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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를 종목만 오른다"…8000피 속 대형주 쏠림 '심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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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RX 중대형 TMI, 2주간 3%대 강세…중소형은 10%대 ↓
AI 밸류체인 중심 강세 지속…증권가 "당분간 쏠림 불가피"
"버블은 아니다" vs "변동성 경계"…쏠림 놓고 엇갈린 시각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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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피가 8000선을 회복했지만, 시장 온기는 일부 대형주에만 집중되고 있다. 개인투자자 자금이 ETF(상장지수펀드)를 통해 반도체 등 시가총액 상위 종목으로 몰리면서 대형주와 중소형주 간 수익률 격차가 극단적으로 벌어지는 모습이다. 증권가에서는 당분간 이러한 쏠림 현상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하면서도 특정 종목과 업종에 대한 과도한 자금 집중이 향후 변동성을 키울 수 있다고 경고했다.

10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KRX 중대형 TMI' 지수는 최근 2주(5월 26일~6월 9일)간 3.87% 상승했다. 이는 수익률 기준 거래소가 산출하는 36개 KRX 산업지수 중 상위 10위다. 반면 'KRX 중형 TMI'는 13.74% 빠졌고 'KRX 소형 TMI'와 'KRX 초소형 TMI'의 경우 각각 17.71%, 18.68% 급락하면서 하위 2, 3위를 기록했다.

국내 증시 양대 지수만 보더라도 대형주 쏠림 현상은 뚜렷했다. 같은 기간 시가총액 상위 종목들이 대거 포진된 코스피 지수는 3.18% 상승하며 '8000피'를 회복했지만, 중소형 성장주들로 구성된 코스닥 지수는 16.65%나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이 기간 국내 증시에 상장된 전체 2875개 종목 중 89.32%에 달하는 2568개 종목이 약세였다. 보합은 123개(4.28%)였으며 상승 종목은 184개(6.4%)에 그쳤다. 상승 종목도 ▲SK네트웍스(70.12%) ▲현대백화점(51.64%) ▲삼성전기(47.01%) ▲LG이노텍(31.60%) ▲NAVER(26.60%) 등 대부분 시총 200위권 안쪽의 대형주들이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각각 10.09%, 14.12% 올랐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ADR(상승종목비율)이 40%대에 진입했는데, 이는 코로나19 당시 1500선 이탈 국면에서 ADR이 40.24%를 기록한 이후 최저치"라며 "지수 상승추세에서 ADR이 이례적으로 내려앉은 점은 확실한 주도주가 자리하고 있고 상승추세가 견고하다는 의미일 수 있지만, 쏠림 현상이 극도로 심한 수준까지 내몰리면서 반작용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음을 시사한다"고 설명했다.

최근 국내 증시의 수급 주체가 외국인이 아닌 개인투자자들인 점도 쏠림 현상의 원인 중 하나로 지목된다. 과거 코스피는 외국인 수급과 높은 상관관계를 보였지만, 지난해 이후 외국인이 순매도 기조를 이어가는 동안 개인투자자들이 국내 주식형 ETF를 적극적으로 매수하면서 시장 주도권이 이동했다. 이에 따라 ETF 편입 비중이 높은 반도체·인터넷·소비재 등 시가총액 상위 종목으로 자금이 집중됐고 대형주와 중·소형주 간 수익률 격차도 더욱 벌어졌다는 설명이다.

김대승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과거에는 외국인 수급이 코스피 방향성을 결정했다면 최근에는 개인투자자의 ETF 자금 유입이 시장을 움직이고 있다"며 "ETF를 통한 투자 확대가 구조적으로 이어지면서 대형주 중심의 강세와 종목 간 양극화 현상이 더욱 두드러지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지난달 27일 출시된 삼성전자·SK하이닉스 등 단일 종목 레버리지 ETF가 대형주 쏠림 현상을 심화시켰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출시 직후 개인 자금이 대거 유입되면서 시가총액 상위 종목으로의 수급 집중이 한층 강화됐기 때문이다. 높은 수익률을 기록한 종목에 자금이 몰리고 이에 따른 ETF 성과 개선이 다시 신규 자금을 끌어들이는 구조가 형성되고 있다.

김준영 iM증권 연구원은 "단일 종목 레버리지 출시 3일 만에 삼성전자 레버리지 ETF에는 약 1조2000억원, 하이닉스 레버리지 ETF에는 2조7000억원 수준의 개인 순매수가 있었는데, 5월 월간 삼성전자와 하이닉스 개인 순매수는 9조6000억원, 15조8000억원 수준으로 단일 종목 레버리지 ETF 인기가 컸음을 알 수 있다"며 "개인투자자의 수급 영향력이 커짐에 따라 종목 쏠림은 심화할 가능성이 높다. 수급이 수급을 불러들일 수 있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시장에서는 소수 종목 쏠림 현상이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전망했다.

노동길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현재 장세의 쏠림은 단순한 투자심리만으로 설명되지 않는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주도주를 넘어 상품시장의 공통 기초자산으로 자리잡았다"며 "두 종목이 오를수록 코스피 내 비중이 높아지고 관련 상품 내 중요도가 커진다는 점에서 이 구조는 자기 강화적"이라고 밝혔다.

아직 쏠림 현상에 따른 부작용을 우려할 단계는 아니라는 시각도 지배적이다. 국내 증시 내에서 소수 AI 밸류체인 업종의 주도가 장기화되고 있지만, 반도체 등 주요 기업들의 이익 전망치 상향이 이어지고 있어서다.

이상연 신영증권 연구원은 "현재의 증시 강세는 단순한 수급 쏠림 현상의 결과로 간주할 것은 아니라고 생각하며 대형 반도체 기업이 실적 상향을 주도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버블의 정점을 가늠하는 관점에서 아직 이외의 기업에서도 이익 추정치가 상향되고 있다는 것은 긍정적"이라며 "무엇보다 지수 조정은 소수 주도 업종으로 수급이 집중된다는 사실만으로 발생하는 것이 아니며 단기간 내 연준의 긴축 현실화, 경기 침체 확률 상승, 글로벌 유동성 축소와 같은 외부 충격이 동반되지 않는다면 국내 증시의 우상향 추세의 훼손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일각에서는 특정 업종과 종목으로의 자금 쏠림이 과도해질 경우 변동성이 확대될 수 있다고 경고한다. 최근 시장에서는 하방 위험에 대비하기보다 추가 상승에 베팅하는 자금이 몰리고 있으며 이러한 수급이 반도체를 비롯한 일부 주도주에 집중되면서 상승세를 더욱 증폭시키고 있다는 분석이다. 특히 옵션 시장을 중심으로 형성된 상방 베팅이 주가 상승을 부추기는 구조가 나타나고 있어 향후 투자심리 변화에 따라 변동성이 확대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김준영 연구원은 "이번 랠리는 기업 실적 개선이라는 펀더멘털에 기반하고 있지만, 동시에 옵션 시장의 상방 베팅과 특정 업종에 대한 FOMO(소외 공포) 심리가 상승세를 더욱 키우고 있다"며 "주가 상승과 변동성 확대가 동시에 나타나는 국면은 장기적으로 지속되기 어려운 경우가 많았던 만큼 특정 종목·섹터로의 쏠림이 심화될 경우 향후 반작용도 그만큼 커질 수 있다는 점을 유의할 필요가 있다. 특히 한번 흐름이 꺾이면 낙폭이 단기에 커질 소지가 있다"고 말했다.

이에 반도체 중심 대형 성장주만으로는 포트폴리오 쏠림 부담이 커질 수 있어 하반기 정책 기대와 주주환원 확대 수혜가 가능한 대형 가치주를 함께 편입하는 전략이 필요하다는 조언도 나온다.

김중원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대형 성장주는 ROE(자기자본이익률) 개선과 PER(주가수익비율) 할인 전환이 동시에 확인되는 반면 대형 가치주는 ROE 개선과 여전한 할인 거래를 바탕으로 재평가 가능성이 확대되고 있다"며 "반면 중형 성장주와 중형 가치주는 ROE 개선이 제한적인 가운데, 밸류에이션 부담이 높아지고 있어 상대적으로 매력이 제한돼 하반기에는 대형 성장주와 대형 가치주를 함께 활용하는 바벨 전략이 유효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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