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24일은 불기 2570년 부처님 오신 날이다. 올해 불교계는 봉축 표어로 '마음은 평안으로, 세상은 화합으로'를 내걸었다. 국제적 갈등과 사회적 대립, 깊어지는 불안 속에서 지친 마음에 평안을 되찾고 공동체의 화합을 이루자는 뜻을 담고 있다. 빠른 변화와 경쟁 속에서 부처의 자비와 화합 정신은 오늘날 우리 사회가 다시 돌아봐야 할 가치로 다가온다. 부처님 오신 날을 앞두고 대한불교조계종 제9교구본사 동화사 주지 선광 스님을 만났다.
- 불기 2570년 부처님 오신 날을 맞아 한 말씀 부탁드린다
▶올해는 '마음의 평화, 행복한 세상'을 몸소 실천하는 한 해가 되기를 간절히 바란다. 동화사는 무엇보다 '화합'의 메시지를 세상에 전하고자 한다. 지금 이 순간에도 세계 곳곳에서 전쟁과 갈등의 상처가 깊어지고 있다. 부처님의 자비 광명 안에서 상생하는 지혜를 모을 수 있기를 발원한다. 코로나 시기에 중단됐다가 작년에 재개한 형형색색으로 수놓아지는 달구벌 관등놀이 또한 그 뜻을 같이한다. 전쟁과 고유가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이웃을 위한 모금운동을 함께 펼치는 것, 이것이 바로 자비와 화합의 불교 정신을 삶 속에서 실천하는 길이라 믿는다.
-취임 이후 첫 5월을 맞이했다. 그동안 어떻게 지내고 계신지.
▶한시도 쉬지 못하고 달려왔다. 부처님오신날을 앞두고 동화사가 대구·경북 불교의 정신적 지주로서 사부대중을 올바르게 맞이할 수 있도록 만반의 준비를 기울였다. 현장을 직접 돌며 대중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교구의 현안들을 하나씩 살피면서 동화사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다시금 가다듬는 시간들을 보내고 있다.
-주지 취임 이후 가장 먼저 체감한 책임감이나 고민은 무엇이었나.
▶팔공산 총림 해제 이후 흐트러진 수행 가풍을 바로 세우는 것이 무엇보다 시급한 과제였다. 대구·경북 불교의 구심점인 동화사가 대내외적으로 신뢰를 회복하고, 대중이 흔들림 없이 정진에만 전념할 수 있는 청정한 환경을 갖추어야 한다는 막중한 책임감을 온몸으로 느끼고 있다.
-총림 해제 이후 동화사의 위상을 회복하는 것을 주요 공약으로 내세우셨는데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
▶수행은 사찰의 뿌리이자 근간이다. 선원과 강원 등 교육기관에 대한 지원을 강화하고, 스님들이 오직 정진에만 전념할 수 있도록 제도적 뒷받침을 하나씩 갖춰가고 있다. 겉모습을 화려하게 꾸미는 것보다 내실을 단단히 다지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으며, 대중의 뜻과 의지 또한 굳건하다.
-교구운영위의 역할과 운영 방식은 어떻게 구상하고 계신지.
▶사찰 운영은 투명해야 비로소 신뢰가 생긴다. 교구운영위원회는 특정 개인의 뜻이 아닌 대중의 공의(公議)를 모으는 기구로 운영할 것이다. 객관적인 인사 시스템과 예산 집행의 투명성을 바탕으로, '공심(公心)으로 운영되는 동화사'를 실현하겠다.
-현재 동화사가 지역 사회 안에서 어떤 역할을 해야 한다고 보는지.
▶동화사는 단순한 종교 시설이 아니다. 지역민의 삶 속에 함께하는 안식처이자 문화의 중심지가 돼야 한다. 소외된 이웃을 따뜻하게 보듬는 복지 공동체로서의 역할은 물론, 분주한 일상에 지친 현대인들이 잠시 걸음을 멈추고 자신의 내면을 고요히 들여다볼 수 있는 정신적 쉼터로서의 역할을 해나가겠다.
-불교가 지친 사람들에게 건넬 수 있는 위로는 무엇인지.
▶모든 고통은 집착에서 비롯된다. '내 것'이라는 생각을 내려놓고 지금 이 순간에 온전히 깨어 있는 것만으로도 큰 위안을 얻을 수 있다. 불교는 밖에서 답을 구해주는 종교가 아니다. 스스로 답을 찾아갈 수 있도록 이끌어주는 종교다. 명상과 기도를 통해 흔들리지 않는 내면의 평화를 회복하는 길, 동화사는 그 길을 함께 걸어가고자 한다.
-동화사가 지역민들과 더 가까워지기 위해 추진하고 싶은 과제가 있다면.
▶문턱을 낮추는 것이 먼저다. 사찰의 유휴 공간을 지역민에게 활짝 열고, 차(茶) 문화 체험과 명상 프로그램 등 시민 누구나 쉽게 참여할 수 있는 콘텐츠를 다양하게 마련하려 한다. 지역 특산물 홍보와 지역 축제와의 연계를 통해 지역 경제 활성화에도 기여할 것이다. 이번 어린이날에도 '성불놀이터'를 기획해 아이들과 부모님들이 부처님의 자비 안에서 함께 뛰어놀 수 있는 자리를 마련했다. 동화사는 자라나는 미래 세대와 함께 숨 쉬는 도량이 돼야 한다고 믿는다.
-한국 불교가 가장 고민해야 할 지점은 무엇이라고 보는가.
▶'현대화'와 '대중화'다. 천년을 이어온 전통의 가치는 굳건히 지키되, 세상과 소통하는 방식만큼은 젊고 유연하게 열려 있어야 한다. 사회적 고통에 눈을 감지 않고, 기후 위기와 불평등 등 우리 시대의 절박한 과제에 불교가 어떤 지혜의 답을 건넬 수 있는지 끊임없이 성찰해야 한다. 그것이 살아 있는 불교의 사명이다.
-동화사가 대구·경북 문화관광에서 가지는 상징성은.
▶동화사는 팔공산의 핵심 사찰이자 한국 불교의 정수(精髓)를 간직한 도량이다. 웅장한 통일약사대불과 수많은 보물은 우리 민족의 긍지이자 자부심이다. 팔공산이 국립공원으로 승격된 것을 계기로 삼아, 동화사를 비롯한 팔공산의 찬란한 불교 문화유산을 유네스코 세계유산 잠정목록에 올리고 나아가 세계인의 자산으로 공인받을 수 있도록 지자체 및 관계 기관과 긴밀히 협력해 나갈 것이다. 이러한 유산들을 현대적 감각으로 스토리텔링해 전 세계인이 찾아드는 'K-불교 문화의 성지'로 가꾸어 나가겠다. 그 중심에서 템플스테이와 사찰음식은 대구·경북 관광을 하나로 잇는 핵심 연결고리가 될 것이다.
-젊은 세대와의 화합을 위해 절에서는 어떤 노력을 할 예정인지.
▶종교가 무겁고 낯설다는 편견을 깨고 젊은이들의 감성과 언어로 다가가는 과감한 시도가 필요하다. 템플스테이 프로그램을 청년 맞춤형으로 개편하고, SNS를 통한 열린 소통을 강화해 절이 젊은이들에게 '가장 솔직하고 자유로운 명상 공간'으로 자리 잡도록 하겠다. 최근 '나는 절로'라는 프로그램에서 24명 선발에 무려 1천600명이 지원하고 8쌍의 인연이 맺어진 것처럼, 생활 속 불교를 향한 젊은이들의 열망은 이미 뜨겁다. 또 불교박람회 역시 1020세대들에게 큰 호응을 받으며 사전 예약 마감되기도 했다. 동화사 또한 그 열망에 귀 기울이겠다.
-주지 스님이 수행자로서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가치는 무엇인가.
▶하심(下心)과 신구의(身口意) 삼업의 청정함이다. 주지라는 자리는 군림하는 자리가 아니라 대중을 섬기는 자리다. 스스로를 한없이 낮추고, 매 순간 깨어 있는 마음으로 행하는 것, 그것이 수행자로서의 본분이라 믿는다.
-지역민과 신도들에게도 한말씀 부탁드린다.
▶팔공산의 맑은 기운이 여러분의 가정 한자리 한자리에 늘 함께하기를 두 손 모아 기원한다. 동화사는 언제나 열려 있다. 힘이 드실 때도, 기쁨이 넘칠 때도, 그냥 걸음이 닿을 때도 편히 찾아와 마음을 나누어 달라. 동화사는 여러분의 든든한 도반(道伴)으로서, 대구·경북의 밤하늘을 환하게 비추는 등불이 되겠다.
☞ 선광 스님은
현근 스님을 은사로 1977년 조계사에서 출가해 서울 조계사 총무국장 서울 호압사와 대구 안일사 주지 등을 지냈다. 또 제16·17·18대 중앙종회의원을 지내며 종단 행정의 실무와 포교 현장을 두루 챙겨왔다. 2025년 11월 제9교구본사 동화사 주지로 임명됐으며 임기는 4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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