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지자체 발목 잡는 BF 인증] "이중심사·정성평가에 기준 흔들"…공무원 현장 혼선

로봇
mWiz 이 기사 포인트

BF 인증, 예비인증·본인증으로 나뉘는 이중 구조
"평가위원 달라 기준 일관적이지 않아…예상치 못한 보완사항으로 행정 부담"
전국 11개 인증기관 가운데 상당수 수도권에 집중

공공건축물 내 장애인주차장이 설치된 모습. 한국장애인개발원
공공건축물 내 장애인주차장이 설치된 모습. 한국장애인개발원

#이달 준공 예정이었던 대구 한 행정복지센터 신청사 건립 사업은 1년가량 늦어졌다. 공공건축물에 의무 적용되는 '장애물 없는 생활환경(BF)' 예비인증 과정에서 39건의 보완사항을 반영하는 데 9개월이 소요된 영향이다. 이 과정에서 설계 도면이 변경되며 공사비도 당초보다 늘어났다.

#또 다른 지역구 행정복지센터 건립 공사 역시 실시설계 용역이 4개월간 중단됐다가 최근에서야 재개됐다. 같은 절차에서 '장애인 등 이용 가능 화장실 설치' 등 20건의 보완 요구를 반영해야 했기 때문이다.

공공건축물에 의무 적용되는 '장애물 없는 생활환경(BF)' 인증 제도가 지자체 건립 사업의 발목을 잡고 있다. 설계 변경과 추가 공사가 반복되면서 사업비가 불어나고, 예비인증과 본인증 과정에서 사업이 수개월에서 길게는 수년까지 지연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현장과 괴리, 절차 간소화해야

일선 공무원들 사이에선 현행 BF 인증 제도가 현장 여건과 괴리가 크다는 불만과 함께 기준 완화나 절차 간소화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BF 인증은 시설물에 장애인·노인·임산부 등 이동약자의 접근성과 이용 편의를 평가하는 제도다. '장애인·노인·임산부 등의 편의증진 보장에 관한 법률' 등에 근거해 2008년 도입됐고, 2015년 법 개정 이후 지자체와 공공기관이 신축하는 공공건축물에 의무 적용됐다. 현재는 증축·개축까지 확대 적용되면서 제도 영향력이 커진 상태다.

BF 인증(예비·본인증) 건수는 매년 증가세를 보인다. 한국장애인고용공단에 따르면 2014년 155건에 불과했던 BF 인증은 의무화 이듬해인 2016년 629건으로 늘었고, 지난해에는 3천76건까지 증가했다. 전체 누적 인증 2만738건 가운데 97%인 2만110건이 공공건축물 의무화 이후 집중됐다.

공공건축물에 설치된 장애인 화장실. 한국장애인개발원
공공건축물에 설치된 장애인 화장실. 한국장애인개발원

◆ 인증 이중 구조…사업 지연 반복

BF 인증 절차가 설계 단계의 예비인증과 준공 이후 본인증으로 나뉜 이중 구조라는 점이 특히 문제로 지적된다. 두 단계 모두 심사와 심의를 각각 거쳐야 하는데, 단계별 평가위원이 달라 기준이 일관되지 않다는 불만이 터져나온다.

실제 동일 항목이 예비인증에서는 적합 판정을 받았다가 본인증 단계에서 부적합으로 뒤집히는 사례도 적지 않다. 이 과정에서 추가 보완 요구가 이어지며 공사를 다시 손보거나 사업이 멈추는 일이 반복된다는 것이다.

한 지자체 공무원 A씨는 "심사·심의위원마다 해석 기준과 요구 수준이 달라 같은 항목도 단계별로 결과가 달라진다"며 "보완 요청과 재검토가 반복되면서 행정 부담이 상당하다"고 말했다.

또 다른 공무원 B씨는 "BF 인증 업무를 세 차례 맡아봤지만 한 번도 무난하게 통과한 적이 없었다"며 "최장 2년 가까이 걸리면서 건축물 개소 자체가 크게 늦어진 경우도 있었다"고 털어놨다.

◆ '제 맘대로' 평가기준도 문제

BF 인증 단계마다 기준이 달라지는 배경에는 심사·심의 과정에서 정성적 평가가 차지하는 영향이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 건축공간연구원에 따르면 BF 평가 항목 가운데 정성적 지표 비율은 최소 15.4%에서 최대 43.8%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성적 평가 특성상 평가위원의 해석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수 있는 구조다 보니, 현장에서는 사업 추진의 불확실성이 커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한다.

지역 한 구청 건축팀장 C씨는 "다른 지자체 공무원들과 이야기를 나눠봐도 정성적 지표는 기준이 명확하지 않아 현장 불만이 많다"며 "결국 평가위원과 협의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 지자체가 사실상 '을'의 입장에 놓인다"고 말했다.

시설 특성과 입지 여건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는 획일적 평가 기준 역시 문제다. 행정복지센터와 문화시설, 체육시설 등 건축물 용도가 달라도 유사한 평가 기준이 적용되면서 설계 변경과 추가 공사 요구로 이어지는 경우가 적지 않다는 것이다.

C씨는 "공공건축물마다 용도와 이용자 특성이 다른데도 건축물이라는 이유만으로 평가 항목이 획일적으로 적용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공공건축물에 설치된 장애인 화장실. 한국장애인개발원
공공건축물에 설치된 장애인 화장실. 한국장애인개발원

◆인증 업무 11개 기관뿐…지방 더 열악

인프라 부족 역시 사업 지연을 키우는 원인으로 꼽힌다. 현재 BF 인증 업무는 한국장애인개발원 등 보건복지부 지정 11개 기관이 맡고 있는데, 상당수가 수도권에 집중돼 있다. 지방 중소도시는 현장 심사와 행정 협의에 더 많은 시간이 소요될 수밖에 없는 구조다.

현장 반발은 수치로도 확인된다. 건축공간연구원이 펴낸 'BF 인증 제도의 운영실태 진단 및 개선방안 연구'에 따르면 공무원 등 응답자 161명 가운데 86%(139명)가 BF 인증 제도를 어렵다고 인식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부담이 누적되면서 인증을 포기하는 사례도 나타난다. 한 지자체 관계자는 "보완 요구를 반영해 다시 심사·심의를 신청하면 처음부터 순서를 기다려야 한다"며 "현실적으로 이행이 어려운 요구사항 때문에 과태료를 부담하고 인증을 포기하는 사례도 있다"고 말했다.

대한민국시장·군수·구청장협의회에도 BF 인증 개선을 요구하는 건의가 이어지고 있다. 민선 8기가 시작된 2022년 7월부터 지난해 4월까지 공식 문서로 접수된 건의만 11건에 달한다. 단순 의견 개진까지 포함하면 현장 체감 민원은 더 많다는 게 협의회 측 설명이다.

협의회 관계자는 "BF 인증과 관련한 지자체 민원이 계속 접수되고 있다"며 "기준이 불명확하거나 준공 이후 재공사를 해야 한다는 불만이 많은데 정부 차원의 개선은 더딘 상황"이라고 말했다.

0700
AI 뉴스브리핑
정치 경제 사회 국제
6·3 지방선거와 국회의원 재보궐 선거를 앞두고 이재명 대통령과 박근혜 전 대통령이 각각 PK(부산·울산·경남) 지역을 방문하며 지지 결집을...
삼성전자 노사가 성과급을 고정하는 보상안에 합의함에 따라 대구와 서울 간 임금 격차가 더욱 심화될 것으로 우려되고 있으며, 지난해 대구 상용...
서울고법 춘천재판부는 음주운전으로 2명을 사망에 이르게 한 30대 A씨에 대해 항소심에서 징역 6년으로 감형했다. A씨는 2024년 9월 3...
영국 일간 더타임스에 따르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아브라함 협정' 체결을 위해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와 전화 회의..
  • 배너
  • 배너
  • 배너
  • 배너
  • 배너
  • 배너
  • 배너
  • 배너
  • 배너
  • 배너
  • 배너
  • 배너
  • 배너
  • 배너
  • 배너
  • 배너
  • 배너
  • 배너
  • 배너
  • 배너
  • 배너
  • 배너
  • 배너
  • 배너
  • 배너
  • 배너
  • 배너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