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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칼럼-조두진] "울릉도를 일본에 팔아 버리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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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두진 논설위원
조두진 논설위원

6·25전쟁과 가난·혼란 속에서 울릉도와 독도는 대한민국 전도(全圖)에 찍힌 점(點)에 불과했다. 전략적 요충지임에도 1960년대 초까지 국가 행정력은 거의 미치지 못했고, 교통·전력·항만 등 기반 시설은 열악했다.

일본은 러·일전쟁 때(1904년 2월~1905년 9월) 이미 독도의 지정학적 가치를 알아보고 독도를 시마네현에 편입했다. 1952년 이승만 정부가 영토와 해양 주권을 확보하기 위해 '평화선'(이승만 라인)을 선포했지만, 울릉도와 독도에 접근하는 일본 어선과 순시선을 막기에는 역부족이었다.

독도를 지키기 위해 1953년 4월 울릉도 주민 30여 명이 독도의용수비대를 조직했다. 어망 대신 총을 들고 어선을 타고 교대로 독도를 오가며 섬을 지켰다. 나무를 깎아 모형 대포까지 만들어 세웠다. 사나운 날씨로 보급이 끊어지면 미역과 김으로 버텼다. 이 과정에서 어린 자식이 있는 젊은 가장(허학도 대원·22세)이 순직(殉職)하는 사고도 발생했다.

그러나 주민들 노력만으로 울릉도·독도를 지키는 데는 한계가 있었다. 1961년 11월 당시 국가재건최고회의 손창규 문교사회위원장이 울릉도를 방문했다. 이 자리에서 김한엽 울릉군수는 "울릉도를 이렇게 내팽개쳐 둘 거면 차라리 일본에 팔아 버리지요"라며 울분을 터뜨렸다. 이 말을 전해 들은 박정희 국가재건최고회의 의장이 이듬해 울릉도를 전격 방문해 주민 생활과 기반 시설을 점검했다. 이후 도로·항만·전기·통신 확충 사업이 시작됐다. 그렇게 독도는 국민의 관심과 지지 속에 대한민국 '막내 영토'로 굳건히 자리를 지키게 됐다. 한 사람의 '외침'과 한 사람의 '경청'이 이끈 변화였다.

최근 대한민국 영토 인식 시계(時計)를 거꾸로 돌릴 수도 있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작년 10월 헌법재판소는 지방 선거구 획정(劃定)에서 "인구가 법정 기준에 미달하는 단독 선거구 유지는 '1표의 가치 평등원칙'에 어긋난다"고 결정했다. 이에 정치권은 정치개혁특별위원회를 구성해 개편안을 논의 중이며, 여기서 마련된 안(案)이 올해 6·3 지방선거에 적용된다.

현재 경상북도의회는 54개 지역 선거구(비례대표 6석 별도)로 구성돼 있다. 이 중 1석이 울릉군 몫이다. 그러나 선거구가 개편될 경우 울릉군 단독 선거구는 사라질 가능성이 크다. 울릉군 인구는 약 9천100명으로, 경북도의회 의원 1인이 대표하는 평균 인구(약 4만4천 명)에 못 미치기 때문이다.

인구만 보면 선거구 통폐합이 합리적일 수 있다. 그러나 울릉군은 독도를 품은 행정구역이며, 우리 영토 수호의 최전선이다. 울릉군 1석이 사라지면 울릉도와 독도를 대표하는 정치 통로가 약화된다. 국제적으로 대한민국의 영토 수호 의지 약화로 비칠 수도 있다. 그래서 울릉군수와 주민들은 지난달 26일 국민 2천여 명의 서명을 들고 정치개혁특위를 방문, 울릉군 광역의원을 유지해 달라고 호소(呼訴)했다.

영토를 지키는 힘은 군사력만이 아니다. 국민 관심과 제도적 장치가 함께 작동해야 한다. '노 재팬' 같은 구호(口號)만으로 나라 사랑은 실현되지 않는다. 선거구 개편에 인구 숫자를 넘어 영토·주권 수호 의지가 반드시 반영(反映)되어야 한다.

일본 시마네현 의회에는 독도(일본명 다케시마)를 포함하는 오키군(隠岐郡) 선거구가 있다. 시마네현 선거구 평균 인구는 약 5만1천600명이지만 오키군 인구는 약 1만9천 명에 불과하다. 그럼에도 2석이 배정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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