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노사 교섭이 총파업 직전 극적으로 타결됐다. 전례 없는 수준의 사회적 관심 속에서 고용노동부 장관까지 중재에 나섰고 삼성전자는 가까스로 대규모 파업이라는 최악의 상황을 피했다. 하지만 이번 교섭은 단순한 노사 갈등의 봉합으로 끝날 문제가 아니다. 오히려 이번 합의는 한국 경제가 앞으로 어떤 갈등 구조에 직면하게 될지를 보여준 예고편에 가깝다.
이번 교섭의 핵심은 성과급이었다. 삼성전자 노조는 성과급 산정 방식의 투명화, 상한 폐지, 제도화를 요구했다. 특히 경쟁사인 SK하이닉스가 노사 협상을 통해 영업이익의 10%를 성과급 재원으로 활용하고 상한을 폐지한 사례를 근거로 자신들의 파업은 정당하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SK 하이닉스의 상한 제한 없는 영업이익 10% 성과급은 당연한 '기준'이 아니라 국내든 해외든 어디서도 전례를 찾기 힘든 파격적인 '예외'였다.
예외가 기준이 되자 다른 대기업 노조 역시 "왜 우리는 안 되는가"라는 논리를 들고 나오고 있다. 지난 20일 카카오 노조는 본사와 주요 계열사에서 쟁의행위 찬반투표를 가결했다. 카카오의 첫 본사 파업이다. 약 13%~15% 성과급 요구가 예상되는데 삼성바이오로직스 노조 역시 기본급 14.3% 인상, 영업이익의 20% 성과급 배분 등을 요구하며 전면파업 이후 무기한 투쟁을 이어가고 있다. LG유플러스, 현대차, 현대중공업 노조도 성과급 30%를 요구하며 사측과 협상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흐름은 단순히 "노동자가 더 많은 보상을 요구한다"는 차원을 넘어선다. 기업의 영업이익을 일정 비율로 사전에 배분하자는 요구가 산업 전반으로 확산될 경우 기업의 투자 판단과 자본 배분 구조 자체가 흔들릴 수 있다. 영업이익은 최종적으로 주주에게 모두 돌아가는 돈도 아니고 노동자에게 자동 배분되는 돈도 아니다. 세금과 연구개발, 설비투자, 인수합병, 부채상환, 위기 대응 비용, 주주환원 등 여러 항목을 고려해야 하는 기업의 핵심 재원이다. 그중 일정 비율을 노사 합의로 고정해 버리면 경영 환경이 급변할 때 기업이 움직일 수 있는 여지는 줄어든다.
기업이 이익을 얻기 위해 노동자의 역할은 중요하다. 하지만 영업이익을 일정 비율로 배분하자는 요구는 기업의 위험 부담을 무시하는 '떼쓰기'다. 기업가와 주주, 경영진은 경기 침체, 투자 실패, 과징금, 기술 경쟁 패배와 같은 위험을 직접 부담하는 반면 노동자는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임금과 고용을 보장 받기 때문이다. 특히 한국에서는 기업 사정이 나빠졌다는 이유만으로 임금을 일방적으로 삭감하거나 대규모 해고를 하기도 어렵다. 지난 20일 이재명 대통령이 "영업이익 배분은 주주가 받는 것"이라고 말한 것 처럼 더 큰 위험을 부담하는 쪽이 이익 배분에서도 더 큰 권한을 갖는 게 시장경제의 기본이다.
대한민국 경제는 대기업 중심 구조를 갖고 있다. 반도체·자동차·바이오·플랫폼 등 주요 대기업의 투자와 생산이 국가 경제 전체에 미치는 영향은 매우 크다. 이런 상황에서 대기업 노조가 잇따라 영업이익 연동형 성과급을 요구하고 파업을 협상 수단으로 전면화한다면 그 비용은 기업 내부에만 머물지 않는다. 투자 지연과 생산 차질, 주주가치 훼손, 협력업체 피해, 국가 경쟁력 약화로 이어질 수 있다.
여기에 노란봉투법 시행은 노사관계의 불확실성을 더욱 키우는 요인이 되고 있다. 더불어 민주당의 노란 봉투법 개정안 통과로 노동쟁의의 범위가 넓어지고 쟁의행위에 대한 손해배상 책임이 제한되면서 노조가 파업을 선택할 유인은 이전보다 커졌다. 기업 입장에서는 파업으로 인한 손실을 사후 회복하기 어려워지고 노조 입장에서는 파업에 따른 법적 부담이 줄어드는 구조가 형성된 것이다. 결국 이는 임금·성과급 협상에서 파업이 더 자주, 더 강한 수단으로 활용될 가능성을 높인다.
이런 균형이 흔들리게 된 데에는 이재명 정부와 더불어 민주당의 책임도 작지 않다. 앞서 언급한 노란봉투법 시행은 노조에 더 강한 협상 수단을 쥐어줬고 기업 현장의 불확실성을 키웠다. 입법무와 행정부가 만든 제도 변화가 대기업 노조의 잇따른 파업과 과도한 성과급 요구에 힘을 실어주는 구조가 됐다면 그 부작용 역시 정부가 책임지고 결자해지 해야한다.
원종현 프리드먼연구원 주임연구원
* 가스인라이팅(Gas Enlighting)은 매일신문에서 새롭게 선보이는 칼럼 공간입니다. '가스라이팅'은 1930년대 가스등을 사용하던 시절 파생된 용어입니다. 가스등을 조금씩 어둡게 해 누군가를 통제하는 걸 의미하는데요 '가스인라이팅'은 그 반대로 등불을 더 밝게 비춰주자는 뜻입니다. 젊은이들의 시각으로 새로운 이야기를 자주 선보이도록 하겠습니다.
** 외부 기고문은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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