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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인숙의 옛그림 예찬] <342> 머나먼 중국 땅에서 고향집을 그리며 청음 김상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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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의 미술사 연구자

정선(1676-1759),
정선(1676-1759), '북단송음(北壇松陰)', 종이에 수묵, 27×70.9㎝, 국립중앙박물관 소장

'북단송음'의 소나무 우거진 북단은 경복궁 북문인 신무문 밖에 있는 회맹단(會盟壇)이다. 현재는 청와대 구역에 포함되어 있다. 회맹단은 공신을 녹훈한 뒤 구리쟁반에 담은 피를 마시며 충성을 맹세하는 회맹제를 치렀던 제단이다. 공신회맹단, 맹단이라고 했고 한양 북쪽이어서 북단으로 불렀다. 영조 때 '한양도성도'에 표시되어 있는 것을 보면 서울 사람들에게 잘 알려진 장소였다.

그림 가운데 부분의 넓은 빈터에 사각형으로 도드라진 곳이 회맹단이다. 위로는 솔숲과 백악산을 그렸고, 아래로는 경복궁 소나무가 빽빽하다. 회맹단 바로 아래 갓 쓴 두 양반과 활과 화살통을 멘 소년은 근처의 활터로 가눈 중이다. 왼쪽에 '북단송음 겸재'로 제목과 서명이 있다. 특별한 명승지도 아닌 이곳을 겸재 정선은 왜 그림으로 그렸을까?

회맹단에서 가까운 청운동에 살았던 청음(淸陰) 김상헌(1570-1652)이 중국에서 지은 시에 '회맹단'이 있기 때문 아닐까 추정해 본다. 김상헌은 청나라의 파병 요구에 반대하는 상소를 올렸다는 이유로 1640년 청나라 군대에 의해 심양으로 끌려가 6년이나 억류되어 있었다. 이 때 서울의 집을 그리워하며 지었다.

도성 북쪽 흰 모래 깎은 듯 평평한데/ 네모진 제단 쌓인 것은 예로부터 그러했네/ 나라가 선 이후에는 바로 일이 있었으나/ 일 지나고 사람 없어 텅 빈 채로 적막하네/ 달빛 희고 바람 맑으니 좋은 벗이 찾아와/ 산보하고 소요하니 즐거움 끝이 없었네/ 나의 집은 소 울음 들릴 만큼 가까운 곳에 있으니/ 어느 날에나 돌아가 지팡이 짚고 거닐어 보나

城陰白沙平如削 妥帖方壇自古昔 有國由來卽有事 事過無人空寂寞 月白風淸良友至 散步逍遙樂未已 吾家住在一牛鳴 何日歸來試杖履

정선은 김상헌의 후손들과 가까웠다. 김상헌의 증손자인 김창협, 김창흡, 김창업 등 안동 김씨 집안의 도움으로 벼슬길에 들어서게 되고 이들의 후원을 받으며 화가로 활동한다. '북단송음'은 먹색이 유난히 짙고 흑백의 대비가 선명한 매우 삼엄한 수묵화다. 김상헌의 시에 의거해 그의 후손인 안동 김씨 집안의 누군가를 위해 이 부채그림을 그렸을 것 같다.

대구의 미술사연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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