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수도권 집값 과열과 전월세 불안을 잡기 위해 '공급 속도전'에 나섰다. 공공택지 조성 기간을 기존의 절반 수준인 3년대로 줄이고 금융·세제 혜택을 확대해 수도권 주택 공급을 앞당긴다는 구상이다. 하지만 공급과 금융 지원이 서울·경기에 집중되면서 미분양에 신음하는 지방은 또다시 정책 사각지대에 놓였다는 지적이 나온다.
13일 국토교통부가 발표한 '전월세 및 매매시장 안정을 위한 주택 신속공급 방안'에 따르면 정부는 2030년까지 수도권에서 '12만호+α'를 추가로 조기 착공하고, 전체적으로 '23만호+α' 규모의 공급 기반을 확보할 계획이다.
◆"후보지에서 착공까지 37개월"…공급 절차 획기적 단축
가장 큰 변화는 공공택지 공급 절차를 줄이는 것이다. 그간 후보지 발표부터 실제 착공까지 평균 68개월(5년 8개월)이 걸리던 행정 절차를 지구 지정, 지구계획, 보상 절차의 병행 추진을 통해 37개월(3년 1개월)로 무려 31개월이나 단축하기로 했다. 3기 신도시를 비롯한 기존 택지의 착공 시점도 1~2년 당겨 8만9천호를 조기 공급한다.
다만 착공 시기를 앞당기더라도 실제 입주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다.
함영진 우리은행 부동산리서치랩장은 "이번 대책은 공급량 확대보다 공급 속도 혁신에 방점이 찍혔다"며 "신규 택지는 중장기 시장 안정 카드이지 당장 서울 집값을 낮추는 단기 처방으로 보기는 어렵다"고 분석했다.
수도권 도심 내 신규 공급 부지 확보도 전방위로 이뤄진다. 서울 강서, 경기 남양주 도심, 광주역세권2 등 3곳에서 2만7천호를 우선 추진하며, 연내 '7만3천호+α' 규모의 후보지를 추가로 풀 예정이다. 여기에 태릉CC, 과천 경마장, 방첩사 부지 등 그간 속도를 내지 못했던 도심 부지 개발을 앞당기고, 재개발·재건축 조합설립 동의율을 75%에서 70%로 낮춰 정비사업 속도를 높인다.
이에 대해 함 랩장은 "정비사업 규제 완화가 사업성 개선으로 이어지면서 서울 핵심지역의 분양가와 기존 주택가격을 자극할 가능성도 있다"고 분석했다.
여기에 민간 건설사의 물량 공급을 이끌어내기 위한 금융 유인책도 제시했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와 한국주택금융공사(HF)의 프로젝트파이낸싱(PF) 보증 목표를 연평균 28조7천억원으로 늘리고, 수도권에서 조기 착공하는 사업장에는 PF 대출이자의 일부를 재정으로 직접 지원하거나 보증료를 깎아주는 파격적인 인센티브까지 내걸었다.
청년·신혼부부의 주거 부담을 낮추는 방안도 담겼다. 부부합산 소득 때문에 정책대출에서 제외되는 이른바 '결혼 페널티'를 줄이기 위해 부부 중 한 명이 개인 소득 기준을 충족하면 대출을 받을 수 있도록 한다. 청년 전용 전세임대 지원 한도도 최대 2억4천만원으로 두 배 늘린다.
◆'지방 미분양 72%' 방치…부동산 양극화 심화 우려
문제는 이번 대책이 온통 '수도권'만을 향해 있다는 점이다. 신규 공공주택지구가 서울·경기에 집중됐고, PF 대출이자 지원 등 주요 금융 인센티브도 수도권 사업장을 대상으로 한다. 수도권 공급 확대에는 속도와 금융을 총동원하면서도 지방 미분양을 해소할 별도 대책은 찾아보기 어렵다.
현재 지방 주택시장은 심각한 침체에 빠져 있다. 국토부 6월 주택통계에 따르면 전국 미분양 주택의 72.2%가 지방에 몰렸다. 경북의 미분양은 한 달 새 23.5% 급증했고, 대구의 준공 후 미분양은 3천575가구로 전국 광역시·도 가운데 가장 많았다. 인허가와 착공도 급감하면서 지방 건설업계의 부실 우려가 커지고 있다.
정부도 지방 주택사업의 어려움을 인정했다.
국토부 관계자는 "서울과 수도권을 제외한 지방은 사업성 확보에 애로가 있다. 공사비 급등으로 지방에서는 사업하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라며 "사업성이 떨어지는 지방 사업장을 대상으로 기반시설 부담 완화와 추가 용지 확보 등을 자치단체와 협의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럼에도 수도권에 공급과 금융 혜택을 집중하는 정책이 지방의 자본과 수요까지 수도권으로 끌어들이는 '블랙홀 효과'를 낳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송원배 대구경북부동산분석학회 부회장은 "수도권 과열을 잡기 위한 정책이 역설적으로 지방 자본의 수도권 유출을 가속화하는 도화선이 되고 있다"며 "지방 자산의 디플레이션과 유동성 경색은 단순한 건설업계의 위기를 넘어, 지역 경제 붕괴와 청년 유출, 나아가 지방 소멸을 당기는 직접적인 방아쇠가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러면서 그는 "공급 과열을 진정시켜야 하는 수도권과, 수요 고갈로 얼어붙은 지방을 분리하는 '정책 이원화'가 시급하다"고 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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