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아파서 눈물나. 목에서 피가 나."
40도에 육박한 고열과 극심한 통증 속에서도 교단을 떠나지 못했던 20대 유치원 교사의 마지막 메시지가 공개됐다. 의식을 잃기 직전까지 가족과 지인에게 남긴 메시지에는 당시의 위급한 상태가 고스란히 담겼다.
30일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은 기자회견을 열고 경기도 부천의 한 사립유치원에서 근무하던 교사 A씨의 사망 경위를 공개했다. A씨는 지난 1월 27일 B형 독감 확진 판정을 받았으나 대체 인력이 없어 30일까지 사흘간 출근을 이어갔다.
당시 A씨는 39.8도의 고열에 시달렸고, 결국 상태가 악화돼 30일 조퇴한 뒤 다음 날 병원에 입원했다. 입원 당일 중환자실로 옮겨졌으나 회복하지 못하고 약 2주 뒤인 지난달 14일 폐 손상 등 합병증으로 숨졌다.
전교조에 따르면 고인은 지난 1월 19일부터 30일 새벽 응급실에 실려가기까지 유치원 발표회 준비 과정에서 과중한 업무에 시달렸다. 건강 상태가 급격히 악화된 상황에서도 업무를 이어가야 했던 정황이 드러났다.
낮에는 유치원에서, 퇴근 이후에는 자택에서 업무를 이어가는 등 사실상 휴식이 어려운 환경이었다고 전교조는 설명했다. 발표회를 앞두고 댄스와 피아노, 장구, 북 난타 등 여러 공연을 동시에 준비해야 했으며, 악기를 약 100m 떨어진 건물로 옮기는 작업까지 담당했다. 여기에 '주간 놀이 협의'와 각종 보고서 작성 업무도 병행해야 했고, 주말에도 출근이 이어졌다.
건강 이상 신호는 격무가 계속되던 지난 1월 24일 처음 나타났다. 토요일이었지만 고인은 신입생 오리엔테이션 준비를 위해 출근했다. 이후 병원을 찾아 B형 독감 확진을 받고 수액 치료를 받았지만, 다음 날에도 정상 근무를 이어갔다.
당시 고인은 원장에게 "B형 독감이라고 한다. 몸 관리에 좀 더 신경썼어야 하는데 죄송하다. 내일 마스크 쓰고 출근하겠다"라고 메시지를 보냈다. 유족에 따르면 가족이 출근을 만류했으나 고인은 "나오지 말라고 안 하는데 어떻게 출근을 안 해"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후에도 고인은 "출근했어여 오늘", "목소리가 안 나와", "아직도 협의 중이야ㅠㅠ" 등 메시지를 가족에게 보내며 업무를 이어갔다. 병세는 점점 악화됐다. 29일에는 38도를 넘는 고열 속에서도 저녁까지 근무했고, 지인에게는 "너무 아파서 눈물 나. 집 가려고"라고 호소했다.
다음 날인 30일에는 체온이 39.8도까지 상승했다. 고인은 "컨디션 너무 안 좋아. 오늘이 출근 중 가장 안 좋아", "38.7도야. 나 2시 지나서 조퇴하기로 했어"라고 가족에게 상황을 전했다. 그러나 인수인계 문제로 조퇴는 늦어졌고, 결국 오후 2시가 가까워서야 병원을 찾을 수 있었다.
이후 상태는 급격히 나빠졌다. 고인은 응급실로 이송된 뒤 약 2주간 의식을 회복하지 못했고, 2월 14일 새벽 패혈성 쇼크로 사망했다.
기자회견에 참석한 고인의 아버지는 "딸은 40도에 육박하는 열이 나고 목에서 피가 나는 지경에 이르러서야 조퇴를 할 수 있었다"며 "병가도 제대로 내지 못하는 유치원 교사들의 현실은 너무나 가혹하다"고 말했다.
전교조는 고인이 위중한 상태에 빠진 이후 유치원 측이 사직서를 작성해 면직 처리했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교육청이 유가족을 '민원 유발자'로 규정하는 등 부적절한 대응을 했다고 비판했다.
감염 경로와 관련해서는 발표회 준비 과정에서 독감이 확산됐을 가능성도 언급됐다. 유아들이 밀집해 참여하는 리허설과 집단 활동이 이어진 만큼 감염 위험이 높았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박영환 전교조 위원장은 "'아파도 교실에서 아파라, 죽어도 교실에서 죽어라, 선생님의 건강도 실력'이라는 관리자들의 낡은 인식과 아픈 교사를 대체할 수 없어 내가 아프면 다른 사람이 피해를 보는 낡은 시스템이 초임 교사를 죽음으로 내몰았다"고 밝혔다.
전교조는 "법정 감염병 발병 시 교사의 병가 사용 승인을 의무화하고 실효성 있는 대체 인력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면서 "사립유치원의 공적 책무성을 강화하고 죽음을 조작한 관련자를 엄중히 처벌하라"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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