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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대 보다 철학과…?! 심상찮은 철학과 경쟁률, 왜 몰렸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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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명대 철학과 경쟁률 30대 1 돌파, 의예과 제치고 1위… 이례적 급등
"철학과 수업 수강생 절반은 타과생" 현장에서도 체감하는 철학과 인기
AI 시대의 역설… 인문학 가치 재조명에 현실적 선택 맞물려

챗GPT 생성 이미지.
챗GPT 생성 이미지.

#자신을 "반골 기질이 있는 사람"이라고 소개한 경북대 철학과 1학년 정인교 씨는 애초 대학 진학을 하지 않으려 했다. 대학이 '배움의 장'이 아니라 '취업 관문'으로만 인식되는 현실이 마음에 들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어쨌든 대학은 나와야 한다"는 부모님의 권유로 진학을 결심한 그는 수많은 학과 가운데 철학과를 선택했다. 세상을 비판적으로 바라보고 스스로 사고하는 힘을 기를 수 있다는 점이 매력적으로 다가왔기 때문이다.

인문계 '비인기 학과'로 여겨지던 철학과가 이례적인 경쟁률 상승세를 보이며 대학가의 주목을 받고 있다. 일부 대학 입학 전형에서는 의예과 보다 더 높은 경쟁률 기록할 정도로 지원자가 몰리면서, 그 원인에 대한 궁금증도 커지고 있다.

대구권 주요 3개 대학의 2026학년도 입시 결과를 보면 이러한 흐름은 더욱 뚜렷하다. 영남대 철학과는 올해 수시모집 학생부교과 일반전형에서 24.30대 1의 경쟁률을 기록하며, 전체 학과 가운데 의예과(33.75대 1)에 이어 두 번째로 높은 경쟁률을 보였다. 경북대 역시 같은 전형에서 19.67대 1의 경쟁률을 나타내며 인문대학·사회과학대학 전체 학과를 통틀어 노어노문학과와 함께 공동 1위를 차지했다.

올해 같은 전형에서 계명대는 경쟁률이 31.83대 1로, 전년도(7.75대 1) 대비 4배 이상 급등하며 의예과를 제치고 전형 내 최상위 경쟁률을 기록했다. 이는 학과 내부에서도 "우리도 놀랐다"는 반응 나올 정도로 이례적인 상승세다.

유원기 계명대 철학과 학과장은 "특별히 교과 과정이 바뀌거나 외부 요인이 있었던 것도 아닌데 이렇게 경쟁률이 치솟은 것은 설명하기 어렵다. 우리도 원인을 딱 짚지 못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들 대학의 철학과 경쟁률은 2019학년도에는 경북대 수시(교과·학종)를 제외하면 대부분 정시와 수시를 막론하고 한 자릿수에 머물렀으나, 최근 2년 사이 특히 수시 교과 전형을 중심으로 크게 상승하는 흐름을 보이고 있다.

이는 지역에 국한된 현상이 아니다. 각 대학 입학 홈페이지와 대학알리미 공시 자료를 통해 최근 3년간 전국 대학 철학과 경쟁률을 살펴보면, 수도권과 비수도권, 상위권과 하위권을 가리지 않고 전반적인 상승세가 확인된다.

실제 철학과 학생들이 느끼는 변화도 뚜렷했다.

고등학생 때부터 윤리 과목을 좋아해 철학과를 선택했다는 경북대 철학과 3학년 장채경 씨는 "안 그래도 제가 입학하던 때부터 신입생 경쟁률이 높아지고 있다고 들었다. 에브리타임(대학생 익명 커뮤니티)에서 '명강의'라고 소문난 우리 학과 수업의 경우 전체 수강생의 절반이 타과 학생일 정도로 인기가 있다"고 말했다.

영남대 철학과 3학년 김세이 씨는 "철학은 당연한 것에 질문을 던지고, 그것을 당연하지 않게 만드는 학문이라고 생각한다. 그 과정이 흥미로워 전공을 선택하게 됐다"며 "최근 전공 수업에 우리 과 학생이 아닌 경우가 많아졌고, 복수전공을 하는 학생도 꽤 보인다. 이과 쪽에서 전과한 사례도 있다고 들었다"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철학과 경쟁률 상승을 단일 요인으로 설명하기는 어렵다고 본다. 인공지능(AI) 시대 속에서 역설적으로 인문학의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는 데다, 복수전공·전과를 염두에 둔 전략적 선택, 로스쿨 진학 준비 등 현실적인 요인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홍우람 경북대 철학과 교수는 "AI 시대라는 이유만으로 철학의 필요성을 단정적으로 연결하기에는 무리가 있다"면서도 "결국 중요한 것은 '어떤 질문을 던질 것인가'이며, 철학은 질문을 던지고 주어진 답을 다시 따져 묻고 계속해서 문제를 파고드는 학문이라는 점에서 철학적 사고 방식이 요즘 시대에 더욱 의미를 가진다고 생각하는 학생들도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곽희 영남대 철학과 교수는 "AI 시대가 되면서 기술 문명이 급격히 발달했고, 이에 따라 어떤 기술이 미래에 힘을 발휘할지 예측하기 어려운 시대가 됐다"며 "철학은 어떤 직업을 가지든 필요한 기초 역량, 즉 비판적 사고와 문제 해결 능력과 관련된 교육과정을 갖고 있다. 이러한 능력은 미래 사회에서 요구되는 핵심 역량으로, 철학은 이를 전통적으로 다뤄온 학문"이라고 강조했다.

또 "철학 공부가 로스쿨 진학에 필요한 LEET나 공직 진출을 위한 PSAT 준비에 유리하다는 인식도 있다"며 "일부는 '대학 간판'을 얻거나 다른 전공으로 이동하기 위한 통로로 철학과를 선택하기도 한다"고 부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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