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이 허락할 때까지는 계속 배우고 싶어요."
오는 8일 '어버이날'이 다가오는 가운데 여전히 배움의 끈을 놓지 않는 어버이들이 있어 눈길을 끈다. 대구 제일중학교 내에 위치한 대구내일학교에 재학 중인 학습자들 이야기다. 대구내일학교는 전국에서 유일하게 교육청이 직접 운영하는 '학력인정 성인문해 교육 프로그램'이다. 사회·경제적 여건 탓에 배움의 때를 놓친 성인들이 학교에 찾아와 나이도, 건강도 잊고 공부에 열중하고 있다.
◆어르신들의 끝없는 배움 향한 열정
대구내일학교는 2011년 초등 학력 인정 과정을 시작으로 2013년 중학 과정까지 확대됐다. 15년간 총 2천321명의 학력인정자를 배출했다. 현재는 1개의 초등 학급과 6개의 중학 학급을 운영하고 있다.
학습자들의 평균 연령 70세로, 주 3회 등교해 국어·수학·사회·과학·영어·음악·정보 등 정규 교과를 배운다. 또 실생활에 필요한 도서관·박물관 체험학습, 졸업여행 등 창의적 체험활동에도 참여하고 있다. 전 과정을 이수하면 검정고시 없이도 교육감이 인증하는 초등·중학 학력인정서를 받을 수 있다는 점이 대구내일학교의 가장 큰 장점이다.
대구내일학교의 가장 큰 동력은 '학습자들의 열정'이다. 대다수가 60, 70대의 고령임에도 불구하고 출석률이 높은 편이다. 무릎이 아파도 등교를 거르지 않는 이들에게 학교는 배움터이자 같은 처지의 친구들을 만나는 사랑방인 셈이다.
대구시교육청은 배움을 갈망하는 시민들이 경제적 부담 없이 공부에 집중할 수 있도록 전 교육과정을 무상으로 지원하고 있다. 매년 신입생을 모집하며, 배움의 기회를 놓친 만 18세 이상의 성인이라면 소정의 절차를 거쳐 누구나 입학할 수 있다.
올해 중학 과정에 입학한 김모(68) 씨는 "거리의 간판, 텔레비전 등 주변에서 나오는 한글, 영어를 잘 몰라 답답함이 컸는데 학교에서 직접 배우고 나니 자신감이 생긴다"며 "요즘은 손주에게 틈틈이 문자를 보내는 즐거움으로 산다"고 말했다.
◆십 대 소녀처럼 설레는 '졸업여행'
지난달 3일 이른 아침, 대구내일학교 정문 앞은 어느 때보다 활기찼다. 화사한 나들이 의상을 차려입은 어르신들의 얼굴에는 숨길 수 없는 설렘이 가득하다. 배움의 한을 풀고 학사모를 쓸 준비를 마친 중학 과정 졸업예정자들이 경북 경주로 졸업여행을 떠나는 날이기 때문이다. 평소 공책, 연필이 든 가방에는 친구들과 나눠 먹을 간식과 선글라스, 모자 등 멋쟁이 소품들로 가득하다.
이들이 떠날 졸업 여행지는 신라 천 년의 역사를 간직 국립경주박물관, 황룡사역사문화관, 추억의 달동네 등이다. 이번 여행은 단순한 관광의 즐거움을 넘어 그동안 교실에서 익힌 역사 지식을 눈으로 직접 확인하고, 자신의 살아온 세월을 되돌아보는 뜻깊은 시간으로 이뤄졌다.
첫 행선지인 국립경주박물관에 들어선 어르신들의 눈빛은 여느 때보다 진지했다. 교과서 사진으로만 보았던 신라의 화려한 천마총 금관과 '종을 칠 때마다 아이가 엄마를 부르는 소리가 났다'는 전설의 주인공인 에밀레종(성덕대왕신종)을 마주한 순간 여기저기서 탄성이 터져 나왔다.
졸업 예정자인 박모(72) 씨는 "에밀레종을 가까이서 직접 보니 생각보다 크고 웅장했다"며 "문화재에 대해 잘 몰랐는데 스스로 안내문을 읽으며 신라 사람들의 지혜를 좀 더 깊게 이해할 수 있게 됐다"고 소감을 전했다.
대구내일학교는 그동안 수학여행이나 졸업여행을 가보지 못한 성인 학습자를 위해 경주 불국사, 대릉원, 첨성대 등 우리 지역의 역사 유적지를 찾는 졸업여행을 정례적으로 추진해 오고 있다.
지난 졸업여행에 참여했던 한 학습자는 "평생 자식들 뒷바라지하며 자식들 수학여행과 졸업여행을 보내만 봤다"며 "직접 졸업여행을 가서 교복을 입고 동기들과 함께 사진을 찍은 순간이 내 인생 최고의 순간 중 하나"라고 했다.
◆실습형 교육, 디지털 장벽 허물어
최근 대구내일학교가 중점을 두고 있는 분야는 학습자들의 '디지털 문해력' 향상이다.
시교육청은 수업에서 이뤄지는 학습에 더불어 일상생활 편의 증진과 디지털 격차 해소를 위해 디지털 문해교육을 본격적으로 확대 운영하고 있다. 키오스크(무인주문기), 은행 현금자동입출금기(ATM) 이용 등 급변하는 디지털 환경에서 소외되기 쉬운 학습자들을 위해 실습 중심으로 교육을 강화하고 있다.
특히 학습자들이 실생활에서 가장 어려움을 느끼는 금융·도서관·영화관·의료체험 등 4개 분야를 선정, 현장에서 직접 기기를 조작하고 서비스를 이용해 보는 '체험형 교육'을 실시한다.
먼저 'iM단디금융교육사업단'이 운영하는 금융복합 체험 공간인 'iM금융체험파크'를 방문해 경제 문해교육을 진행한다. 학습자들은 이곳에서 실제와 동일하게 구현된 은행 ATM기기를 사용해 계좌 조회와 이체 방법을 실습해 본다. 또 갈수록 지능화되는 보이스피싱 예방 교육을 통해 어르신들이 소중한 자산을 지키고 안전한 디지털 금융 활동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공공 도서관에 방문해 스마트 도서관 이용법을 배우는 시간도 가진다. 사서로부터 도서 검색대 활용과 무인 대출 반납기 사용법, 인공지능(AI) 도서 추천 방법 등을 배우고 도서 대출 회원증을 발급받아 직접 도서 대출·반납을 실습해 본다.
지역 영화관을 방문해 키오스크를 활용한 영화 예매 과정도 익힌다. 상영 시간 확인부터 좌석 선택, 결제, 매점 간식 주문까지 전 과정을 스스로 체험하며 디지털 기기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을 해소하고 문화 향유의 즐거움을 만끽하는 시간을 갖는다.
체험에 참여한 김순애(77) 씨는 "그동안 방법을 몰라 (키오스크를) 피했는데 하나하나 배우고 나니 자신감이 생긴다"며 "이번에 20년 만에 영화관을 찾았는데 앞으로는 가족들과 자주 올 예정"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학습자들은 대구 약령시 한방의료체험타운을 방문해 디지털 건강 관리 시스템을 체험한다. 4층 ICT 한방체험관에서 안면 인식 기술을 활용한 '사상체질 감별'을 통해 자신의 체질을 확인하고, 가상현실(VR) 기기를 이용한 한의사 진료 과정을 경험한다. 5층 뷰티 체험장에서는 첨단 장비를 통한 피부·두피 진단을 받고, 네일케어 등 셀프 뷰티 과정을 실습한다.
박선옥 시교육청 교육복지과장은 "대구내일학교는 배움에 대한 열정 하나로 용기를 낸 시민들을 위한 희망의 사다리"라며 "학습자들이 소외되지 않고 사회의 구성원으로 당당히 활동할 수 있도록 지원체계를 더욱 공고히 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대구내일학교의 교육 일정과 상세한 모집 요강은 시교육청 홈페이지 공지사항을 확인하거나, 대구내일학교 교무실(053-232-7768), 시교육청 평생교육팀(053-231-0775)으로 문의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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