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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커지는 엔캐리 청산 우려…재현 시 증시 휘청[매일뭐니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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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일 28년 만 공동 환율 개입에 엔화 급등
코스피, 기술주 레버리지 청산에 직격탄 우려
관건은 BOJ 금리 인상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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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과 일본이 28년 만에 손잡고 외환시장에 개입하면서 국내 증시에 '엔캐리 트레이드 청산'이라는 오래된 공포가 다시 고개를 들고 있습니다. 개입 이후 엔화 가치가 가파르게 오르자 싼 엔화를 빌려 위험자산에 투자해온 글로벌 자금이 한꺼번에 빠져나갈 수 있다는 우려에서입니다. 2년 전 코스피를 8% 넘게 끌어내린 '검은 월요일'의 기억이 되살아나는 이유입니다.

엔캐리 트레이드는 금리가 낮은 일본에서 엔화를 빌려 미국 국채나 주식, 신흥국 자산처럼 상대적으로 수익률이 높은 자산에 투자하는 전략입니다. 일본이 오랫동안 세계에서 금리가 가장 낮은 나라였기에 가능했던 방식인데요. 수익은 두 갈래에서 나옵니다. 하나는 빌린 엔화와 투자한 자산의 금리 차이이고 다른 하나는 환차익입니다. 엔화를 빌려 달러 자산을 샀는데 엔화 가치가 더 떨어지면 나중에 더 적은 달러로 엔화 빚을 갚을 수 있어 이익이 커집니다. 참여자도 헤지펀드 같은 투기 세력만이 아닙니다. 더 높은 수익을 좇는 일본의 대형 연기금과 은행, 이른바 '와타나베 부인'으로 불리는 일본 개인투자자들도 큰 축을 이룹니다.

문제는 이 거래가 한 방향으로 쏠려 있다는 점입니다. 엔캐리가 수익을 내려면 금리 차이가 유지되고 빌린 엔화가 강세로 돌아서지 않아야 합니다. 그런데 엔화가 갑자기 강세를 보이면 이 전제가 무너집니다. 금리차로 벌던 이익이 환손실로 뒤집히고 손실을 줄이려면 투자했던 자산을 팔아 엔화를 되사서 빚을 갚아야 합니다. 너도나도 엔화를 사들이면 엔화는 더 오르고 이는 또 다른 투자자의 청산을 부릅니다. 청산이 청산을 부르는 연쇄 반응인 것입니다.

이번 우려의 방아쇠는 미국과 일본의 공동 외환시장 개입입니다. 일본 정부는 지난달 30일 단독으로 개입한 데 이어 31일에는 미국이 엔화를 직접 매수하며 공조에 나섰습니다. 이틀간 두 나라의 개입 규모는 약 530억달러로 추정됩니다. 미·일이 엔화 매수를 위해 공조한 것은 1998년 아시아 금융위기 이후 28년 만입니다. 개입 효과로 엔·달러 환율은 지난달 29일 163엔대에서 지난 3일 한때 156엔까지 내려왔습니다.

개입의 배경에는 일본 국채금리 불안이 있습니다. 일본 정부가 인공지능(AI)과 반도체 등 전략산업에 대규모 투자 계획을 확정하면서 재정지출 확대 우려가 커졌고, 엔화 약세와 장기금리 급등이 함께 나타났습니다. 미국이 직접 나선 데도 이유가 있습니다. 일본은 1조1000억달러가 넘는 미국 국채를 보유한 최대 해외 보유국으로, 일본이 엔화 방어 재원을 마련하려 미 국채를 대거 팔면 미국 장기금리가 뛸 수 있습니다. 스콧 베선트 미 재무장관은 엔화 약세가 원화와 중국 위안화 등 아시아 통화 전반의 약세로 번질 수 있다는 점도 우려했습니다.

◆2년 전 '검은 월요일'의 악몽 재현될까

시장이 긴장하는 이유는 2024년 8월의 학습효과 때문입니다. 당시 일본은행(BOJ)이 기준금리를 0.25%로 깜짝 인상하고 미국 고용지표가 부진하게 나오면서 엔화가 급등했고, 대규모 엔캐리 청산이 벌어졌습니다.

2024년 8월 5일 일본 닛케이225지수는 하루 만에 12% 넘게 폭락해 1987년 이후 최악의 하루를 기록했습니다. 미국 S&P500지수도 3% 하락했고, 시장의 공포를 나타내는 변동성지수(VIX)는 65를 넘겨 코로나19와 글로벌 금융위기 때 수준까지 치솟았습니다. 당시 국제결제은행(BIS)은 당시 청산에 휘말린 엔캐리 규모의 중간 추정치를 약 40조엔(2500억달러)으로 제시했습니다.

한국도 예외가 아니었습니다. 같은 날 코스피는 8.77%, 코스닥은 11.30% 급락했습니다. 국내 자본시장은 신흥국으로 분류되는 만큼 청산 국면에서 대형주와 성장주를 중심으로 자금 유출 압박에 크게 노출됩니다.

이번에도 국내 증시가 안심하기 어려운 것은 반도체주 때문입니다. 최근 엔캐리 트레이드의 핵심이 과거의 금리 차익 거래에서 헤지펀드들의 기술주 레버리지 투자로 옮겨갔기 때문입니다.

김성환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 엔캐리 트레이드의 핵심은 금리 차익 거래가 아니라 헤지펀드들의 기술주 레버리지 투자"라며 헤지펀드들의 엔화 순매도 포지션이 사상 최대 수준이라고 짚었습니다. 엔화 가치가 오르면 차입 비용 부담이 커지면서 레버리지 투자를 줄일 수밖에 없고 가장 먼저 타격을 받는 자산이 AI 관련 기술주와 성장주가 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입니다.

코스피 순이익의 절반 이상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차지합니다. 코스피가 미국 필라델피아반도체지수와 사실상 동일한 흐름을 보이고 있어 미국 반도체주가 흔들리면 국내 반도체주로 곧장 전이되는 구조입니다. 실제로 개입 정황이 알려진 직후인 지난달 31일 뉴욕증시에서 마이크론은 5.9% 하락했고, 이 하락세가 반영된 지난 3일 국내 증시에서 SK하이닉스 주가는 8.79% 내렸습니다.

이번 우려를 지나치게 비관할 필요는 없다는 분석도 있습니다. 오히려 엔캐리 청산이 조정 국면의 마지막 단계에서 나타나는 신호일 수 있다는 것입니다. 지난 7월 이후 글로벌 증시가 이미 상당한 조정을 거쳐 AI 관련 주요 기술주들이 고점 대비 40% 가까이 하락하며 레버리지 청산이 상당 부분 진행됐기 때문입니다.

김성환 연구원은 "1998년 7월~10월 롱텀캐피탈매니지먼트(LTCM) 붕괴와 2024년 7월~8월 기술주 급락 당시 주가 조정과 모든 악재들의 가장 마지막에 엔캐리 트레이드 청산 이슈가 제기됐다"며 "엔화 강세가 시장에 불편한 이슈인 것은 맞지만 현재 포지셔닝과 과거 경험을 고려하면 수급 불안이 최종 국면으로 진입한 듯하다"고 진단했습니다.

관건은 결국 BOJ의 추가 금리 인상 여부입니다. 미국과 일본의 금리 격차가 여전히 큰 만큼 엔캐리의 투자 매력은 유지되고 있지만 BOJ가 금리를 올려 엔화 차입 비용을 높이면 청산 압력이 커질 수 있습니다. 일본은행의 통화 긴축이 없다면 엔화 상승세는 지속되기 어렵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A)는 "양국 정부의 공조 개입으로 엔화 방어에 대한 성공 가능성이 높아졌고 이를 뒷받침하려면 조기 금리 인상 등 추가적인 거시경제 정책이 뒤따라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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