억대 연봉과 파격적인 정주 여건을 내걸어도 응급실을 지킬 의사를 구하지 못해 지방 의료망이 뿌리째 흔들리고 있다.
경북도내 지자체들이 매년 수십억원의 지방비를 쏟아부으며 '응급실 살리기'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의료진 유출과 적자 누적이라는 악순환의 고리를 끊지 못해 지방 의료가 마비 상태로 내몰리는 실정이다.
◆당직의 못 구해 24시간 응급실 폐쇄…도내 지정 취소 연쇄 반응
경북도내 응급의료 인프라 36곳 중 중증 응급환자를 치료하는 상급 응급실 9곳이 특정 도시에 편중된 것으로 나타났다.
18일 경북도에 따르면 상급 시설인 권역응급의료센터 3곳(포항성모·구미차·안동병원)과 지역응급의료센터 6곳(포항세명기독·동국대경주·김천제일·안동성소·순천향대구미·문경제일병원) 등 총 9곳이 시 단위에 위치해 있다.
반면, 상당수 농어촌 군 단위 지역은 기초 수준의 지역응급의료기관이나 당직 의료시설에 의존하고 있어 '골든타임' 확보에 취약한 실정이다.
더욱이 의료 인력난과 경영난으로 기존 응급실 지정이 취소되거나 하위 시설로 격하되는 사례도 잇따르고 있다.
실제 칠곡군 유일의 24시간 응급 인프라였던 칠곡왜관병원은 야간·휴일 당직 의사를 구하지 못해 극심한 구인난을 겪다 지난 1일 자로 '응급의료시설' 지정이 취소됐다.
앞서 2024년에도 문경중앙병원이 지역응급의료기관 지정이 취소됐고, 성주무강병원은 지정 취소 후 성주병원(응급의료시설)으로 격하 재지정되는 등 지역 간 응급의료 불균형이 더욱 심화하고 있다.
◆'수십억 혈세' 투입에도 만성 적자에 허덕여
지자체들이 수십억원의 지방비를 투입해 응급실 지원에 나서고 있지만 만성적인 적자 구조를 메우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
봉화군은 봉화해성병원에 응급실 운영비 8억원을 포함해 입원실 개선 5억원, 돌봄 인력비 5억5천만원 등 최근 20억원에 달하는 예산을 지원했으나, 응급실 자체에서만 매년 수억원의 적자가 누적되고 있다.
청송군 역시 청송군보건의료원에 연간 15억원의 예산을 들여 닥터헬기 이송 체계를 구축하고 의사용 아파트 숙소를 제공하는 등 유인책을 쓰지만 의료진 구인난을 꺾지 못했다.
예천군 예천권병원도 지난해 4억2천만원을 지원받았음에도 3억원이 넘는 적자를 기록했다. 응급실 최소 유지에 필요한 인건비만 연간 8억원에 달해, 지자체 지원금만으로는 필수 인력 유지조차 힘겨운 상태다.
◆'묻지마 지원' 비판과 성과 중심 평가 도입 목소리
막대한 예산 투입 대비 의료 서비스 개선 효과가 미흡해 실효성을 둘러싼 논란도 거세다.
영천시는 영남대부속 영천병원에 최근 3년간 국비 포함 55억2천100여만원을 지원했으나, 병원 측은 오는 10월 지정 만료를 앞두고 연간 20억원 이상으로 지원 확대를 요구하는 상황이다.
그러나 해당 병원은 월급을 7천800만원까지 올렸음에도 전담의가 5명에서 3명으로 줄었고, 응급의학과 등 필수 전문의조차 확보하지 못했다.
구급차 이송 환자의 50~90%가 인근 대도시로 빠져나가자 영천시의회 일각에서는 환자 수용률 등 객관적 지표에 따른 성과 기반 지원을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의료 공급 자체가 끊긴 상황에서 성과급식 잣대만 들이댈 경우 지원금 축소로 이어져 응급실 폐쇄를 더 앞당길 수 있다는 우려도 공존한다.
◆공보의 감소·지방 기피 심화…"국가 차원 구조 개혁 시급"
지방 응급실 인력난은 복무 기간이 긴 공보의를 기피하는 현상과 지방 기피 심화 여파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다.
배치되는 공보의 대다수도 임상 경험이 적은 학부생이나 일반의여서 중증 응급환자 대응에는 한계가 뚜렷하다. 도내 일부 소멸지역 병원은 공보의 1명과 주간 인력의 야간 당직으로 파행 운영을 이어가고 있다.
전국의료취약지병원협회 소속 권성규 봉화해성병원 이사장은 "전국 소멸지역 병원의 80%가 과도한 인건비 부담과 의사 부재로 고통받고 있다"며 "군비·지방비 지원 없이는 응급실 유지 자체가 불가능한 구조"라고 지적했다.
실제 월 3천만원에서 7천800만원에 달하는 처우를 제시해도 전담의를 구하지 못해 운영을 포기하는 실정이다.
전문가들은 뇌졸중이나 심혈관질환 등 골든타임이 직결된 중증 환자가 대도시로 이동하는 데만 1시간 이상 소요되는 비극을 막으려면, 필수의료 응급실을 민간 병원과 지자체에만 맡기는 현행 구조를 국가 차원에서 전면 개혁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댓글 많은 뉴스
'5·18 소요 사태' 발제 논란에…국힘 "이진숙 징계 검토 안 해"
[李 개헌 추진 논란] "원내사령탑까지 한 분들이…수싸움 간파, 노련미 보였어야"
李대통령 지지율 43.0% '역대 최저치' 경신…5주 연속 하락
李대통령 "세계 군사력 5위·국방력 차고 넘쳐"…전작권 임기 내 환수 추진
홍준표, 배현진·박정훈 직격 "자질·품성·자격 안 돼…퇴출시켜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