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정상회담이 열린 경북 안동에서 지방정부와 기업이 중심이 된 한일 경제협력 포럼이 열리며 미래 산업 협력의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했다.
단순 교류 행사를 넘어 반도체와 첨단소재, 이차전지, 바이오, 원자력 등 미래 전략산업을 중심으로 실질적인 투자와 공급망 협력 논의가 이어지면서 지역 경제계의 관심도 집중됐다.
매일신문사는 20일 경북도청 동락관 세미나실에서 '한일 지역경제 협력 포럼(Korea+Japan Regional Economic Cooperation Forum)'을 개최했다.
행사에는 주부산일본국총영사관, 경북도와 안동시 기업인, 일본 경제단체와 기업 관계자, 투자기관, 학계, 정치권 인사 등이 대거 참석했다.
이번 포럼은 안동에서 열린 한일정상회담을 계기로 마련됐다. 양국 정상의 만남이 서울이 아닌 지방 도시 안동에서 이뤄진 데 이어 지역 산업 협력 논의까지 함께 진행되면서 '지방 중심 국제협력'이라는 새로운 모델을 보여줬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동관 매일신문 사장은 환영사에서 "오늘 포럼은 양국 기업인과 전문가들이 머리를 맞대고 투자와 교류의 물꼬를 트는 소중한 기회"라며 "지방 소멸 위기를 극복하고 새로운 도약의 발판을 마련하는 데 큰 힘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황명석 경북도지사 권한대행(행정부지사)은 "경북도와 일본 나라현은 유구한 역사와 문화, 관광과 농업 등 다양한 공통점을 가진 지역"이라며 "경북의 첨단산업 역량과 일본의 제조 기술력이 연결된다면 새로운 협력 시대를 열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오스카 츠요시 주부산일본국총영사는 한국어 축사를 통해 "최근 한일 관계가 어느 때보다 좋은 흐름을 이어가고 있고 경북과 안동이 한일 외교의 중요한 무대로 주목받고 있다"며 "이번 포럼이 민간 교류 확대와 미래지향적 한일 관계 발전의 계기가 되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특히 이날 포럼에서는 경북의 미래 산업 전략과 일본 기업의 한국 투자 성공 사례를 중심으로 한 주제 발표가 큰 관심을 끌었다.
첫 발표에 나선 이남억 경북도 공항·투자본부장은 '한·일 지역 협력과 균형 발전'을 주제로 경북의 첨단산업과 글로벌 물류 전략을 소개했다.
이 본부장은 "경북은 일본과 가장 가까운 지역이자 1천300년 전 신라와 일본 나라현 간 활발한 교류가 이어졌던 역사적 공간"이라며 "당시 동아시아 공급망의 중심 역할을 했던 경북과 나라현이 오늘날 글로벌 공급망 위기 속에서도 새로운 협력 모델을 만들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현재 글로벌 공급망은 미·중 갈등과 국제 정세 불안으로 큰 변화를 겪고 있다"며 "한일 양국은 이미 오랜 기간 긴밀한 산업 협력 체계를 구축해 온 만큼 안정적인 미래 공급망 구축의 핵심 파트너가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발표에서는 대구경북신공항을 중심으로 한 물류·산업 전략도 집중 소개됐다. 경북은 현재 8개 고속도로와 20개 국도, 중앙선 복선 고속철도, 포항항과 부산항을 연결하는 광역 물류망을 기반으로 성장하고 있고 2030년 개항 예정인 대구경북공항을 중심으로 항공MRO(정비), 드론, 미래항공모빌리티(AAM), 글로벌 전자상거래 물류센터 등을 조성해 '제2의 항공물류 전문 공항'을 구축한다는 계획이다.
이 본부장은 특히 경북이 이미 일본 기업과 긴밀한 산업 벨류체인을 형성하고 있다는 점도 강조했다. 경북에는 일본 투자기업 94곳이 진출해 있고 이는 도내 외국인 투자기업의 20% 수준으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한다.
도레이첨단소재와 아사히글라스, 이비덴그라파이트코리아 등 일본계 기업들은 탄소섬유와 유리기판, 반도체 소재, 첨단 흑연 소재 산업에서 경북 제조업 생태계 핵심 축 역할을 하고 있다.
경북도는 앞으로 포항 이차전지 산업과 구미 반도체 산업, 안동 바이오산업, 경주 SMR 국가산단 등을 연계해 미래 전략산업 거점을 육성하고 일본 기업과 협력을 확대한다는 구상이다.
일본 측 발표자로 나선 서재현 이비덴그라파이트코리아 대표는 일본 첨단기업의 한국 투자 사례와 성공 전략을 소개했다.
이비덴은 1912년 설립된 일본 대표 소재기업으로 전자와 세라믹, 첨단 흑연 소재 등을 생산하는 글로벌 기업이다. 지난해 기준 매출은 4천154억엔, 영업이익은 650억엔 규모이며 전 세계 종업원은 1만3천명에 달한다.
포항 영일만산단에 위치한 이비덴그라파이트코리아는 총 2천200억원 규모 투자가 이뤄진 일본계 기업으로 반도체와 SiC 잉곳, 원자력 부품 등에 사용되는 등방성 인조흑연을 생산하고 있다.
서 대표는 "한국은 우수한 인프라와 인적 자원, 행정 지원 체계를 갖춘 투자 최적지"라며 "포항은 일본과의 접근성과 물류, 산업 기반, 전문 인력 확보 측면에서 경쟁력이 높았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포항시의 적극적인 투자 유치 활동과 원스톱 행정 지원, 세제 혜택 등이 투자 결정에 큰 영향을 줬다고 전했다. 실제 이비덴 측은 2011년 동일본 대지진 이후 생산 거점 다변화를 검토하며 한국 투자를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비덴은 이후 포항 공장 증설을 지속적으로 이어왔다. 2013년 등방성 흑연소재 양산을 시작한 뒤 2023년 생산능력을 월 350톤 규모로 확대했고 올해 추가 투자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어진 토론에서는 큐노 모토히사 일본 도레이첨단소재 회장과 쿠니에다 코지 일본 이비덴 세라믹사업본부장 등이 참석해 반도체와 첨단소재 공급망 협력 확대 필요성을 강조했다.
행사장에서는 공식 세션 이후에도 기업인 간 네트워킹과 투자 상담이 이어졌다. 참가자들은 반도체 소재와 이차전지, 바이오, 물류 산업을 중심으로 한일 공동 협력 가능성을 논의했다.
이번 포럼에는 경상북도, 대한상공회의소와 삼성전자, 롯데그룹, 풍산그룹, 법무법인(유한) 대륙아주, iM뱅크, 농협은행, 강원에너지, 나라셀라㈜, 파이오니아홀딩스, YJ LINK㈜ 등이 후원했다. 경북에서도 한국애플리즈, 명인안동소주, 광진기업, 안동 태사주, 남부발전 안동빛드림본부 등도 행사를 도왔다.
행사에는 한일 기업 관계자를 비롯해 이달희 국회의원과 추보타 가오루 영사, 마승철 나라셀라 회장, 도용복 사라토가 회장, 신동수 강원에너지 회장, 박순일 YJ LINK㈜ 회장, 이대원 안동상공회의소장 등이 참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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