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의 대구는 연중 가장 무더운 시기다. 낮 기온이 35도(℃)를 넘나드는 폭염과 장마철 특유의 높은 습도가 더해지면서 사람 뿐 아니라 반려견의 건강에도 큰 위협이 된다. 특히 대구는 분지 지형의 특성상 열기가 쉽게 빠져나가지 않아 체감온도가 더욱 높게 형성된다.
반려견은 사람처럼 전신의 땀샘으로 체온을 조절하지 못한다. 발바닥과 코 주변에 일부 땀샘이 존재하지만 대부분의 체온 조절은 호흡에 의존한다. 따라서 기온과 습도가 동시에 높아지면 과호흡을 하더라도 체내 열을 충분히 배출하지 못해 고체온증에 빠지기 쉽다.
특히 10세 이상의 노령견, 비만견, 심장질환 또는 호흡기 질환을 가진 반려견, 그리고 프렌치불독과 시추 같은 단두종은 체온 조절 능력이 떨어져 여름철 건강 위험이 더욱 높다. 보호자의 세심한 관찰과 배려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여름철 최대 응급질환, 열사병
폭염 속에서 가장 위험한 질환은 열사병이다. 열사병은 체온이 비정상적으로 상승해 짧은 시간 안에 장기 손상을 유발하는 응급질환으로 치료가 늦어질 경우 생명을 잃을 수도 있다.
초기에는 체온 상승, 과도한 헐떡임, 침 흘림, 점막 충혈, 안절부절못하는 행동 등이 관찰된다. 이후 구토와 설사, 운동실조, 의식 저하, 경련으로 진행될 수 있으며 심한 경우 다발성 장기부전과 쇼크가 발생한다.
열사병이 가장 많이 발생하는 장소는 차량 내부다. 외부 온도가 30도 정도일 때 차량 내부 온도는 10~20분 만에 50도 이상까지 상승할 수 있다. 창문을 약간 열어두더라도 안전하지 않으며 반려견을 차량에 혼자 두는 행동은 절대 금해야 한다.
열사병이 의심된다면 차가운 물에 적신 수건으로 복부와 엉덩이 부위를 반복적으로 식혀 체온을 낮추고 즉시 동물병원을 방문해야 한다. 증상이 호전된 것처럼 보여도 내부 장기 손상이 진행되고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여름철 산책은 시간과 장소 선택이 중요
반려견 건강을 위해 산책은 중요하지만 여름철에는 산책 방법을 달리해야 한다. 가장 권장되는 시간은 해가 뜨기 전 이른 아침과 지열이 충분히 식은 저녁 시간이다.
기온이 33도일 때 아스팔트 표면 온도는 50~60도 이상까지 상승할 수 있다. 보호자의 손등을 바닥에 5초 이상 대기 어렵다면 산책을 피하는 것이 좋다. 고체온증은 물론 발바닥 화상 위험도 높기 때문이다.
산책 시에는 충분한 물을 휴대하고 중간중간 수분을 공급해야 한다. 그늘이 많은 공원이나 산책로를 이용하고 평소보다 산책 시간은 줄이며 휴식 시간은 늘리는 것이 바람직하다. 반려견이 심하게 헐떡인다면 즉시 시원한 장소로 이동해야 한다.
최근 냉감 조끼나 쿨링 스카프를 사용하는 보호자들이 많지만 이는 보조 수단일 뿐 폭염 시간대 산책을 정당화하는 수단이 되어서는 안 된다.
◆장마철 피부질환과 외이염 주의보
장마철에는 피부질환과 외이염이 크게 증가한다. 고온다습한 환경이 세균과 말라세지아 증식을 촉진하기 때문이다.
겨드랑이와 사타구니, 목 주변, 발가락 사이에는 피부 발적과 가려움증이 증가하며 심한 경우 피부가 검게 변하거나 가피가 형성되고 악취가 발생하기도 한다. 반려견이 해당 부위를 지속적으로 핥거나 깨무는 행동을 보이기도 한다.
귀가 덮여 있는 품종에서는 외이염 발생 위험도 높다. 머리를 자주 흔들거나 귀를 긁고 냄새가 난다면 외이염을 의심해야 한다. 치료가 늦어지면 외이도 점막 비후와 만성 염증, 심한 경우 외이도 협착으로 진행될 수 있다.
귀세정제를 자주 사용하는 것이 귀 건강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는 보호자들이 많지만 과도한 사용은 오히려 외이도를 자극해 질환을 악화시킬 수 있다. 건강한 귀는 과도하게 건드리지 않는 것이 좋으며 이상 증상이 있을 때 정확한 진단과 치료를 받는 것이 중요하다.
◆식중독과 장염 예방도 중요
고온다습한 여름철 환경에서는 세균과 해충 증식이 활발해지면서 식중독성 위장 질환이 크게 증가한다. 특히 개봉한 사료를 장시간 방치하거나 유통 및 보관 상태가 불분명한 육포와 개껌 형태의 간식을 섭취한 뒤 구토와 설사 증상을 보이며 내원하는 경우가 많아진다.
식욕부진과 반복적인 구토, 설사가 지속되거나 혈변 및 무기력증이 관찰된다면 단순한 소화불량으로 여기지 말고 반드시 수의사의 진료를 받아야 한다. 특히 심장질환이나 신장질환 등 만성질환을 앓고 있는 노령견은 탈수와 전해질 불균형이 빠르게 진행될 수 있어 더욱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야생진드기 감염 주의
최근 기후변화의 영향으로 야생진드기 개체 수가 증가하면서 진드기 매개 질환 발생 위험도 높아지고 있다. 야생진드기는 중증열성혈소판감소증후군(SFTS)을 비롯해 아나플라스마증, 에를리키아증, 바베시아증 등을 전파할 수 있다.
산이나 하천 주변의 수풀이 우거진 곳을 산책했다면 귀 주변과 목, 겨드랑이, 사타구니, 발가락 사이를 중심으로 몸 전체를 꼼꼼히 확인해야 한다. 특히 깨알 크기의 유충이 다수 발견된다면 가능한 한 빨리 동물병원을 방문해 적절한 구제 조치를 받는 것이 좋다.
진드기를 무리하게 제거하는 과정에서 주둥이 부분이 피부에 남게 되면 국소 염증이나 감염, 육아종 형성의 원인이 될 수 있다. 따라서 가급적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제거하는 것이 안전하다.
정기적인 외부기생충 예방약 사용과 함께 산책 후 빗질, 털 건조, 피부 상태 확인을 생활화하는 것이 중요하다.
◆심장병 환자는 더욱 세심하게
국내 10세 이상 소형견의 절반 이상은 퇴행성 이첨판 질환(MMVD)을 앓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러한 심장질환 환자들은 무더위로 인해 체온 조절 능력이 떨어지고 심장과 폐에 가해지는 부담이 증가하면서 과도한 헐떡임과 기침, 운동 불내성 증상이 더욱 심해질 수 있다.
보호자는 평소 집에서 안정 시 호흡수를 측정하는 습관을 갖는 것이 중요하다. 반려견이 편안하게 쉬고 있을 때 1분간의 호흡수를 측정해 기록해 두면 심장병 악화를 조기에 발견하는 데 도움이 된다.
평소보다 안정 시 호흡수가 증가하거나 쉽게 지치고 기침이 잦아지며 식욕 감소가 동반된다면 심장병의 진행이나 폐부종 발생 가능성을 의심해야 한다. 이 경우 신속히 동물병원을 방문해 정확한 평가를 받는 것이 바람직하다.
◆건강한 여름은 예방에서 시작된다
여름철 반려견 건강관리는 기본적인 예방 수칙을 얼마나 잘 지키느냐에 달려 있다. 적절한 산책 시간 선택과 충분한 수분 공급, 피부와 귀 관리, 야생진드기 예방, 실내 온도 조절만으로도 상당수의 계절성 질환을 예방할 수 있다.
특히 노령견과 심장병, 신장병 등 만성질환을 앓고 있는 반려견에게 여름은 결코 가볍게 넘길 수 있는 계절이 아니다. 작은 이상 신호를 놓치지 않는 보호자의 세심한 관찰이 질병의 악화를 막고 소중한 생명을 지키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다.
무더위와 장마가 이어지는 올여름, 반려견이 건강하게 계절을 이겨낼 수 있도록 보호자들의 각별한 관심과 실천을 당부드린다.
수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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