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변화가 경북의 산업지도를 바꾸고 있다. 폭염과 열대야가 급증하면서 대표 과일인 사과의 재배 적지는 북쪽으로 밀리고, 아까시꽃의 개화 변화로 양봉농가의 채밀 방식도 달라지고 있다. 동해에서는 오징어가 급감한 자리를 방어·고등어·참다랑어 등 난류성 어종이 채우고 있다.
경북도는 지역과 산업별로 다르게 나타나는 기후위험을 분석해 오는 2027년부터 5년간 적용할 '경북형 기후안전망'을 마련한다.
14일 경북도가 개최한 '제4차 경상북도 기후위기 적응대책 세부시행계획 수립 연구용역' 중간보고회 자료에 따르면 경북의 최근 10년 평균 폭염일수는 22.6일이다. 이전 10년 평균 12.2일보다 85%가량 늘었다. 지난해에는 39.3일까지 치솟았다. 열대야도 이전 10년 평균 3.6일에서 최근 10년 8.7일로 두 배 이상 증가했다.
◆사과는 북쪽으로, 꿀벌도 꽃 따라 이동
사과 재배지도도 변하고 있다. 서늘한 기후에서 품질이 좋아지는 사과는 기온 상승에 따라 재배 적지가 점차 북상하고 있다. 과거 경북 영천 등이 주산지였던 사과는 강원 정선·영월·양구 등으로 재배지역이 확대되고 있는 모양새다. 이미 2022년부터 농촌진흥청도 기후변화에 따른 재배지 변동을 예측하면서 앞으로 사과 재배 적지와 재배 가능지가 지속해서 급격히 줄어들 것으로 전망했다.
뜨거워진 기온뿐만 아니라 매년 극변하는 기후도 문제다. 개화기 저온과 여름철 폭염, 집중호우·우박 등 이상기후가 반복되면서 사과 생산량의 연도별 변동 폭도 커지고 있다. 국내 사과 생산량은 2022년 56만6천41t에서 2023년 39만4천428t으로 30.3% 급감한 뒤 2024년 46만t으로 회복했지만, 2025년에는 다시 44만8천t으로 줄었다. 특히 2023년에는 개화기 저온과 우박, 잦은 비에 따른 탄저병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생산량 감소 폭이 컸다.
양봉농가도 사정은 비슷하다. 꽃이 피는 시기는 빨라지고 지는 시기는 앞당겨져 꿀을 채밀하는 기간 자체가 짧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해당 지역의 개화기에 맞춰 채밀을 하는 고정양봉은 꽃이 피고 지는 기간이 짧아질수록 꿀 생산량이 따라 감소할 수밖에 없다.
개화 시차를 이용해 남쪽에서 북쪽으로 이동하며 꿀을 채취하던 이동양봉은 존립 기반마저 흔들리고 있다. 고정값이 된 한반도 봄철 고온이 지역 간 개화 시차를 좁혀 기존 방식으로는 양봉을 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동양봉업을 하는 박모(63)씨는 "경북에서 본격적인 채밀을 시작하기도 전에 충청에도 꽃이 폈고, 강원도 도로변은 꽃망울이 벌어졌다는 소식이 들려온다 "며 "꽃이 거의 동시에 피다 보니 시차를 따라 꿀을 뜨러 이동할 필요 자체가 없어졌다"고 한숨을 쉬었다.
◆메마른 산림…산불에 병해충, 수종 변화까지
폭염과 가뭄 등 극한기상이 반복되면서 산불과 병해충, 수종 변화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지난해 초대형 산불을 겪은 경북 동·북부는 특히 기후위험에 민감하다. 고온·건조한 날씨가 길어지면 산림 내 수분이 줄어 산불 발생 시 대형화할 위험도 높아진다. 개별 산불의 직접적인 원인을 기후변화로 단정할 수는 없지만, 달라진 기상환경에 맞춰 산불 예방과 대응체계를 재정비해야 할 필요성은 커지고 있다.
소나무재선충병 등 산림병해충도 기후변화와 함께 살펴봐야 할 문제다. 재선충병은 감염목 이동과 방제, 매개충 분포 등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피해 증가를 기온 상승만으로 설명하기 어렵다. 다만 기온 변화가 매개충의 활동기간과 서식환경에 영향을 줄 가능성이 있어 장기적인 산림관리에서는 기후요인까지 고려해야 한다는 분석이다.
이에 경북도도 기후변화에 적응력이 높은 미래수종 조림 확대와 재선충 피해지역의 수종전환 사업에 예산을 투입하고 있다. 산불 피해지에도 입지와 재해 위험 등을 고려한 맞춤형 수종을 심어 기후변화에 강한 산림으로 재편해 나가고 있다.
◆더워지는 동해…어종 변화
동해의 변화는 더 빠르고 선명하다. 경북을 대표하던 오징어가 급감한 반면 따뜻한 바다를 선호하는 참다랑어와 고등어, 방어류 등이 늘고 있다.
경북도에 따르면 도내 오징어 어획량은 2010년 6만6천630t에서 2023년 2천709t으로 급감했다. 2010년의 4% 수준이다. 최근 10년간으로 좁혀도 93% 감소했다. 반면 같은 기간 참다랑어 어획량은 42배, 고등어는 28배, 방어류는 2배 증가했다.
현장에서도 어종 변화가 확연하다. 올해 6월 10일 하루에만 정치망을 통해 울진에서 190t, 영덕에서 43t의 참다랑어가 잡혔다. 최근 도내 정치망 참다랑어 어획 쿼터도 당초 350t에서 520t으로 늘었다. 2022년 74.4t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4년 만에 7배 수준으로 확대된 것이다.
동해안 한 수협 관계자는 "예전에는 작은 개체가 많이 잡혔는데 지난해부터는 대형 참다랑어가 많이 잡히고 있다"며 달라진 어황을 전했다.
문제는 어종 변화의 속도를 기존 수산업 구조가 따라가기 쉽지 않다는 것이다. 오징어 등 기존 주력 어종에 맞춰진 어선·어구와 조업방식, 위판·저장·가공·유통망 등을 새 어종에 맞춰 바꾸려면 적지 않은 비용과 시간이 들 수밖에 없다.
특히 참다랑어처럼 어획 쿼터가 적용되는 어종은 제도적 한계도 있다. 갑작스럽게 어획량이 늘어도 배정 물량과 유통체계가 이를 소화하지 못하면, 새 소득원 자체가 될 수 없다는 것이다.
영덕지역 한 어업인은 "눈에 보일 정도로 어종 변화가 실감나지만, 배나 어구를 새로 바꾸기는 어렵다"며 "안정적인 유통망까지 갖춰야 어민들도 변화에 대응할 수 있다"고 말했다.
손현규 경북도 기후환경정책과장은 "경북은 동해안과 내륙 산지, 농산어촌, 산업단지, 고령화 지역이 공존해 기후위험의 양상도 매우 다양하다"며 "과학적 데이터와 현장의 목소리를 함께 반영해 도민이 실제 체감할 수 있는 경북형 기후안전망을 만들겠다"고 말했다.



































댓글 많은 뉴스
민주당, 이진숙 제명촉구결의안 제출…"5·18 정신 폄훼·역사 쿠데타"
李대통령 "부동산 거품 더 방치못해…잃어버린 20년 도래할수도"
李 대통령 "친일 반민족 행위자가 부당 축적한 재산 조사·환수"
李대통령 "4년 중임또는 연임제는 대선 공약…생각 지금도 변함 없어"
아수라장 된 이진숙 5·18 토론회…與 "즉각 제명·윤리위 징계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