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는 1958년 독일 베를린에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15세의 소년 '마이클'은 우연한 계기로 전차 안내원이었던 36세의 여인 '한나'를 만나 열정적인 사랑에 빠지게 된다. 사랑을 나누기 전, 한나는 항상 마이클에게 문학 작품을 소리 내어 읽어달라고 요청한다. 그러던 어느 날 한나는 아무런 말도 없이 마이클의 곁을 떠나버린다.
수년 후 법대생이 된 마이클은 전범 재판을 참관하던 중 피고인석에 앉아 있는 한나를 발견하고 충격에 휩싸인다. 한나는 과거 아우슈비츠 수용소의 감시원으로 근무하며 300명이 넘는 유대인 수감자들을 죽음에 이르도록 방치한 혐의를 받고 있었다. 마이클은 재판 과정에서 한나의 판결을 뒤바꿀 수 있는 그녀만의 치명적인 비밀을 알아차리지만, 이를 세상에 밝혀야 할지 깊은 도덕적 딜레마에 빠지게 된다.
이야기 전반부는 미성년자와 성인 여성의 로맨스라는 점에서 다소 거부감이 들 수 있는 설정이지만, 영화는 마이클이 문학 작품을 읽어주며 두 사람이 정신적으로 유대감을 쌓아가는 과정을 아름답게 묘사함으로써 불쾌함을 상쇄시키고, 동시에 후반부에 펼쳐질 거대한 비극적 갈등을 훌륭하게 복선화한다.
더 흥미로운 점은 1958년을 배경으로 하면서도 제2차 세계대전의 비극을 거의 언급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마이클의 우표수집책에 등장하는 나치 문양이 유일한 상징적 힌트일 뿐이다. 의도적으로 전쟁의 참상을 전면에 드러내지 않고 평화롭고 행복한 사춘기 시절을 묘사한 이유는, '수치심'과 '부인(否認)'이라는 거대한 주제를 부각하기 위함이다. 초반에 비극을 감추어 두었기 때문에, 후반부 재판 장면에서 폭로되는 전쟁의 잔혹함이 더욱 충격적으로 다가온다.
영화는 후반부에 들어서면서 '수치심'에 대한 일종의 논문이자 거대한 탐구로 변모한다. 독일이라는 국가와 문화가 가진 집단적 수치심을 마이클과 한나라는 두 개인의 고통스러운 관계를 통해 미시적으로 수렴해낸다.
마이클은 끔찍한 고통과 잔혹 행위에 가담했던 가해자 여성을 진심으로 사랑했다는 사실에서 수치심을 느낀다. 동시에 법정에서 위기에 처한 그녀를 적극적으로 돕지 못하고 방관했다는 죄책감과 자괴감도 공존한다. 이 모순된 감정들은 평생 마이클을 갉아먹으며 그의 결혼 생활을 파탄 내고 딸과의 관계마저 소원하게 만든다.
한나는 아우슈비츠에서 벌어진 일에 대해 나름의 도덕적 수치심을 느끼고 재판에서 솔직하게 답변하려 하지만, 오히려 이 솔직함이 그녀에게 가장 불리한 독으로 작용한다. 동료 감시원들은 책임을 회피하려 모든 죄를 한나에게 뒤집어씌우지만, 한나에겐 법정의 처벌보다 더 견디기 힘든 치명적인 수치심이 있다. 바로 자신이 글을 읽고 쓸 줄 모른다는 사실이다. 그녀는 문맹이라는 사실이 탄로 나는 것이 두려워, 자신이 직접 현장 보고서를 작성했다는 거짓 누명을 전부 뒤집어쓰고 종신형을 선고받는다.
영화는 원작 소설의 방대한 내용을 효율적으로 압축하고 각색하면서도 정서적 울림을 그대로 유지한다. 특히 인물들을 선악의 이분법적으로 묘사하지 않고, 입체적이고 결함이 있는 인간으로 그려냄으로써 전쟁의 비극 속에 담긴 인간성의 어두운 단면을 심도 있게 비춘다. 홀로코스트라는 비극적 배경 속에서 도덕적 복잡성을 용기 있게 구축해 낸, 이 한 편의 명작이 던져주는 질문들은 점점 더 깊은 내면적 성찰을 요청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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