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전시속으로] "하얗게 덮은 자리는 또 다른 이미지의 출발점"

로봇
mWiz 이 기사 포인트

리안갤러리 대구, 에디 마르티네즈 개인전
'화이트-아웃(White-Out)' 시리즈 선보여

리안갤러리 전시 전경. 리안갤러리 제공
리안갤러리 전시 전경. 리안갤러리 제공
Eddie Martinez, Green Orbit, 2025, Acrylic, oil, and spray paint on linen, 121.9 x 152.4cm.
Eddie Martinez, Green Orbit, 2025, Acrylic, oil, and spray paint on linen, 121.9 x 152.4cm.
자신의 작품 앞에 선 에디 마르티네즈 작가. 이연정 기자
자신의 작품 앞에 선 에디 마르티네즈 작가. 이연정 기자

미국 작가 에디 마르티네즈(Eddie Martinez)의 전시가 리안갤러리 대구에서 열리고 있다.

그의 작품은 유독 흰색 물감으로 덮은 부분들이 눈에 띈다. 그 아래 희미하게 남은 색이 언뜻 비치고, 검은 테두리가 겨우 형상을 짐작하게 한다. 캔버스 위 이미지들은 흰 물감으로 덮이고 다시 드러나며, 그 위에 다시 그려지는 과정을 거치며 생성과 소멸의 경계에 머문다.

그는 오랜 시간 '그리기와 지우기'라는 행위를 탐구해왔다. 이번 전시에서 선보이는 '화이트-아웃(White-Out)' 시리즈는 그가 축적해온 회화 세계를 살펴볼 수 있는 작품들이다.

전시장에서 만난 작가는 "2015년 뉴욕 전시를 준비하던 중, 그림을 없애기 위해 흰색 물감으로 덮었는데, 약간 물러나 캔버스에 구현된 물성을 보니 느낌이 괜찮았다"며 "삭제라기보다 재탄생시키는 느낌으로 처음 이 기법을 시작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의 말처럼, 흰 물감을 덮는 것은 지우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그 흔적을 더 분명하게 드러내는 행위에 가깝다. 덮인 자리는 화면의 리듬과 밀도를 변화시키며 새로운 이미지를 불러낸다.

"흰색에 집중하는 건, 그 색이 뭔가를 변화시킬 수 있는 능력이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흰색은 새로운 생명을 부여할 수 있어요. 아직 흰색의 한계를 파악하지 못했기에 당분간 작업에 계속 사용하려 합니다. 한데 한계를 알게 되면 내 작업의 동력이 없어지는 것이니, 어느 정도는 알지 못했으면 하는 마음도 있죠."

Eddie Martinez, Lost Edge, 2025, Acrylic, oil, and spray paint on linen, 182.9 x 152.4 cm
Eddie Martinez, Lost Edge, 2025, Acrylic, oil, and spray paint on linen, 182.9 x 152.4 cm
Eddie Martinez, Lexicons, 2025, Acrylic, oil, and spray paint on linen, 152.4 x 182.9cm
Eddie Martinez, Lexicons, 2025, Acrylic, oil, and spray paint on linen, 152.4 x 182.9cm

2층 전시장의 '렉시콘스(Lexicons)'는 드로잉의 즉각성과 회화의 물성이 동시에 잘 드러나는 작품이다. 대형 캔버스 속 반복되는 형상과 빠른 선, 그것을 덮는 흰색의 층이 유기적으로 얽힌다.

리안갤러리 관계자는 "그의 회화는 고정된 이미지라기보다, 시간과 행위가 겹겹이 축적된 흔적으로 제시된다"며 "지움이 공백이나 침묵으로 귀결되는 대신, 지워진 자리는 또 다른 이미지의 출발점이 된다"고 말했다.

이어 "추상과 구상, 드로잉과 회화, 즉흥성과 통제 사이를 오가는 작업은 하나의 결론에 도달하기보다 끊임없이 수정되는 상태로 존재한다"고 덧붙였다.

전시는 4월 30일까지 이어지며 일, 월요일은 휴관한다. 053-424-2203.

0700
AI 뉴스브리핑
정치 경제 사회 국제
국민의힘 대구 달서구청장 예비후보 경선에서는 김형일 전 부구청장, 홍성주 전 대구시 경제부시장, 김용판 전 국회의원 등 3명의 후보가 여론조...
휘발유와 경유 판매가격이 상승세로 돌아서면서 주유소에서의 체감 기름값 부담이 커지고 있다. 26일 기준 휘발유의 전국 평균 가격은 리터당 1...
제주에서 초등학생을 유인하려는 유괴 의심 사건이 발생하여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으며, 22일과 19일 두 건의 사건이 보고되었다. 대구 동구 ...
이란 이슬람혁명수비대 해군 사령관 알리레자 탕시리가 26일 반다르아바스에서의 공습으로 사망하면서 호르무즈 해협 통제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지고..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