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굶어도 아이만큼은 제대로 밥 먹여야해요."
대구의 한 임대주택에서 여섯 살 아들과 단둘이 살아가는 이도연(가명·26) 씨에게 하루는 늘 살얼음판 위 버텨야하는 시간이다. 기초생활수급비로 생계를 이어가지만 관리비와 빚을 갚고 나면 손에 남는 돈은 얼마 되지 않는다. 하루 한 끼로 버티는 날이 많지만 아이 식단만큼은 꼼꼼이 챙긴다. 자신은 굶어도 아이만큼은 엄마 없는 아이처럼 자라게 하고 싶지 않다는 마음 때문이다.
◆친척집 전전…고등학교도 못나와
이 씨의 삶은 어린 시절부터 평탄하지 않았다. 세 살 무렵 어머니를 잃은 뒤 아버지와 친척집을 전전하며 자랐다. 어렵게 생계를 이어가는 과정에서 폭력과 상처를 겪었고, 중학생 때는 뒤늦게 어머니의 사망 사실을 알게 되면서 극심한 충격을 받았다. 학교폭력까지 겹치며 결국 고등학교에 진학하지 못했고 어린 나이부터 식당 주방 등에서 생계를 위해 일을 시작했다.
스무 살이던 해 아이를 임신하면서 결혼했지만 행복은 오래가지 못했다. 반복되는 폭언과 갈등 끝에 2023년 이혼했다. 전 남편은 양육비 대신 월세와 관리비를 부담하겠다고 했지만 약속은 지켜지지 않았다. 3년 동안 밀린 월세와 관리비가 1천만원이 넘는다는 사실을 지난해 말 뒤늦게 알게 된 순간 이 씨의 일상은 무너졌다.
충격 이후 갑자기 말을 더듬기 시작했다. 한마디를 내뱉는 데도 수분이 걸릴 정도였다. 뇌 MRI 검사에서는 이상이 발견되지 않았지만 의료진은 정신적 충격에 따른 신체화 증상으로 판단했다. 현재도 우울증과 공황장애, 수면장애 치료를 받으며 하루 열 알이 넘는 약을 복용하고 있다. 약기운 때문에 하루 종일 멍한 상태가 이어져 정상적인 의사소통조차 쉽지 않다.
올해 대구의료원에서 받은 종합심리검사도 제대로 진행되지 못했다. 검사 결과가 사실상 '0점'으로 나왔지만 담당 의료진은 지적 능력의 문제가 아니라 심한 우울감 때문에 문제를 풀 기력조차 없었던 결과라고 설명했다. 몇 달 뒤 상태가 호전되면 다시 검사를 받아보자는 권유를 받았지만 제대로 된 치료 역시 경제적 부담이 커서 응하기가 어렵다.
◆생활고, 아빠찾는 아이에 가슴 무너져
생활은 더욱 팍팍해졌다. 2인 가구 수급비는 월 150만원 안팎이지만, 월세와 관리비 체납금을 갚는 데 매달 80만원, 과거 생활고 속에서 발생한 휴대전화 소액결제 채무 상환에 30만원이 빠져나간다. 남는 돈으로 두 사람이 한 달을 살아야 한다. 식비를 줄이기 위해 이 씨는 대부분 하루 한 끼만, 그마저도 안먹는날이 많지만 아이 식사는 거르지 않는다.
채무에 대한 두려움도 이 씨를 괴롭힌다. 대부업체 직원이 찾아올 것 같다는 불안감에 초인종 소리만 들어도 몸이 굳는다. 도어록 비밀번호를 누르는 소리가 들리는 듯한 환청에 시달리고, 외출도 마음대로 하지 못한다. 현관 인터폰 벨소리도 아예 꺼두었다.
이 씨의 언어장애는 아이에게도 영향을 미쳤다. 여섯 살 아들은 또래보다 말이 늦고 발음이 부정확하다는 이야기를 유치원에서 들었다. 병원 검사에서도 언어치료가 필요하다는 소견을 받았다. 경제적 형편 때문에 지난해에는 방과후 활동조차 하지 못했고, 올해부터 지원을 받아 참여하기 시작했지만 늦은게 아닐까 걱정부터 앞선다.
무엇보다 아이는 아직도 아버지를 기다린다. 이혼한 지 3년이 지났지만 집에는 가족사진이 그대로 걸려 있다. 아이가 치우지 말아 달라고 울며 붙잡았기 때문이다. 지난해 유치원 학예회에서도 아버지가 와주기를 바랐지만 끝내 나타나지 않았다. 결국 아이는 학예회 당일 유치원에 가지 않았다. "아빠는 언제 와?"라는 아이의 질문은 이 씨에게 가장 견디기 힘든 순간이다.
가정의 달이었던 지난 5월은 특히 힘겨웠다. 아이가 아버지를 찾으며 슬픔을 표현할수록 이 씨의 우울감도 깊어졌다. 어린이날 새벽에는 유리컵에 손을 크게 다쳐 응급실을 찾았지만 어느 누구에게도 하소연할 수없었다. 치료비조차 부담스러운 형편이지만 아이를 생각하며 다시 버티고 있다.
올해부터 희망복지지원단이 사례관리에 나서 정신건강 치료와 언어치료, 법률 상담 등을 지원하고 있지만 회복까지는 시간이 필요하다. 복지 담당자는 "본인은 끼니를 거르면서도 아이 밥만큼은 반드시 챙긴다"며 "아이만은 자신처럼 엄마 없는 아이처럼 상처를 안고 자라게 하고 싶지 않다는 마음으로 하루하루를 버티고 있다"고 말했다.
이 씨는 긴 침묵 끝에 작은 바람 하나를 꺼냈다. "아이만... 아이만 건강하게 컸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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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 성금내역]
◆뇌종양 4기 투병 김사연 씨에 3,921만원 전달
뇌종양 4기라는 병마와 싸우면서도 사회복지사가 되겠다는 꿈을 키우고 있는 대학생 김사연 씨(매일신문 6월 16일 10면)에게 3천921만8천140원을 전달했습니다. 이 성금엔 ▷최은서 7만원 ▷최정원 7만원 ▷변정기 5만원 ▷윤상수 5만원 ▷이상준 5만원 ▷조재순 3만원 ▷이병규 2만5천원 ▷신종욱 2만원 ▷배상영 1만원 ▷이장윤 8천원 ▷신혜진 5천원 ▷조용인 5천원 ▷김명숙 3천원이 더해졌습니다. 성금을 보내주신 모든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교제살인 비극에 딸 잃은 장기준 씨에 2,292만원 성금
교제살인 비극으로 딸을 잃은 뒤 병과 가난, 고립된 노년을 보내고 있는 장기준 씨(매일신문 6월 23일 10면)에게 41개 단체, 148명의 독자가 2천292만4천551원을 보내주셨습니다. 성금을 보내주신 분은 다음과 같습니다.
▷에스엘㈜ 200만원 ▷피에이치씨큰나무복지재단 200만원 ▷건화문화장학재단 150만원 ▷㈜일지테크 100만원 ▷㈜태원전기 100만원 ▷한성철강㈜ 100만원 ▷세무법인송정김천2 50만원 ▷송곡문화장학재단 50만원 ▷신라공업 50만원 ▷㈜태린(김철우) 40만원 ▷최상규이비인후과 40만원 ▷김재완법무사사무소 30만원 ▷㈜동아티오엘 25만원 ▷㈜백년가게국제의료기 25만원 ▷금강엘이디제작소(신철범) 20만원 ▷대창공업사 20만원 ▷새화성약국(박경옥) 20만원 ▷㈜삼이시스템 20만원 ▷경주천마운전전문학원 10만원 ▷기독교대한성결교회봉산교회 10만원 ▷김영준치과의원 10만원 ▷동양자동차운전전문학원 10만원 ▷세움종합건설(조득환) 10만원 ▷신성산업㈜ 10만원 ▷유성에스에이치(이석현) 10만원 ▷㈜구마이엔씨(임창길) 10만원 ▷㈜우주배관종합상사(김태룡) 10만원 ▷창성정공(허만우) 10만원 ▷건천제일약국 5만원 ▷국제정밀(김용근) 5만원 ▷베드로안경원 5만원 ▷선진건설㈜(류시장) 5만원 ▷우리들한의원(박원경) 5만원 ▷전피부과의원(전의식) 5만원 ▷참한우소갈비집(신동애) 5만원 ▷칠곡한빛치과의원(김형섭) 5만원 ▷국선도두류수련원 3만원 ▷매일신문구미형곡지국(방일철) 3만원 ▷㈜동위(이석우) 3만원 ▷통영굴국밥국수(허정) 2만원 ▷하나회(김미라) 1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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