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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왜 나만 갖고 그래, 거리가 무너지는 기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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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호 대구 중부경찰서 중앙파출소 팀장

김진호 대구 중부경찰서 중앙파출소 팀장
김진호 대구 중부경찰서 중앙파출소 팀장

"왜 나만 갖고 그래~ 단속 좀 똑바로 하세요"

기초질서는 거창한 규범이 아니다. 법전 속 조항처럼 멀리 있는 개념이 아니라, 우리가 매일 발을 딛고 서 있는 거리에서 만들어지는 가장 기본적인 약속이다. 서로에게 불편을 주지 않겠다는 최소한의 합의, 그것이 기초질서다. 이 약속이 느슨해질 때 사회는 눈에 보이지 않는 균열을 안고 가게 된다. 그리고 그 균열은 대개 사소한 지점에서 시작된다.

'왜 나만 갖고 그래' 그날도 그 말로 시작됐다. 지난주 월요일 동성로 일대. 기초질서 단속이 진행되던 거리였다. 담배꽁초와 침 자국이 여기저기 남아 있는 보도 위에서 나는 규정을 설명하고 범칙금을 고지했다. 반복된 절차였고, 익숙한 일이었다. 하지만 현장의 공기는 늘 같지 않았다.

단속 현장에는 연령대를 불문하고 짧고 거친 말들이 이어진다. 말은 금방 사라지는 것 같지만, 그날의 공기는 쉽게 가라앉지 않는다. 단속은 계속되지만 그 사이에 남는 감정은 쌓인다. 그럴 때마다 스스로 생각한다. '우리가 지키려는 이 질서가 정말 그 정도로 가벼운 것인가'

기초질서는 그렇게 무너진다. 큰 사건으로 시작되지 않는다. '나 하나쯤은 괜찮겠지'라는 생각이 쌓일 때 그때부터 균열은 시작된다. 처음에는 작은 틈이지만 시간이 지나면 그것은 기준이 된다. 그리고 기준이 낮아지는 순간, 질서는 더 이상 작동하지 않는다.

단속 현장에서 가장 자주 듣는 말은 '다 안 지키는데 왜 나만 갖고 그러냐'다. 이 말은 단순한 불만이 아니다. 무엇을 잘못했는가보다 왜 내가 걸렸는가를 먼저 묻는 시선이다. 그 순간 기준은 개인의 선택으로 밀려나고, 공공의 약속은 뒷순위로 밀린다.

경찰에 처음 입문했을 때만 해도 다른 말이 먼저 나왔다. '한 번만 봐달라'는 부탁이었다. 그 말에는 적어도 자신이 잘못했다는 인식이 담겨 있었다. 지금은 다르다. 인정 대신 항의가 먼저 나온다. 같은 위반을 두고도 받아들이는 태도가 달라졌다.

경찰에 입문한 지 30년이 다 돼 간다. 그 사이 경찰의 역할도 변해왔다. 과거에는 범죄를 진압하는 데 무게가 실렸다면, 지금은 그 이전 단계에서 위험을 줄이고 예방하는 데 더 많은 힘을 쏟는다. 사회적 안전과 치안서비스를 유지하는 방향으로 중심이 이동했다. 그 출발점이 바로 기초질서다.

현장에서 느끼는 것은 그 변화가 같은 속도로 받아들여지고 있는지에 대한 고민이다. 규정은 분명해졌지만, 체감은 오히려 멀어지는 것은 아닌지 생각하게 된다. 단속이 강화될수록 반발도 함께 커지는 모습은 그 간극을 그대로 보여준다.

작은 균열은 금세 번진다. '파사현정'이라는 말이 새삼 떠오른다. 무너진 것을 바로잡는 일은, 처음 막는 것보다 늘 더 어렵다. 법은 거창한 조항만으로 서 있는 것이 아니다. 그 아래를 지탱하는 것은 사소해 보이는 규칙과, 우리가 함께 지키기로 한 기초질서다.

그 질서가 느슨해질 때 더 위험해지는 것은 위반 자체가 아니라, 그것을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감각이다. 도덕적·사회적 법치에 대한 무감각은 서서히 퍼지고, 어느 순간에는 그것이 일상이 된다. 그리고 그 일상은 다시 사회 전체의 기준을 끌어내린다.

그래서 오늘도 거리에 선다. 누군가를 가려내기 위해서가 아니라, 같은 기준을 지키기 위해서다. 그리고 그 기준이 시민의 인식으로 자리 잡을 때, 비로소 법은 제대로 작동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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