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마다 가슴 졸이면서 언제까지 이래야 하나요. 관망도 못 하겠어요. 월요일에 치솟을까 봐, 금요일에 폭락할까 봐. 주말마다 잠도 못 자고 피곤해 죽겠어요. 하룻밤 사이에 호재 악재가 다 나오는 날은 트럼프 대통령한테 농락당하는 기분이에요. 이토록 불안한 것을보면 도박을 하는 걸까요?"
주식 토론방에 올라온 한 투자자의 하소연입니다. 최근 국내 증시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입'에 따라 극심한 롤러코스터를 타고 있습니다. 주말마다 중동 전쟁 관련 폭탄 발언이 터지고, 월요일 장 개장 직전에는 또 말을 뒤집는 일이 반복되면서 투자자들의 심장이 쫄깃쫄깃해지고 있습니다.
코스피 시장에선 지난달부터 두 달도 채 안 되는 기간 프로그램 매도를 일시 정지하는 사이드카가 모두 10번 발동된 것으로 집계됐습니다.
지난 2일 올해 들어 처음 매도 사이드카가 발동된 이후 지난 23일까지 4번 매수 사이드카와 6번 매도 사이드카가 발동됐는데요. 특히 중동 사태에 따른 국제유가 급등과 환율 부담 속 이달 들어서만 7번의 사이드카가 발동된 것으로 집계됐습니다.
심지어 지난 4일과 9일에는 유가 급등에 코스피가 급락하며 거래를 일시 중단시키는 서킷브레이커가 발동됐는데요. 서킷브레이커가 한 달 내 2번 발동된 건 코로나19 확산이 한창이었던 2020년 3월 이후 처음입니다.
◆'타코' 트럼프의 입, 기묘한 시점
증시의 극단적인 변동성을 가져온 건 트럼프 대통령의 '입'이었습니다. 이날 오전 9시 45분 현재 코스피는 전 거래일 대비 3.16%, 코스닥도 2.51% 상승하고 있는데요. 백악관 행사에 참석한 트럼프 대통령은 기자들과의 대화에서 이란 측에서 석유·가스와 관련된 '매우 큰 선물'을 받았다고 밝힌 영향입니다.
시장은 트럼프 대통령의 기묘한 발표 패턴에 주목합니다. 미국의 주요 군사 작전이나 최후통첩은 대부분 증시가 문을 닫은 금요일 저녁이나 주말에, 반대로 협상 가능성이나 공격 유예 같은 유화 메시지는 월요일 증시 개장 직전에 발표됩니다.
지난 21일 토요일 저녁 트럼프 대통령은 "호르무즈 해협을 48시간 내에 열지 않으면 이란 발전소를 폭격하겠다"고 최후통첩을 보냈습니다. 23일 월요일, 아시아 증시가 블랙먼데이를 맞을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었습니다. 그런데 뉴욕 증시 개장 약 2시간 전인 오전 7시 5분, 트럼프 대통령은 돌연 "이란과 매우 좋고 생산적인 대화를 나눴다"며 발전소 공격을 5일간 유예한다고 밝혔습니다.
뉴욕 증시는 즉각 반응했는데요. 다우지수는 장중 1000포인트 가까이 급등했고, 국제 유가는 10% 넘게 급락했습니다. 블랙먼데이는 반등장으로 뒤바뀌었습니다.
시장이 석연치 않게 바라보는 점은 트럼프 발표 약 15분 전 국제 원유 선물시장에서 갑자기 대규모 매도 거래가 집중됐다는 겁니다. 파이낸셜타임스에 따르면 오전 6시 49분과 50분 사이 약 6200건의 브렌트유 및 서부텍사스원유 선물 계약이 체결됐는데 명목 가치가 약 5억8000만달러에 달했습니다.
월가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의 이런 행보를 '타코'(TACO·Trump Always Chickens Out)라고 부릅니다. 강경 발언을 쏟아냈다가 결국 물러서는 패턴을 뜻합니다. 투자자들은 이제 트럼프의 말 자체를 믿기보다 "결국 물러설 것"이라는 기대에 베팅합니다. 진실 여부보다 다른 투자자들이 어떻게 반응할지를 예측해 매매한다는 겁니다.
◆포모 휩싸인 개미들…불확실성에 베팅한 투자자들
여기에 '포모'(FOMO·소외되는 것에 대한 공포) 심리까지 겹쳤습니다. 지난해부터 이어진 상승장에서 수익을 내지 못한 투자자들이 "이번에는 놓치면 안 된다"는 조급함에 공격적으로 매수에 나서고 있습니다. 지난 23일 코스피가 6.49% 급락했을 때 개인투자자들은 사상 최대 규모인 7조29억원을 순매수했는데요. 이달 들어 지난 24일까지 개인은 24조9014억원을 순매수하며 외국인(-21조9184억원)과 기관(-4조1639억원)의 매도세를 홀로 받아냈습니다.
중동 전쟁 국면에서 일상이 된 국내 증시의 매도·매수 사이드카 발동은 패닉바잉(공포 매수)과 패닉셀(투매)이 교차하는 포모 장세의 전형입니다. 증시가 트럼프의 발언에 따라 급등락을 이어가면서 개미들은 관망하기보단 변동성을 활용한 적극적인 투자에 나선 모습입니다.
증시 변동성이 극단적으로 확대되면서 단기 매매 차익을 노린 레버리지 상품 거래량도 급격하게 늘었습니다.
최근 한 달(2월 23일~3월 23일) 동안 개인 투자자가 가장 많이 순매수한 ETF 1위는 'KODEX 레버리지'로 1조1621억원을 사들였습니다. 같은 기간 해당 상품의 수익률은 -18.79%로 큰 손실을 입었지만 개인들의 매수세는 멈추지 않았습니다. 공격적인 개인투자자 중심의 수급 지지력이 증시 하단을 지지하고 있지만 이로 인한 변동성도 확대됐다는 평가가 나오는 대목입니다.
주말이면 주식 커뮤니티마다 불안한 투자자들의 글이 쏟아집니다. 실시간 외신을 '새로 고침'하며 트럼프의 폭탄 발언이 없기를 바라는 기대와 지난 금요일에 주식을 팔지 않은 후회가 뒤섞인 자조 글들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의 입을 바라보는 가운데 사이드카와 서킷브레이커가 일상이 된 증시, 출구는 과연 어디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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