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원전 시장이 기대를 넘어 실제 프로젝트가 가시화 단계에 접어들고 있다. 미국과 유럽을 중심으로 신규 원전 건설이 본격화되면서 원전 산업이 장기 성장 사이클에 진입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최근 원전주가 조정을 받고 있지만 증권가는 이를 단기 숨 고르기로 보고 해외 원전 경쟁력을 갖춘 국내 기업들의 수혜에 주목하고 있다.
26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최근 한 달간 대우건설은 30.44% 하락했고 현대건설도 25.08% 내렸다. 두산에너빌리티와 HD현대일렉트릭 역시 각각 21.33%, 19.01% 내리며 원전 관련 종목 전반이 조정을 받았다.
같은 기간 원전 관련 상장지수펀드(ETF)도 약세를 나타냈다. 'ACE 원자력TOP10'은 최근 한 달간 26.77% 하락했고 'TIGER 코리아원자력'과 'SOL 한국원자력SMR'도 각각 25.31%, 23.05% 내렸다. 'KODEX 원자력SMR' 역시 21.50% 하락했다.
다만 원전주 약세를 두고 업계에서는 업황 둔화보다는 밸류에이션 부담이 반영된 결과라는 해석이 나온다. 원전 산업은 건설 기간과 투자 회수 기간이 긴 만큼 금리와 할인율 변화에 민감하기 때문이다.
원전 산업을 둘러싼 환경은 오히려 우호적으로 변하고 있다. 글로벌 전력 수요는 지난해 2만7440TWh에서 2050년 5만1940TWh로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은 2030년까지 대형 원전 10기 착공을 추진하고 있으며 프랑스와 영국, 이탈리아 등도 신규 원전 건설과 원전 재도입 정책을 확대하고 있다. 국내 역시 제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을 통해 대형 원전과 소형모듈원전(SMR) 추가 건설을 추진 중이다.
미국 정부도 원전 공급망 재건에 속도를 내고 있다. 최근 미국 에너지부(DOE)는 175억달러(약 26조원) 규모의 원전 공급망 대출 프로그램을 발표했다. 신규 원전 건설에 필요한 장납기 기자재 확보를 지원하는 내용으로 미국이 대형 원전 공급망 구축에 본격적으로 나섰다는 평가가 나온다.
원전 확대 정책과 수주 기대감이 주가를 움직이던 국면은 지나고 있다. 이제 시장의 관심은 착공과 EPC(설계·조달·시공) 계약, 기자재 공급 등 실제 사업 진행 여부로 이동하고 있다.
글로벌 전력 수요 증가와 각국의 원전 확대 정책으로 신규 원전 건설 수요는 늘고 있지만 실제 시공 역량을 갖춘 기업은 제한적이다.
최근 10년간 대형 원전 시공 경험을 보유한 국가는 사실상 6개국에 불과하다. 미국은 보글(Vogtle) 원전의 비용 초과와 공기 지연 이력이 있고 중국과 러시아는 지정학적 제약이 있다. 원전 수출 경험과 미국 노형 시공 경험을 동시에 보유한 한국 기업들이 글로벌 원전 시장 확대 과정에서 유리한 위치를 점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현대건설은 국내 건설사 가운데 가장 풍부한 해외 원전 파이프라인을 확보한 기업으로 꼽힌다. UAE 바라카 원전 건설 경험을 바탕으로 미국과 유럽 시장 공략에 나서고 있다는 점도 강점으로 평가된다. 미국 홀텍과 협력 중인 펠리세이즈 SMR 2기 사업을 비롯해 페르미 아메리카 대형 원전 4기, 불가리아 코즐로두이 원전 2기 등 다수의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이들 프로젝트가 본계약 단계에 진입할 경우 해외 원전 수주 모멘텀이 한층 강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이혜진 대신증권 연구원은 "현대건설은 국내 건설사 가운데 가장 높은 해외 원전 EPC 경쟁력을 보유하고 있다"며 "미국과 불가리아 등 다수의 가시화된 해외 원전 프로젝트를 확보하고 있어 글로벌 원전 시장 확대 과정에서 수혜가 기대된다"고 말했다.
대우건설도 체코 원전을 계기로 글로벌 원전 시장 진출의 발판을 마련했다. 체코 두코바니 원전 수주는 대우건설의 첫 해외 원전 프로젝트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단순한 수주를 넘어 향후 체코 테믈린 추가 원전과 베트남 닌투언 원전 등 후속 사업 참여 가능성을 높이는 레퍼런스로 평가된다. 업계에서는 성공적인 사업 수행 시 글로벌 원전 밸류체인 내 역할 확대도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시장에서는 하반기부터 해외 원전 프로젝트의 가시화 여부가 국내 원전 기업들의 실적과 기업가치를 좌우할 핵심 변수로 보고 있다. 미국 원전 공급망 구축과 체코 후속 원전, 베트남 신규 원전 등 대형 프로젝트가 순차적으로 추진될 경우 기대감에 머물렀던 투자 논리가 실제 수주와 실적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전망이다.
김기룡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해외 원전 기대감의 배경에는 정부의 우호적인 정책과 팀코리아의 원전 수출 확대 움직임이 있다"며 "최근 조정에도 글로벌 원전 수요 확대 흐름은 유효하며 하반기에는 구체적인 성과가 확인되면서 관련 모멘텀이 다시 부각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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