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주요 권력기관장을 비롯해 주요 공직 상당수를 공석으로 남겨두면서 이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주변 상황을 파악하고 결단을 통해 손과 발, 팔, 다리에 명령을 내릴 조직의 두뇌가 사라지면서 최소한의 기강 확보나 주요 정책 결정조차 불가능한 지경이 됐다는 지적이다.
◆햇수로 3년째 공석된 경찰청장
검찰과 함께 양대 권력기관으로 꼽히는 경찰은 장기간 수장이 없는 상태다. 지난 정부에서 임명된 수장이 사퇴한 후 이재명 정부 들어 임명이 아예 이뤄지지 않은 것이다.
가장 심각한 사례는 경찰이다. 2024년 '12·3 비상계엄' 이후 조지호 경찰청장이 직무가 정지된 채 자리를 비운 것을 감안하면 직무대행 체제가 실질적으로는 20개월이 넘었다. 이호영 경찰청 차장이 직대를 맡다 지난해 6월 퇴임, 이후로는 유재성 국가수사본부 형사국장이 경찰청 차장으로 승진해 청장 역할을 대신하고 있을 뿐 청장 인사는 없었다.
헌법재판소가 지난해 12월 18일 조 전 청장에 대해 파면 결정을 내리면서 정부가 마음만 먹으면 청장을 임명할 수 있게 됐으나 그럴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경찰청장의 경우 공석이 생기면 후임자 지명 및 인사청문회 등 인사 절차가 즉시 진행됐기에 대부분 한 달 안에, 길어도 두 달이 되기 전에 자리를 채워온 것을 감안하면 매우 이례적으로 여겨진다.
'비정상적인 상황'이 길어지면서 경찰 역시 정상경로에서 이탈하고 있는 게 아니냐는 비판도 나온다.
제주 30대 여성 실종 사건 허위 종결, 장윤기(광주 여고생 살해) 사건 수사정보 유출 및 증거인멸 의혹 등이 대표적인 사례다. 수장이 눈을 부릅뜨고 있는 조직과 그렇지 않은 조직의 차이가 드러난 게 아니냐는 시각이 팽배하다.
경찰과는 별개 조직인 해양경찰 역시 상황이 비슷하다는 점에서 우려를 키우고 있다. 김용진 해양경찰청장이 해경 순직 사건에 책임을 지고 지난해 12월 11일 물러난 뒤 공백이 길어지고 있다. 김청장은 이미 지난해 9월 중순 사의를 표명한 것을 감안하면 이미 1년째 리더십이 진공 상태다.
◆검찰도 직무대행 체제 부작용 노출
검찰총장 자리 역시 장기 공석이긴 마찬가지다. 오히려 '대행의 대행' 체제라는 점에서 더 뼈아픈 측면이 있다.
지난해 7월 심우정 전 검찰총장의 사퇴 이후 노만석·구자현 총장 직무대행(대검찰청 차장검사)이 이어서 검찰을 이끌어 왔다.
노만석 대행은 앞서 '대장동 사건 항소 포기 사태'로 사퇴했고, 구자현 대행 역시 지난달 31일 검사 보완수사권 폐지에 대한 반발로 물러났다.
이들이 사퇴한 이유 역시 리더십 부재 속 검찰의 위기와 민생 침해 우려를 방증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대목이다.
현재 박규형 대검 기획조정부장이 전체 검찰 조직을 이끄는 상황이다. 형사사법체계 대전환을 준비하는 상황에서 위기감이 감돌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이 상황에서 검찰을 관할하는 법무부 장관도 자리를 비웠다. 정성호 법무부 장관은 지난 25일 사표가 수리되면서 다시 국회로 돌아갔다. 현재 법무부는 이진수 차관의 직무 대행 체제로 운영 중이다.
◆공석 빨리 채워야
일각에서는 '만기친람형' 대통령과 청와대가 모든 것을 조율하는 상황에서는 주요 기관장을 임명하지 않는 것이 오히려 선호되고 있을 수 있다는 의구심도 제기되고 있다. 이렇게까지 주요 보직 인사를 미루는 데에는 '기관장이 굳이 필요한가'라는 인식이 기저에 깔려 있을 수 있다는 얘기다. '인사권자'가 언제든 결단을 내릴 수 있는 상황이 '기관장 후보군'이 청와대에 더욱 협조적일 수 있기 때문 아니냐는 해석도 있다.
반면 전문가들은 리더십 공백 장기화는 단순히 수장 자리가 비는 것에 그치지 않고 조직의 미래 방향타를 잠그고 내부를 복지부동과 책임 회피로 병들게 하는 치명적인 리스크로 작용한다고 진단하고 있다. 정부 주요 조직들이 '무두(無頭)' 상태가 이어지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는 것이다.
일례로 대행 체제에서는 대규모 예산 투입, 조직 개편, 장기 프로젝트 등 위험을 감수해야 하는 전략적 결단을 내릴 수 없게 된다. 대행으로서는 '선량한 관리자의 의무' 차원에서 위험 관리와 일상 업무 유지에만 치중하게 되고, 변화하는 환경에 맞춘 신규 정책이나 제도 개선은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박동균 대구한의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명확한 리더가 없는 상황에서 중간 관리자들과 구성원들도 흔들리게 된다. 인사나 조직의 방향에 대한 불확실성으로 사기와 '일하는 분위기'를 저해하는 것은 물론이고 대외적인 대표성이나 협상력이 약화되는 문제도 있다"고 우려했다. 박 교수는 아울러 "특히 현재 경찰의 위기는 중차대한 시기에 직무대행을 장기화한 것에서 상당 부분 원인을 찾을 수 있다"면서 "이 위기는 경찰청장 임명으로 풀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홍익표 청와대 정무수석은 지난 24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종합정책질의에서 경찰청장 인사 관련 질문에 "리더십의 부재에 대해서는 저희도 매우 송구스럽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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