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초유의 투표용지 부족 사태를 계기로 선거관리위원회에 대한 감시와 견제를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에 힘이 실린다. 선관위가 헌법상 독립기관이라는 이유로 외부 통제와 감시에서 사실상 벗어나 있으면서 조직 내부의 긴장감과 책임성이 약화됐다는 지적이다.
7일 법조계에서는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 본투표 당일인 이달 3일 잠실7동 제2투표소에서 투표지 부족 사태가 발생한 일과 관련, 선관위의 구조적 한계를 지적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선관위는 헌법상 독립기관으로 입법·사법·행정부 어디에도 속하지 않는다. 그 때문에 감사원 직무감찰 대상에서도 제외되는 등 외부의 견제로부터 비교적 자유롭다.
실제로 헌법재판소는 지난해 2월 권한쟁의심판에서 "감사원의 직무감찰권은 행정부 내부 통제 장치이므로 독립 기관인 선관위는 감찰 대상이 아니다"라고 못 박았다.
이처럼 외부 통제가 쉽지 않은 구조 속에서 선관위는 코로나19 확진자의 사전투표 용지를 종이상자 등에 담아 옮긴 이른바 '소쿠리 투표' 논란(2022년 대선)과 고위 간부 자녀 특혜 채용 의혹(2023년) 등 여러 논란을 낳았다. 이에 일각에서는 선거사무를 정부나 지방자치단체 등 행정기관에 이관하는 개헌을 검토해야 한다는 주장마저 나왔다.
법조계에서는 선관위의 독립성은 유지하되, 독립기관에 걸맞은 통제 장치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 나온다. 투표용지 부족 사태와 특혜 채용 논란, 소쿠리 투표 사태가 반복됐음에도 이를 견제할 수단은 사실상 전무했다는 지적이다.
차진아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선관위에 문제가 많은 것은 맞지만 그렇다고 행정부 산하로 두면 문제가 더 심각해질 수 있다"며 "관권선거 가능성이 높아지고 선거 때마다 결과에 불복하는 일이 반복될 수 있다"고 말했다.
차 교수는 "선관위의 독립성은 유지하되 내부 감사 조직을 확대하고 감사 책임자는 외부 전문가를 개방형으로 임용할 필요가 있다"며 "감사 결과와 운영 현황은 국회가 다시 점검하는 방식으로 통제를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투표용지 일련번호 관리와 이동 절차, 투표소 간 물량 조정 체계를 규칙으로 명문화하는 등 내부 매뉴얼로 손볼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법관의 선관위원장 겸직 관행 역시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행법은 중앙선관위원장과 각급 선관위원장을 위원들 간 호선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실제로는 중앙선관위원장을 대법관이, 시·도 선관위원장을 지방법원장이 맡는 관행이 수십 년째 이어지고 있다.
정극원 대구대 법학부 교수는 "헌법은 위원들끼리 호선하도록 돼 있는데 중앙선관위원장을 대법관이 맡는 관행이 굳어져 왔다"며 "이는 처음부터 헌법 취지와 맞지 않는 운영 방식이었다"고 지적했다.
이어 "선거 관련 분쟁은 결국 법원으로 가게 되는데 법관이 선관위원장을 겸직하면 선관위 결정에 대한 소송에서 중립성 논란이 발생할 수 있다"며 "위원장 선출 역시 법률과 헌법 취지에 맞게 운영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편 대한변호사협회도 지난 6일 성명을 내고 "단순한 사과로 끝낼 일이 아니라 외부 전문가가 참여하는 객관적 진상 규명 절차를 통해 원인과 책임 소재를 명확히 밝히고,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해 국민에게 공개해야 한다"며 중앙선거관리위원회를 강하게 비판했다.


































댓글 많은 뉴스
최강욱 "영남 유권자는 강도와 가까워진 인질... 스톡홀름증후군 걸려"
[단독] 투표함 지킨 시민 저항을 '소요'라고 폄훼한 배현진
[단독] 배현진이 이 시국에 일본을 갔다고? 진짜로?
[현장] 잠실 인파는 '시위대'일까 '시민'일까?
추경호 대구시장 당선인, 대구시 간부 첫 회동…민선9기 인수 준비 착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