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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신문 전국 어린이 사진공모전 70년]<1981년 27회>노력상 이병인 작 "심술쟁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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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담길을 가로막은 겨울 장난

노력상 이병인 작
노력상 이병인 작 '심술쟁이'

1981년 1월, 경북 의성의 한 작은 시골마을.밤새 내린 서리가 아직 녹지 않은 흙길 위로 겨울 햇살이 길게 내려앉았다. 돌담은 차가운 바람을 묵묵히 막아주고 있었고,한겨울 시골집 특유의 훈훈한 삶의 냄새가 풍겨오는 듯하다.

태호는 어린 동생 민호를 세발자전거 뒷좌석에 태우고 골목길을 신나게 달리고 있었다. 형의 손에 맡겨진 작은 여행이었다. 민호에게 세발자전거는 자동차였고, 태호는 세상에서 가장 믿음직한 운전사였다.

하지만 두 형제의 평화로운 골목길 자전거 여행은 오래가지 않았다.돌담길 모퉁이에서 장난기 많은 동네 친구 진성이와 영길이가 기다렸다는 듯 길을 막아섰다. 영길이는 뒤에서 자전거를 붙잡아 끌고, 또 다른 친구인 진성이는 앞에서 핸들을 잡은 채 길을 내주지 않는다. 얼굴에는 장난기가 가득하다.

"어디 가노?", "못 지나간다!" 하는 소리가 금방이라도 들려오는 듯하다.

태호는 있는 힘껏 페달을 밟아보지만 세발자전거는 꼼짝하지 않는다. 민호는 무슨 일인지 영문도 모른 채 형의 품을 바라보고, 심술꾸러기 친구들은 그 모습이 재미있는지 웃음을 터뜨린다.

지금이라면 괴롭힘이라고 말할 수도 있는 장면이다. 그러나 그 시절 시골 아이들의 심술은 오래 가지 않았다. 몇 번 실랑이를 벌이다가도 금세 웃음으로 끝났고, 잠시 뒤에는 모두 함께 자전거를 밀어주며 마을 끝까지 달려가곤 했다. 세발자전거 한 대만 있어도 하루 종일 웃을 수 있었고, 돌담길 하나만 있어도 최고의 놀이터가 되었다.

사진 속 아이들의 볼은 겨울바람에 빨갛게 익어 있다. 두툼한 솜점퍼와 털 달린 외투는 넉넉하지 않은 살림을 말해주지만, 아이들의 표정만큼은 세상 어느 부잣집 아이들보다 환하다.

세월은 어느덧 40여 년이 흘렀다.돌담은 허물어지고, 흙길은 아스팔트가 되었으며, 아이들이 뛰놀던 골목은 자동차가 차지했다. 세발자전거 대신 전동 킥보드가 생겼고, 아이들의 손에는 스마트폰이 들려 있다. 함께 부딪히며 웃던 골목놀이는 화면 속 게임으로 바뀌었고, 친구를 기다리던 시간은 온라인 접속을 기다리는 시간으로 변했다.

그래도 이 사진은 말을 걸어 준다.행복은 풍요에서만 오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겨울바람에 손이 시리고 무릎에 흙이 묻어도, 친구들과 실랑이를 벌이며 웃던 그 순간이야말로 어린 시절 가장 따뜻한 기억이었다는 것을.

태호는 지금 어디에서 무얼하고 살고 있을까. 동생 민호는 형이 자신을 태워주던 그 겨울날을 기억하고 있을까. 그리고 길을 막으며 장난을 치던 친구들은 사진을 보는 순간 "그때는 참 재미있었지." 하며 웃을 수 있을까.

한 장의 사진은 단순히 과거를 기록하는 것이 아니다.

이병인 작 '심술쟁이' 사진은 잊고 살던 우리의 어린 시절을 다시 불러내고, 가난했지만 정이 넘쳤던 시대를 조용히 증언한다.그 위에는 지금도 변하지 않는 우정과 형제애, 그리고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겨울 골목의 웃음소리가 여전히 달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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