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50년 어느 여름날, 교실에 앉아 있던 한 소년은 책가방 대신 군복을 챙겼다.
전쟁은 갑작스럽게 찾아왔고 학교 운동장에서 친구들과 뛰놀던 학생들은 배움의 시간을 멈춘 채 전선으로 향했다. 학적부 이름 옆에는 '징집 입대', '종군 중 복교', '상이제대'라는 짧은 기록만 남았지만 그 몇 글자에는 총성과 포연 속에서 청춘을 보낸 소년들의 삶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현충일을 맞은 6월 경북교육청이 잊혀 가던 학도병들의 이야기를 다시 세상 밖으로 꺼냈다. 전쟁 영웅이기 전에 누군가의 아들이었고 교복을 입고 학교에 다니던 평범한 학생들이었던 소년들의 시간을 기록으로 복원한 전시회다.
경북교육청은 지난 1일부터 30일까지 본청 1층 전시공간에서 학도병 기록물 전시회 '소년의 시간'을 개최했다. 이번 전시는 지난 2024년부터 추진해 온 '경북 학도병 기록물 수집·정리 사업'의 성과를 도민들과 공유하고자 마련됐다.
◆학적부 속 몇 글자에 담긴 전쟁의 상처
전시의 핵심은 올해 4월부터 진행된 도내 중·고등학교 학적부 전수조사 결과다.
낡은 학적부에는 '징집으로 입대', '의병제대', '상이제대', '종군 중 복교' 같은 짧은 문구들이 적혀 있다. 행정 기록으로 남은 몇 글자에 불과하지만 그 뒤에는 전쟁으로 학업을 중단해야 했던 학생들의 사연과 상처가 숨어 있다.
경북교육청은 이를 단순한 학교 문서가 아닌 전쟁이 한 학생의 삶을 어떻게 바꿔 놓았는지를 보여주는 역사 기록으로 바라봤다. 이름 없이 지나쳤던 학도병들의 흔적을 찾아내고 그들의 이야기를 현재의 학생들과 연결하는 작업도 함께 진행하고 있다.
전시에는 학적부뿐 아니라 지난 2년간 수집한 다양한 기록도 공개된다.
90대 참전 학도병 21명의 구술 채록 영상과 기록을 비롯해 사진 33점, 졸업장 4점, 학생증 1점, 참전 수기 3편 등이 전시장을 채운다.
관람객들은 전쟁 전 평범한 학교생활을 하던 학생들이 어떻게 총을 들게 됐는지, 전쟁 이후 어떤 삶을 살아갔는지를 생생하게 만날 수 있다.
특히 학생증과 졸업장, 교복을 입고 찍은 사진들은 학도병을 단순한 전쟁의 주체가 아닌 꿈과 미래를 품었던 학생의 시선으로 바라볼 수 있도록 했다. 전쟁이 빼앗아 간 것은 단지 생명만이 아니라 소년들의 평범한 일상이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유품이 전하는 평화의 메시지
국방부 유해발굴감식단의 협조로 대여한 6·25전쟁 관련 유품도 이번 전시의 의미를 더한다.
전시된 유품은 학도병으로 확인된 유해와 함께 수습된 물품들이다. 오랜 세월 흙 속에 묻혀 있던 유품들은 전쟁의 참혹함과 함께 소년들이 감당해야 했던 시대의 무게를 조용히 증언한다.
경북교육청은 이번 전시를 단순한 추모 행사가 아닌 살아있는 역사 교육의 장으로 운영할 계획이다. 전쟁을 경험하지 못한 세대가 기록을 통해 평화의 가치와 민주주의의 소중함을 배우고, 역사를 기억하는 일이 왜 중요한지 되새기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임종식 경북교육감은 "학적부 속 짧은 문구 하나에도 당시 소년들의 희생과 헌신, 그리고 지워지지 않은 삶의 흔적이 담겨 있다"며 "학도병들의 이야기를 찾아내고 기록으로 남기는 일은 우리 교육청이 반드시 해야 할 역사적 책무이고, 이번 전시가 잊혔던 소년 학도병들의 이름을 다시 불러주고, 그들의 시간을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 모두의 기억으로 이어주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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