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흡을 잠시 멈추고 오직 붓끝으로만 섬세하게 그려냅니다."
금오산 약사암의 묵연스님(58)이 섬세하면서도 선명한 묵화 작품으로 눈길을 끌고 있다. 여백과 느낌 중심의 일반 묵화와 달리 묵연스님의 작품은 현미경으로 자연을 들여다본 듯 정교하고 때로는 그래픽 이미지처럼 선명한 표현이 특징이다.
묵연스님은 "현미경으로 보듯 세밀하게 표현하는 게 제 그래픽 묵화의 특징"이라며 "대체가 불가능한 작업으로 누구도 따라 할 수 없는 독창성이 있고 독보적이라고 자부한다"고 말했다.
자로 잰 듯이 간격이 일정한 '그래픽 묵화'는 묵연스님이 자신만의 작업 방식에 직접 만든 용어다.
눈길을 끄는 건 독특한 기법이다. 대부분의 묵화가 크고 작은 여러 붓을 사용하는 것과 달리, 묵연스님은 서울 인사동에서 흔히 구할 수 있는 4만원짜리 붓 한 자루만 사용한다. 붓심 약 6㎝, 전체 길이 23㎝의 붓 상단부를 잡고 오직 붓끝 만으로 작업을 이어간다.
특히 사람 형상을 섬세하게 구현한 '요정' 시리즈는 묵연스님만의 특징으로 손꼽힌다. 묵화에서 구현하기 어렵다는 표정은 물론 눈매와 쌍꺼풀까지 표현했다. 요정의 눈은 두께와 길이가 일정할 정도로 정교하다.
묵연스님은 "미리 구상을 해두기보다 붓이 움직이는 흐름에 맡기며 하나의 작품을 완성하는 데는 보통 20~25분으로 30분을 넘기지 않는다"라며 "천천히 그린다고 되는 것도 아니고 산과 봉우리, 우주, 꽃의 요정 같은 형상이 한 번의 흐름 안에서 완성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 작업의 가장 흥미로운 점은 제 스스로도 어떤 묵화를 그릴지 예측하지 못한다는 데 있다"고 덧붙였다.
실제 묵연스님은 작업 시 목적을 두지 않고 종이와 먹, 붓만 준비한 상태로 묵화를 그려나가고 자연스럽게 손이 가는 대로 그려나간다. 그렇게 20년 넘게 탄생한 묵화는 무사, 용, 서양여자, 고목과 새, 연인과 연인의 그림자 등이 있다.
묵연스님은 미술을 정식으로 배운 적이 없다. 붓을 잡게 된 계기는 2002~2003년 한 불교방송 출연 시기였다. 매주 녹화를 위해 머물던 오피스텔 생활의 답답함을 달래기 위해 시작한 것이 계기가 됐다.
결과는 예상 밖이었고 불과 2년 만에 전시회를 열었다. 국내를 비롯해 미국·중국·프랑스 등에서 전시를 열었으며, 평론가들로부터 '기적의 신필', '신의 경지'라는 평가도 받았다.
묵연스님은 "손톱만 한 그림도 손 끝의 감각으로 큰 그림처럼 섬세하게 표현하는데 자신이 있다"며"아트페어에 나가도 묵화 작품이 눈에 띄기가 쉽지 않고, 진출 폭과 환경도 열악하지만 세계 미술계에 진출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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