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가 끝나면 늘 흔들리는 자리가 있다. 전쟁을 이끌었던 정당 대표 자리다. 승장과 패장의 구분은 시대와 상황에 따라 달라진다. 이겨도 성적표가 기대에 못 미치면 지탄의 대상이 된다. 반대로 '졌잘싸'(졌지만 잘 싸웠다) 평가도 있다.
6.3 지방선거 직후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를 둘러싼 평가도 그런 문법 안에 놓였다. 정 대표에게는 기대보다 결과가 아쉬웠다는 책임론이, 장 대표에겐 명백한 패배에 대한 책임론이 따라붙는다.
구체적으로 보면 정 대표는 서울시장 선거 패배가 치명적이고, 장 대표는 선거에 별다른 기여를 하지 못했다는 여론에 휩싸여 있다. 지선보다 더 시선이 향한 부산 북갑 국회의원 재보궐선거에선 둘 다 패배해 책임론을 사이좋게 공유하고 있다.
즉 둘 다 패장이 된 꼴인데, 이에 따라 중도 사퇴 압력도 강하게 나오고 있다. 둘 다 자기 정치 인생에서 가장 높은 자리에 올라와 있으니, 불명예로 내려오기 정말 싫을 거다. 그나마 정 대표는 애초 여름 전당대회가 예정돼 있어 그때까지 구석에 '찌그러져' 있으면 되지만, 지난해 8월 선출된 장 대표는 2년 임기가 절반 넘게 남아있다.
대한민국 정치사는 패장에게 냉정했다. 선거에서 패배한 정당 수장은 권력의 중심에서 밀려났고, 정치 주가는 고점을 찍은 후 우하향 곡선을 그렸다. 어떤 이는 동전주처럼 존재감이 쪼그라들었고, 어떤 이는 사실상 상장폐지됐다.
◆JP 정계은퇴=상장폐지
한국 정치에서 선거 패배 책임론이 정당 수장의 주가를 단숨에 꺾은 사례가 적잖다.
대표 사례가 김종필(JP) 자유민주연합(자민련) 총재다. 2004년 17대 총선에서 자민련은 참패했다. '3김 시대'의 한 축이었던 JP는 선거 성적표를 받아든 직후 정계 은퇴를 선언했다.
그에게 총선 패배는 단순한 일시 조정장이 아니었다. 그동안 쌓은 시가총액이 0원이 되는, 상장폐지에 가까운 장면이었다. 충청권 기반 정당의 쇠락과 3김 시대의 폐막이 한꺼번에 겹친 점에서 가장 임팩트가 큰 장면이었다.
◆洪 하락장 시작은 2018년?
홍준표(洪) 자유한국당 대표가 치른 2018년 7회 지선도 대표 사례다. 자유한국당은 광역단체장 선거에서 TK(대구경북)만 겨우 지키며 참패했고, 洪은 대표직에서 물러났다.
물론 洪의 정치 주가는 이후 몇 차례 꿈틀했다. 21대 총선 대구 수성을 무소속 당선 후 국민의힘 복당, 대선 경선 참여, 대구시장 등으로 수차례 재상장에 가까운 반등을 만들었다. 그러나 2017년 19대 대선 후보로 나선 당시의 주가는 회복하지 못했다. 결국 2018년 7회 지선 참패를 계기로 장기 하락 차트를 그렸을 뿐이다.
그에게 향후 다시 반등의 기회가 올까? 온다고 해도 2017년 대선 본선에 출전했을 때의 고점을 뚫는 신고가를 쓸 수 있을까?
◆정몽준 '대권주' 급락한 날
정몽준 한나라당 대표의 2010년 5회 지선도 빼놓기 어렵다. 이명박 정부 중간평가 격으로 치러진 선거에서 한나라당은 '민주당계 선전'이라는 기대에 못 미치는 성적을 얻었고, 정몽준 대표는 패배의 책임을 지고 물러났다. 이때 대권 잠룡과 7선 의원이라는 육중한 타이틀 역시 함께 무게감이 떨어졌다.
정몽준이라는 종목의 주가가 하락장에 접어들었음을 본인은 물론 당도 감지하지 못했던 걸까? 그는 4년 뒤인 2014년 6회 지선 서울시장 선거에 출마해 낙선했고, 이게 그의 마지막 선거가 됐다.
◆손학규의 처참한 시장 퇴출
손학규 민생당 상임선대위원장의 2020년 21대 총선은 더욱 처참한 경우다. 선거에서 민생당은 원내 의석을 단 1석도 확보하지 못했고, 손 위원장은 패배의 책임을 지고 물러났다. 한때 대권주자로 거론됐던 정치인이 제3지대 실험의 최전선에 섰으나, 결과는 시장에서 외면받은 종목처럼 차가웠다. 지금 민생당도, 손학규도 신문 정치면에서 언급되지 않는다.
◆강매도 압력 정청래·장동혁 운명은?
4개 사례의 공통점은 하나다. 선거 패배가 그날 하루의 악재가 아니라, 정당 수장의 정치 주가를 재평가하는 계기가 됐다는 것이다. 당 대표 자리는 그간 여러 정치인에게 최고점이었고, 이와 함께 선거 직후면 매도 압력이 가장 강하게 몰리는 자리였다.
정청래 대표가 맞닥뜨린 상황은 좀 복잡하다. 민주당이 전체적으로 승리했다는 평가를 받더라도 서울시장 같은 핵심 승부처를 놓쳤으니, 마치 투자자들이 실적의 총액보다 영업이익의 질을 따지듯 선거 성과의 내용을 다시 들여다보게 된다. 압승을 기대한 지지층이 "왜 더 크게 이기지 못했느냐"고 묻는다면, 특히 큰 주목을 받은 부산 북갑 선거에서 스스로 자초한 '오빠 논란'을 같은 당 하정우 후보의 낙선과 연결짓는 주홍글씨가 굳어지면, 공로패보다는 패장에 대한 손가락질이 먼저 나올 수밖에 없다.
장동혁 대표는 이번 선거에서 제1야당 대표로서 방어력을 증명해야 했다. 그러나 패장이라는 수식이 점점 짙게 붙고 있고, 이는 당내에서 "이 종목을 계속 보유할 것인가"라는 질문을 도출시킬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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