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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메라 없이 빛과 시간만으로 완성한 사진…김영록 개인전 '더 블루(The Blu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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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12일부터 17일까지
대구문화예술회관 9전시실
태양광 아래 인화지 두고
장시간 피사체 형태 기록
"정직한 기다림 담은 작업"

김영록 작.
김영록 작.
김영록 작.
김영록 작.
김영록 작.
김영록 작.

"이게 사진이라고?", "카메라를 사용하지 않았다고?"

김영록 사진가의 작품은 누구나 갸우뚱할 만하다. 온갖 화려한 기술과 고성능 기기가 '기본'이 된 시대, 그는 사진 자체의 본질, 기원을 파고든다.

작가는 "1830년대 윌리엄 헨리 폭스탤벗이 광학적 드로잉을 만들었던, 카메라 없는 초기 사진 기술을 모티브로 한 '루멘 프린트(Lumen Print)' 작업"이라며 "카메라 본체도, 렌즈도 필요 없다. 오직 인화지 위에 놓인 피사체와 태양, 보이지 않는 시간이 존재할 뿐"이라고 말했다.

그는 본래 암실에서 짧은 순간 빛에 노출돼 검게 변해야 할 흑백 인화지를, 태양광 아래 장시간 방치한다. 인화지는 오랜 시간 빛과 함께 천천히 피사체를 담아낸다.

이 때 인화지의 브랜드나 제조 시기, 보관 상태에 따라 결과물은 보라색, 분홍색, 오렌지색, 혹은 차가운 푸른색을 띠게 된다. 피사체가 머금은 수분, 빛의 양도 색에 영향을 준다.

노출이 끝난 인화지는 물로 씻어내거나 사진정착액에 담그는데, 이 과정에서 선명했던 색감이 빠지며 몽환적인 느낌을 더한다. 작가는 "인화지 내부에 잠들어 있던 다채로운 색상을 끌어내는 작업이다. 찰나의 셔터 스피드에 집중하는 대신 빛의 정직한 기다림을 기록하는 포토그램"이라고 설명했다.

김영록 작.
김영록 작.
김영록 작.
김영록 작.

그는 5월 12일부터 17일까지 대구문화예술회관 9전시실에서 선보이는 개인전 '더 블루(The Blue)'에서 이러한 방식으로 완성한 작품들을 처음으로 공개한다. 꽃과 잡초, 술잔 등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피사체들을 기록한 시리즈가 전시된다.

그의 작품이 흥미로운 것은 오로지 작업하던 그 때의 광량(光量)과 습도, 인화지나 피사체의 컨디션을 고스란히 담고 있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단순히 피사체를 찍은 사진이 아니라, 특정 시간대의 기록을 인화지 위에 남기는 셈이다.

"디지털 사진이 결과 중심적이라면, 이 작업들은 철저히 과정 중심적이죠. 날씨라는 통제할 수 없는 변수를 받아들이고, 태양이 구름 뒤로 숨으면 작업을 멈춰야 하는 작업 방식은 제게 기다림과 겸손함을 가르쳐줍니다."

작가는 "내 작업은 분주한 현대 사회에서 잠시 멈춰 서서 자연의 속도에 발을 맞추는 행위"라며 "이 기록들이 누군가에게는 자연의 숨결을, 누군가에게는 잊고 있었던 기다림의 가치를 전달할 수 있길 바란다"고 말했다.

한편 김영록 사진가는 제33대 한국사진작가협회 대구시지회장, 대구사진비엔날레 육성위원, 대구포토페스티벌 운영위원장 등을 역임했으며 현재 한국사진작가협회 이사를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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