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 위원장을 둘러싼 여야의 대치가 극한으로 치닫고 있다. 하반기 국회가 출범한 지 보름이 넘었지만, 원 구성조차 마무리하지 못한 채 국회는 사실상 공전 상태다. 법사위원장 자리를 둘러싼 양측의 입장이 팽팽하게 맞서면서 협상의 실마리도 좀처럼 보이지 않고 있다.
국회 의석 과반을 확보한 더불어민주당은 지난달 30일 법사위원장을 비롯한 11개 상임위원장을 단독으로 내정하고, 나머지 7개 상임위원장 자리를 제1야당인 국민의힘 몫으로 남겨뒀다. 민주당은 법사위원장 자리에 4선의 서영교 의원을 내정했다.
반면 국민의힘은 민주당의 일방적인 원 구성이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민주당이 야당 몫으로 배정한 교육위원회, 외교통일위원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보건복지위원회, 국토교통위원회, 정보위원회, 성평등가족위원회 등 7개 상임위원장 자리도 모두 거부했다. 국회 일정 전면 보이콧을 선언한 국민의힘의 요구는 단 하나다. "법사위원장은 야당이 맡아야 한다"는 것이다.
◆'한국형 상원'이라 불리는 법사위
법사위원장 자리를 둘러싼 갈등은 단순한 자리다툼이 아니다. 미국 의회는 상원과 하원으로 분리된 양원제를 채택하고 있다. 상원은 각 주에서 2명씩 모두 100명의 의원으로 구성돼 법안 심의 과정에서 견제와 균형의 역할을 수행한다.
우리나라는 단원제 국회다. 18개 상임위원회에서 의결된 대부분의 법안은 본회의에 상정되기 전, 반드시 법사위의 심사를 거쳐야 한다. 이 때문에 법사위는 '한국형 상원' 또는 국회의 '최종 관문'이라 불린다.
법사위가 막강한 이유는 국회법 제86조가 규정한 '체계·자구 심사권' 때문이다. 법안이 기존 법체계와 충돌하지 않는지, 법률 용어와 문구가 적절한지를 최종적으로 검토하는 권한이다.
명목상으로는 형식적 심사이지만 현실에서는 법안 처리를 늦추거나 추가 심사를 요구할 수 있어 사실상 입법 속도를 조절하는 역할을 한다. 이 때문에 법사위는 국회 상임위원회의 '상왕'이라는 별칭까지 갖고 있다.
◆DJ때부터 법사위는 야당 몫
법사위원장을 야당이 맡는 관행은 김대중 정부 시절부터 자리 잡았다. 당시 집권 여당은 국회의장을 맡는 대신 법사위원장은 야당에 넘겼다. 국회의장이 본회의 운영 권한을 가진 만큼 법사위원장은 야당이 맡아 입법 과정에서 견제와 균형을 이루자는 취지였다.
이후 정권이 여러 차례 바뀌면서도 이 관행은 상당기간 유지됐다. 여야 모두 의회 민주주의를 위해 필요한 최소한의 제도적 장치라는 데 공감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거대 양당 체제가 굳어지고 과반 의석을 확보한 정당이 등장하면서 상황은 달라졌다.
더불어민주당은 지난 두 차례 국회에서 법사위를 포함한 주요 상임위원장을 대부분 차지했고, 이번 하반기 국회에서도 법사위원장만큼은 양보할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그럴 만한 복심(腹心)도 있다. 대통령에 대한 공소(公訴) 취소 특검법 등 집권 여당이 통과시키려는 법안들이 법사위에서 야당에 의해 저지 당하지 않기 위함이다.
◆법사위 둘러싼 진흙탕 공방
여야의 공방도 갈수록 거칠어지고 있다. 정점식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민주당이 법사위원장을 고집하는 이유는 이재명 대통령의 재판 취소를 위한 공소취소 특검범 등 관련 법안을 일방적으로 처리하기 위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김승수 원내운영 수석부대표도 "민주당이 배정한 7개 상임위원장을 모두 거부하고 대여 투쟁을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민주당 역시 법사위원장 자리는 협상의 대상이 아님을 천명하고 있다. 한병도 원내대표는 "일하는 국회를 만들기 위해서는 법사위를 민주당이 맡아야 한다"며 "법사위원장을 요구하는 것은 민생을 볼모로 한 국회 파업 선언과 다름없다"고 맞받았다. 이어 "새 정부 출범 이후 야당이 상임위를 정쟁의 장으로 만들고 있다"며 국민의힘의 태도를 강하게 비판했다.
◆타협은 실종…국회 정상화는 언제
법사위원장을 둘러싼 대치는 좀처럼 출구를 찾지 못하고 있다. 민주당은 이미 서영교 법사위원장 내정자를 중심으로 법사위 운영에 들어갔고, 국민의힘은 국회 일정 전면 보이콧으로 맞서고 있다.
한 국민의힘 다선 의원은 "시간이 지나면서, 야당이 민생에 발목을 잡는다는 역풍이 커질 수 있다"며 "현재로선 출구 전략이 마땅치 않은 것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4년 전에도 민주당이 11곳 상임위원장을 단독 선출하자, 국민의힘은 전면 보이콧으로 대응했지만 결국 2주 만에 백기를 들고, 국회 상임위로 복귀한 바 있다.
여야 모두 '법사위만큼은 양보할 수 없다'는 입장을 굽히지 않는 한, 하반기 원 구성도 상당기간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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