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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사권은 커졌는데…사건 터질 때마다 땜질하는 경찰 개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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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윤기 사건 뒤 상피제·순환인사…제주 실종 허위종결엔 전국 전수조사
중수청 출범으로 수사체계 또 바뀌는데 경찰 내부통제·수사역량 불신 커져

검찰의 보완수사권 폐지 등을 담은 형사소송법 개정으로 경찰의 수사 권한이 크게 확대되는 가운데 경찰의 개혁 작업이 사건이 터질 때마다 뒤늦게 대응책을 내놓는 '땜질식 처방'에 머물고 있다는 지적이다.

광주 여고생 살해범 장윤기 사건 이후 상피제와 순환인사제 도입이 추진된 데 이어 제주 경찰 실종사건 '허위 종결' 논란이 불거지자 전국 실종사건 전수조사까지 나서는 등 문제가 발생할 때마다 새로운 통제 장치를 덧대는 모습이다.

실종사건을 허위 종결한 혐의(직무유기, 공전자기록 위작 및 행사, 위계공무집행방해)를 받는 A 경장이 25일 제주지방법원에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마치고 나오고 있다. 연합뉴스
실종사건을 허위 종결한 혐의(직무유기, 공전자기록 위작 및 행사, 위계공무집행방해)를 받는 A 경장이 25일 제주지방법원에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마치고 나오고 있다. 연합뉴스

◆수장 공백에 '누더기' 처방

특히 현재 경찰은 유재성 경찰청장 직무대행 체제로 사실상 수장이 공백인 상황 속 개혁의 방향과 우선순위를 일관되게 제시하고 조직 전체의 책임체계를 재설계하기보다 개별 사건에 대응하는 방식으로 '땜질 처방'에만 급급하다.

최근 경찰이 내놓은 대책만 봐도 이 같은 흐름이 뚜렷하다. 장윤기 사건 이후 경찰관과 사건 관계자 간 유착 가능성을 차단하기 위해 '상피제'와 '순환인사제 확대'가 추진됐다.

시도경찰청 청문감사인권담당관을 해당 지역 출신이 아닌 인사로 배치하고, 수사·인사·감찰·지휘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간부들의 순환인사를 강화하는 방안 등이 논의됐다.

하지만 현장에서는 순환인사가 수사 전문성을 떨어뜨리고 주거·자녀교육 등 부담을 키울 수 있다는 반발이 나왔다. 결국 경찰 수사개혁위원회가 일선 의견을 듣고 시행 방안을 검토하는 절차가 추가됐다.

여기에 경찰은 내부비리수사대를 신설하고 사건문의 금지제도를 훈령에 명문화하는 등 내부통제 강화책도 잇따라 내놨다. 퇴직 경찰관 등과의 부적절한 사적 접촉을 막고, 선임계를 내지 않은 변호사나 사무장까지 사건문의 금지 대상으로 확대하는 방안도 추진하고 있다.

이후 제주 경찰의 실종사건 허위 종결 논란이 터지면서 또다시 땜질 처방에 급급한 모양새다. 담당 경찰관 한 명이 실종자와 실제 통화하지 않았는데도 연락이 닿았다고 보고하고 사건을 종결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경찰청은 전국 실종사건 전수조사에 착수했다. 대구경찰청도 2024년 1월부터 지난 8월까지 접수된 실종사건 1만3천여건을 대상으로 부적절한 종결 여부를 살펴보기로 했다.

실종사건 관리 시스템의 허점도 뒤늦게 손질 대상이 됐다. 경찰은 앞으로 실종사건 해제 요청 때 팀장·과장 등 관리자의 승인을 거치는 이중 확인 절차를 도입하기로 했다. 사건이 발생하고 문제가 드러난 뒤에야 부랴부랴 고치는 형식이다.

경찰 내부적으로도 비판의 목소리가 크다.

상피제, 순환인사, 내부비리수사대, 사건문의 금지, 사적접촉 금지, 실종사건 이중 확인, 전국 전수조사 등 각각의 제도는 필요성이 있지만, 사건이 터질 때마다 하나씩 추가되는 방식이라면 결국 '누더기 개혁'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지역 한 경찰 관계자는 "부실수사 등 이슈가 터질 때마다 일선 경찰서와 현장 경찰관들에게 책임을 돌리며 전수조사나 새로운 지침을 내놓는 일이 반복되고 있어 혼란이 적지않다"며 "현장 경찰들도 제대로 된 개혁을 원한다. 지금처럼 문제가 생길 때마다 일선에 부담과 책임을 떠넘기는 방식으로는 수사 역량을 높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윤호중 행정안전부 장관이 19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중대범죄수사청 후보추천위원회 구성 및 제청 대상자 천거 공고와 관련해 설명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호중 행정안전부 장관이 19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중대범죄수사청 후보추천위원회 구성 및 제청 대상자 천거 공고와 관련해 설명하고 있다. 연합뉴스

◆'미완'의 중수청 혼란 불가피

오는 10월 2일 검찰청 폐지와 함께 출범하는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은 개청 초기부터 수사 혼선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부패·경제·마약 등 7대 중대범죄를 맡는 핵심 수사기관이 청사와 인력, 전산망을 모두 완전히 갖추지 못한 상태에서 출발하기 때문이다.

특히 기존 검찰 사건의 대규모 이관도 부담으로 작용한다. 전날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전체회의에서는 미제·참고인중지 사건 등 이관 대상이 155만건에 달해 짧은 기간 안에 기록과 압수물 등을 넘기는 과정에서 혼란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 바 있다.

인력에도 의문부호가 붙는다. 지난 7일부터 20일까지 검사와 검찰수사관 등을 대상으로 특례임용 신청을 받은 결과 모두 2천375명이 지원했다. 중수청 정원 2천874명의 82.6%에 해당한다. 대구중수청 정원은 223명으로 전국 6개 지방중수청 가운데 가장 적다.

준비단은 검사와 검찰수사관 등 직군·직급별 신청 규모는 공개하지 않았다. 법조계에서는 검사 지원자가 100여명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올해 초 기준 검사 현원 2천63명과 비교하면 5% 안팎이다. 중요범죄 수사를 직접 경험한 검사들이 얼마나 실제 임용될지가 초기 수사역량을 가를 변수로 꼽힌다.

전산 시스템 역시 미완의 체제로 출발한다. 자체 형사사법정보시스템(KICS)은 2029년까지 구축할 예정이며 그전까지 경찰청 시스템을 함께 사용한다.

부장검사 출신 한 변호사는 "수사기관 개편은 수년간 준비하면서 시행착오를 최소화해야 하는 국가적 사업"이라며 "준비가 충분하지 않은 상태에서 발생하는 시행착오는 결국 국민의 생명과 신체, 재산권 침해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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