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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로 보는 고사성어]<16>천방지축(天方地軸), "하늘의 한구석으로 갔다가 땅의 중심축으로 갔다가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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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정(一鼎) 이창수 서예가
일정(一鼎) 이창수 서예가
최재목 영남대 철학과 교수
최재목 영남대 철학과 교수

"'천방지축' 트럼프 믿을 수 있나…"처럼, 제멋대로인 사람에게 '천방지축'이란 말을 쓴다.

'천방지축(天方地軸)'은, "하늘 천, 네모 방, 땅 지, 중심축 축"으로, "하늘 한구석으로 갔다 땅의 중심(축)으로 갔다가 한다"라는 뜻이다. 앞뒤 안 가리고 제멋대로 덤벙덤벙 날뛰는 모양새를 가리킨다. 중국・일본에서는 거의 쓰지 않고 우리나라에서만 쓰인다.

하지만 언제 누가 쓰기 시작했을까는 불분명하다. 조선시대 천민의 성씨인 '천,방,지,축…'에서 왔다는 설도 있으나 근거 없다. 확실한 것은 천방지축이 "천관지축(天關地軸), 천동지진(天動地震), 천륜지축(天輪地軸), 천원지방(天圓地方), 천장지구(天長地久), 천현지황(天玄地黃)"처럼 '천○지○'라는 형식에 맞췄다는 점이다. 앞서 든 예에서 천방지축에 가까운 것이 '천관지축'이다. '관'자만 빼면 같지만, 내용적 관련은 없다.

사실 천방지축에서 '지축'은 많이 쓰이나 '천방'은 그렇지 못하다. 옛날 중국에서는 천방을 이슬람교의 성지 메카(Mecca 사우디아라비아 서쪽 지방)를 가리켰다. 이를 따른다면, "천방 쪽이었다가, 지축 쪽이었다가…"라는 정도로도 풀이된다. 아니면, 상식적 문구 "천원지방(하늘은 둥글고 땅은 네모남)"을 무시하고, "하늘이 네모나다고 했다가, 땅이 둥글다(축)고 하는 식" 또는 "네모난 것을 하늘이라 했다가, 둥근 것을 땅이라 하는 식"의 풀이도 가능하다.

어쨌든 동아시아에서 천지는 우주에 배속된 '시간・공간'의 최대 형식이다. 우리가 '지금(now) 여기(here)'에 있음을 '존재(存在)'라 한다. 존은 '존속, 존망, 존명(存命)'처럼 '시간 속에 있음'을, 재는 '재직, 재가, 재향'처럼 '공간 속에 있음'을 말한다.

우리 몸의 외적 근거는 우주(宇宙)이다. 우주는 "집 우, 집 주"처럼 모두 '집'으로 읽는데, 사실 '우'는 '상하좌우(上下左右)'라는 무한공간을, '주'는 왕래고금(往來古今)이라는 무한시간을 가리킨다. '우'는 하늘・지붕처럼 천지 만물을 뒤덮고 있는 공간의 '고정된 모양새'를, '주'는 하늘에서 빛나는 해・달・별처럼 시간의 '부단한 변화'를 말한다.

집을 예로 들면, 방과 창문 같은 공간 얼개의 형식이 '우'에, 배수관의 물 흐름이나 전등의 명멸 같은 시간 변화의 형식이 '주'에 해당한다. '땅(=지)'은 공간의 상징으로 '우'에, '하늘(=천)'은 시간의 상징으로 '주'에 부속된다.

우주-천지는 우리 '몸집'에도 스며있다. 허준의 『동의보감』에서 "머리는 하늘을 닮아 둥글고(頭圓象天), 발은 땅을 닮아 네모나다(足方象地)"라고 했듯, 몸 자체가 하나의 작은 천지고 우주다. '신(身)'은 우주 시간을 경험하는 생리적 몸(living body, Leib)이고, '체(體)'는 우주 공간을 점하는 형식적 몸(Body, Körper)이다.

이같이 우주・천지・인간의 일체화는 우리 문화 속의 암묵지이다. 조선시대의 아동서인 『천자문』, 『계몽편』, 『동몽선습』의 첫머리에는 반드시 '하늘-땅'의 설명이, 이어서 '사람'의 위상과 도리가 나온다. '천방지축'도 이런 관습에서 "천지도 모르고 날뜀"을 경고한 말이리라.

천방지축은, 고전에 거의 보이지 않다가 1924년경 잡지 『개벽』에 한글로 표기된 뒤 여타 언론에도 나타난다. 한자 명기는 '1958년 4월 23일 자/1959년 11월 4일 자' 『마산일보』에서부터다.천방지축인 자들이 국내외로 허다한 시대다. 길 잘 살피며, 정신 차리고 살아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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