 증시는 달라진 모습입니다. 양일간 증시 낙폭이 워낙 컸던데다 이란 정보부가 제3국을 통해 미 중앙정보국(CIA)에 종전 조건을 제시했다는 외신 뉴스가 전해지며 이날 오전 9시45분 현재 코스피는 전 거래일 대비 10.61%, 코스닥은 10.42% 급등 중입니다. 그야말로 어안이 벙벙한 장세인데요.
정부도 이같은 시장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습니다. 시장이 폭락했던 지난 4일 이억원 금융위원장은 시장 안정을 위해 가용한 정책 수단을 총동원하겠다는 방침을 밝혔습니다. 시장 변동성이 통제 범위를 벗어날 경우 현재 운영 중인 '100조원+α' 규모의 시장안정프로그램을 적극 활용할 방침입니다.
100조원 규모의 시장 안정 프로그램에는 40조원 규모의 채권시장안정펀드와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연착륙과 관련한 자금이 포함돼 있습니다. 증안펀드는 직접적으로 언급되지 않았지만 금융당국이 증시 방어를 위해 꺼낼 수 있는 카드는 증안펀드뿐입니다.
증안펀드는 주가지수 급락 등 증권시장이 극도로 불안정한 상황에서 투자심리 악화로 인한 투매나 과매도를 진정시키기 위해 증권사·은행 등 금융회사와 유관기관들이 공동으로 마련한 기금을 말합니다. 지수 추락을 막고 불안한 시장을 다잡아줄 구원투수이자 '공공의 큰손'인 셈입니다.
이는 지난 1990년 5월 주가 폭락에 대응하기 위해 등장한 증안기금을 모태로 합니다. 과거 국내에서 증안펀드가 조성된 사례는 1990년(4조8500억원), 2003년(4000억원), 2008년(5150억원), 2020년(10조7600억원)으로 총 4번이었는데요.
1990년, 2003년, 2008년 집행됐지만 무리한 자금 투입으로 부실이 발생하는 등 부작용이 뒤따랐습니다. 2020년 3월 코로나19 팬데믹 당시 10조7600억원 상당 증안펀드가 조성돼 있지만 당시 주식시장이 반등하면서 실제로 증안펀드가 사용되진 않았는데요. 해당 방안 발표만으로도 코스피 지수가 하루 만에 8% 넘게 폭등했기 때문입니다. 증안펀드 조성 자체로도 시장에 영향을 미친 것이죠. 실질적 가동은 멈췄지만 증안펀드 자체는 아직 해산하지 않고 기존 운영 틀은 유지하고 있습니다.
롤러코스터를 탄 증시의 변동성이 쉽게 가라앉기는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입니다. 전쟁이 장기 분쟁으로 비화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데다 중동 지역 불안이 유가 상승을 자극하면서 세계 경제에 새로운 인플레이션 충격 요인으로 부상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카일 로다 캐피털닷컴 수석 시장분석가는 "현재 상황이 혼란스럽고 교전국 모두 확전을 원할 가능성이 높은 만큼 이러한 불확실성이 상당 기간 지속될 수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이처럼 지정학적 불확실성이 해소되지 않는 가운데 시장 참여자들 사이에선 금융당국이 증안펀드를 선제적으로 가동해야 한다는 목소리에 힘이 실리고 있습니다. 금융투자업계는 증안펀드가 실효성을 발휘하려면 신속하게 나서서 증시 위기 상황을 반전시킬 필요가 있다고 조언합니다.
증권사 한 애널리스트는 "국내 증시가 급격한 상승을 이어왔다고 해도 밸류에이션 부담은 여전히 크지 않은 상황"이라면서 "이같은 변동성이 더 확대되기 전에 립서비스에서 나아간 실제 액션이 필요하다"고 짚었습니다.
이어 "증안펀드가 가져올 실질적인 효과는 확언할 수 없다"면서도 "정부가 예컨대 10조원 투입자금을 준비 중이면 점증적 투입이 아니라 초반 과감한 수준으로 집행돼야 기대 이상의 효과를 낼 수 있다. 현재 유가증권시장 시가총액이 5000조원에 달하는 것을 감안하면 그마저도 너무 작은 규모"라고도 했습니다.



























댓글 많은 뉴스
한동훈 "난 대선까지 출마한 사람…재보선 출마 부수적 문제"
'尹훈장' 거부했던 전직 교장, '이재명 훈장' 받고 "감사합니다"
박지원 "강선우, 발달장애 외동딸 있어…선처 고대" 호소
"투자는 본인이 알아서" 주식 폭락에 李대통령 과거 발언 재조명
한동훈 대구 동행 친한계 8명, 윤리위 제소당해…"즉시 '제명' 사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