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전기차와 신흥국 브랜드의 공세가 세계 자동차 시장의 경쟁 구도를 흔들고 있다. 가격 경쟁력과 긴 주행거리, 현지 생산망 확보 전략을 앞세운 중국 업체들이 유럽과 아시아 시장으로 파고드는 사이 한국과 일본 완성차 업계의 위기감도 커지고 있다.
◆중국 전기차 공세, 신흥국까지 가세
한국자동차모빌리티산업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신규 등록 전기차 3대 중 1대가량은 중국산이었다. 중국산 전기차 비중은 2021년 1.1%에 그쳤지만 지난해 33.9%까지 커졌다. 같은 기간 국산 전기차 비중은 74.1%에서 57.2%로 내려앉았다. 올해 1분기에도 전기차 등록 대수의 30.9%가 중국산이었다.
중국 상하이에 생산 거점을 둔 테슬라 물량이 늘어난 영향이 컸지만 중국 브랜드의 약진도 두드러진다. BYD는 올해 1~4월 국내에서 전기차 5천991대를 팔았다. 1년 전보다 판매량이 10배 늘었다.
미국과 유럽연합(EU), 일본은 중국산 전기차에 관세와 보조금 차등 지급 등으로 대응하고 있다. 미국은 중국산 전기차에 100% 관세를 부과하고 EU도 최고 45.3% 수준의 관세 장벽을 세웠다. 일본은 자국 전기차와 테슬라 일부 차종에는 보조금을 더 주지만 BYD 차량에는 낮은 보조금을 책정했다. 반면 한국에서 중국산 자동차에 붙는 관세는 8%에 그친다.
중국 업체들은 관세 장벽을 우회하기 위해 유럽 내 생산 거점 확보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폭스바겐이 지난해 말 독일 드레스덴 공장 문을 닫기로 하자 중국 전기차 업체들이 인수 후보로 거론됐다. BYD가 폭스바겐 공장 인수를 협의 중이라는 보도가 나왔고 지리자동차와 샤오펑도 유럽 공장 활용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립모터와 홍치도 스텔란티스 스페인 공장을 활용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세계 무대를 장악하기 위한 중국의 새 수출 카드는 플러그인하이브리드차(PHEV)다. BYD는 올해 유럽과 동남아에서 출시를 준비하는 중형 세단 씰 05 DM-i가 배터리와 기름을 모두 채우면 최대 2천km를 달릴 수 있다고 밝혔다. 중국자동차공업협회에 따르면 지난달 중국은 전기차와 PHEV 등 친환경차 43만대를 수출했다. 전체 자동차 수출도 90만대를 넘기며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PHEV 수출량은 17만대로 1년 전보다 1.8배 늘었다.
신흥국도 전기차 전환기를 산업 도약의 기회로 삼고 있다. 베트남 최대 기업 빈그룹이 만든 빈패스트는 지난해 베트남에서 17만5천99대를 판매해 현대·기아를 제치고 자동차 판매 1위에 올랐다. 튀르키예의 토그는 정부 지원을 바탕으로 2030년까지 자국산 전기차 200만대 보급을 목표로 삼았고 2023년부터 테슬라를 제치고 전기차 판매 1위를 기록했다. 말레이시아와 중국 지리의 합작 브랜드 프로톤도 전기차를 출시하며 시장 점유율을 끌어올렸다.
◆일본차 부진 속 커지는 한국차 위기감
중국 전기차와 신흥국 브랜드가 전동화 전환기를 발판 삼아 세계 시장의 빈틈을 파고드는 사이 한때 글로벌 자동차 시장을 주도했던 일본 완성차 업계는 뚜렷한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1957년 상장 이후 69년 만에 적자를 기록한 혼다는 지난달 한국 시장에서도 철수를 결정했다. 어코드와 CR-V로 수입차 판매 1위를 기록했던 2008년과 달리 지난해 한국 판매량은 1천951대에 그쳤다. 혼다뿐 아니라 닛산, 미쓰비시, 스바루 등도 한국 시장에서 철수했거나 철수를 앞두고 있다.
세계 판매량에서 일본차 비중도 2019년 31%에서 지난해 26%로 떨어졌다. 동남아 점유율은 2년 전 68%에서 지난해 57%로 낮아졌다. 일본 자동차 업계의 위기는 전기차 모델 부족만으로 설명하기 어렵다. 자동차 경쟁의 중심이 엔진과 변속기에서 배터리, 소프트웨어, 차량 운영체제, 전동화 플랫폼으로 옮겨가면서 기존 제조 강점이 예전만큼 힘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어서다. 일본 업체들은 전동화와 소프트웨어 중심 차량 전환 속도에서 뒤처졌다는 평가를 받는다.
국내 완성차 업계도 안심하기 어렵다. 중국산 전기차의 가격 공세와 신흥국 브랜드의 부상은 내수 시장과 수출 시장을 동시에 압박한다. 전문가들은 시장 변화에 맞춘 전기차 라인업 확대와 소프트웨어 경쟁력 확보가 늦어질 경우 한국차의 입지는 더 좁아질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전기차 시대의 경쟁은 완성차 업체만의 싸움이 아니라 배터리와 소프트웨어, 생산 거점을 둘러싼 '국가 대리전' 양상으로 치닫고 있다는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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