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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점심값조차 부담, 고비용 사회 피해 계층 보호정책 마련 나서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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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피는 8,000선을 바라보고, 수출은 역대 최고 수준을 이어가며, 반도체·방산·조선·인공지능(AI) 관련 기업들은 호황을 구가(謳歌)한다. 수치만 보면 한국 경제는 순항 중인데 정작 시민들은 김밥 한 줄 가격과 점심값을 걱정한다. 패스트푸드점과 실속 뷔페형 식당에는 긴 줄이 늘어선다. 자산시장과 생활경제가 반대 방향으로 움직이는 낯선 국면이다. 가격은 유지한 채 중량을 줄이는 '슈링크플레이션(shrinkflation)'에 이어 재료 수준과 품질을 낮추는 '스킴플레이션(skimpflation)'까지 등장했다. 통계상 물가 상승률보다 체감물가가 훨씬 높게 느껴지는 이유다.

중동전쟁 이후 국제유가 급등으로 비료·사료·물류·포장 비용이 동시에 뛰고 있다. 세계식량가격지수는 3년 2개월 만에 최고 수준으로 올라섰고, 유지류(油脂類)와 곡물 가격도 상승세다. 식용유와 밀가루, 닭고기와 김밥 가격까지 밀어 올린다. 반도체와 AI 중심의 수출 호황은 대기업 실적과 자산시장을 부풀리지만, 국민 생활 수준은 오히려 뒷걸음질치고 있다. 주가는 글로벌 유동성과 미래 기대가 밀어 올리지만 식사비는 국제유가와 곡물 가격, 환율이 결정한다. 현재 물가 상승을 단순한 경기 흐름 문제가 아니라 고비용 사회로의 구조적 전환 신호로 보는 까닭이다.

정부가 내놓은 유류세 인하, 최고가격제 등의 정책은 충격을 늦추는 임시방편일 뿐이다. 인플레이션을 막기 위해 시간을 벌고 있을 뿐이다. 오히려 가격을 과도하게 억누르면 재정 부담과 시장 왜곡만 커질 가능성이 있다. 중요한 것은 일시적인 가격 통제가 아니다. 전기·교통·급식 같은 생활 필수 비용을 안정시키고, 취약계층과 중산층의 실질 구매력 하락을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정책 초점을 옮겨야 한다. 물가와의 전쟁이라는 구호(口號)가 아니라 싸고 풍요롭던 시절이 끝나가는 지금, 누구를 먼저 어떻게 보호할지에 대한 현실적 선택이 시급하다. 코스피는 최고치를 향해 가는데 시민들은 점심값을 걱정하는 사회. 지금 한국 경제가 마주한 가장 불편한 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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