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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 아이부터 폐버스에서 살게 하는건 어떤가요? [가스인라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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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비거주 1주택자의 세 부담을 강화하는 부동산 세제 개편안으로 시장의 혼란이 이어지는 가운데 황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폐버스를 개조해 청년 주거를 마련하자는 아이디어를 내놨다. 버스당 5천만 원의 리모델링 비용을 들이면 5천억 원으로 1만 세대를 공급할 수 있다는 것이 요지다.

민심은 싸늘했다. 황 의원은 게시글을 삭제했고 민주당은 당의 공식 입장과 무관한 개인의 발언이라며 선을 그었다. 그러나 이 사안은 단지 한 정치인의 실언 정도로 치부하고 넘길 문제가 아니다. 현 정부와 여당이 청년층의 '내 집 마련'이라는 주거 사다리를 얼마나 가볍게 여기고 있는 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징후이기 때문이다.

이재명 정부는 지난해 6·27 대책과 스트레스 DSR 3단계 시행 등 초고강도 대출 규제를 잇달아 도입했다. 무주택 서민들이 자금을 조달할 수 있는 금융 통로를 철저히 옥죄면서 결과적으로 내 집을 마련할 수 있는 길 자체를 차단해 버린 셈이다.

실제로 강남 3구에서 2030 세대가 집을 살 때 부모의 증여나 가족 간 차입에 의존하는 비중은 몇 해 전에 비해 두 배가 넘는 22.6%까지 늘어났다. 대출길은 막혔지만 이미 자산과 현금을 보유한 계층은 규제와 상관 없이 상급지로 갈아탈 수 있다는 것이다. 결국 초고강도 대출 규제는 집값을 잡기는커녕 서민의 주거 사다리만 걷어차고 현금 자산가들에게만 우회로를 열어줬다.

또 정부가 이번 부동산 세제개편을 통해 비거주 1주택과 고가주택의 세부담을 강화하자 강남 3구에 몰려있던 수요는 서울의 중하급지로 옮겨붙었다. 8월 첫주 주간 아파트값은 강남구와 서초구에선 보합세를 보였으나 중구(+0.54%), 중랑구(+0.52%), 성북구(+0.49%)에서 크게 상승하는 흐름을 보였다. 말하자면 '똘똘한 한 채'를 규제하니 '덜 똘똘한 한 채'의 가격이 뛰는 풍선효과가 나타난 것이다.

이 대통령은 후보 시절 "정부는 시장을 이길 수 없다"며 규제로 부동산을 잡지 않겠다고 공언했다. 하지만 당선 직후 돌아온 건 초고강도 대출 규제와 임대주택 중심의 공급 정책이었다. 심지어 이 대통령 본인조차 분당 아파트 매각 과정에서 17억7천만원의 근저당을 설정해 대출 규제를 우회했다는 지적을 받으며 '규제는 서민에게, 예외는 자신에게'라는 이중잣대가 다시금 드러났다.

청년이 원하는 건 폐버스에 살게 해주는 기만적 대책이 아니라 안정적이고 예측 가능한 부동산 정책을 통해 노력하면 내 집을 가질 수 있다는 믿음이다. 재건축·재개발을 위축 시키는 과도한 규제부터 걷어내고 정비사업을 정상화해야 한다. 임대주택 일변도의 공급 정책에서 벗어나 양질의 주거공급을 제공할 수 있도록 제도적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 이것이 진정 청년 세대가 원하는 정책이다. 그러나 이재명 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규제로 매매·대출·공급을 옥죄면서도 그 불편은 고스란히 서민의 몫으로 돌리고 있다.

지난 2020년 문재인 전 대통령이 13평짜리 임대주택을 둘러보며 "4인 가족이 살기 충분하겠다"고 발언해 논란이 됐던 적이 있다. 국민에게 임대주택을 권하던 김용범 청와대 정책실장은 "딸을 임대주택에 살게 하는 게 어떠냐"는 야당 의원의 질문에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정작 자신들의 자녀에게는 권하지 못할 주거 환경을 서민 정책이라며 내놓는 정부 관계자와 여당 의원들에게 "당신의 아들과 딸에게 버스 주택에 살라"고 한다면 그들은 과연 어떤 반응을 보일까 궁금하다.

박성준 프리드먼연구원 주임연구원

박성준 프리드먼연구원 주임연구원
박성준 프리드먼연구원 주임연구원

* 가스인라이팅(Gas Enlighting)은 매일신문에서 새롭게 선보이는 칼럼 공간입니다. '가스라이팅'은 1930년대 가스등을 사용하던 시절 파생된 용어입니다. 가스등을 조금씩 어둡게 해 누군가를 통제하는 걸 의미하는데요 '가스인라이팅'은 그 반대로 등불을 더 밝게 비춰주자는 뜻입니다. 젊은이들의 시각으로 새로운 이야기를 자주 선보이도록 하겠습니다.

** 외부 기고문은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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