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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로 보는 고사성어-최재목] 자승자박(自繩自縛), "자신의 밧줄로 자신을 묶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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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목 영남대 명예교수
『한서』 「유협전」의 '자박(自縛)'이란 말에서 유래했다고 하는데 옳지 않아

일정(一鼎) 이창수 서예가
일정(一鼎) 이창수 서예가
최재목 영남대 명예교수
최재목 영남대 명예교수

"정보통신망법 개정안 처리, '자승자박' 결과"

"정부의 '자승자박'… 부동산, 주식, 국방, 안보 등 총체적 이슈"

국내외 정치권에서 제 손발을 스스로 꽁꽁 묶는 경우를 본다. 한 치 앞을 못 내다본 무지의 결과들이다. 저들 스스로 내뱉은 말이나 행동, 다수를 믿고 쉽게 통과시킨 법안들이 결국 그네 자신을 진퇴양난의 곤란한 상황에 빠뜨리고 마는 것을. 누구를 원망하랴!

자승자박(自繩自縛)은, "스스로 자, 노끈 승, 스스로 자, 묶을 박"으로 "자신의 밧줄로 자신을 묶는다"는 뜻이다. 스스로 한 말과 행동으로 자신이 곤경에 빠지는 경우를 가리키는 고사성어다. 우리나라에서 자주 사용하며 일본에서 가끔 쓰고, 중국에서는 거의 안 쓴다.

자승자박의 '승'은 노끈 이외에 '줄/먹줄', 나아가 '법도'를 의미한다. '규구준승(規矩準繩)'의 하나다. '규'는 원을 그리는 걸음쇠(컴퍼스), '구'는 직각을 잡는 곱자(곡척), '준'은 면이 평평한지 확인하는 수준기, '승'은 직선을 그리는 먹줄을 말한다. 과거에 집을 짓는 등의 목조공사엔 필수적인 도구들이다.

자승자박은 "제 발등을 제가 찍"거나 "제 무덤을 자기 스스로 파"는 꼴로, 자업자득(自業自得), 인과응보(因果應報), 종두득두(種豆得豆: 콩 심은 데 콩 난다), 자가당착(自家撞着)이나 자충수(自充數)라는 말들과 서로 통한다. '자승자박' 하면 으레 『한서』 「유협전」의 '자박(自縛)'이란 말에서 유래했다고 하나 옳지 않다. 온전한 사자성어가 아니기 때문이다.

차라리 『삼국지연의』(1522) 「제29회」에 "줄을 가져와 뜨거운 태양 아래서 스스로를 묶다(取繩自縛於烈日之中)"의 '취승자박(取繩自縛)'이나, 청대 심복(沈復)의 『부생육기(浮生六記)』 권6 「양생기소(養生記逍)」 등에 나오는 '작견자박(作繭自縛)'이 더 어울린다. '견'은 '고치'(누에가 실을 내어 지은 집)로, '작견자박'은 "누에가 실을 토해내 고치를 만들어 그 속에 스스로 갇히는 것"이니 '자승자박'과 같다.

'자승자박'이란 사자성어는 오히려 우리나라에서 시작했다고 봐야 옳다. 예컨대 『속동문선(續東文選)』(1518) 제4권에 실린, 매월당 김시습의 「만흥(謾興)」 네 수 가운데 나온다. 누에고치 속의 나방 같은 자신의 삶을 '자승자박'으로 표현했다. 만흥이란 '흥 나는 대로 쓴' 시다.

"두변세월일조과(頭邊歲月一鳥過: 머리 가에 세월이 한 마리 새처럼 지나가니), 인직백세능기하(人直百歲能幾何: 사람이 그저 백 년을 산들 얼마나 되랴만), 등등올올시수과(騰騰兀兀是誰過: 멍청하고 멀뚱하기만 한 건 이 뉘 잘못인고), 자승자박여잠아(自繩自縛如蠶蛾: 자신의 밧줄로 자신을 묶음이 누에고치 속의 나방 같구려)"

앞서 언급한, 누에가 토해낸 실로 고치를 만들어 스스로를 그 속에 묶어버린다는 '작견자박'을 연상케 한다. 당나라 시인 백거이는 "누에고치가 스스로를 감다(蠶繭自纏縈)"라고 했고, 남송의 시인 육유(陸遊)는 "인생은 봄누에와 같아 고치를 만들어 스스로 감싼다(人生如春蠶, 作繭自纏裹)"라고 했다.

우리네 삶은 어리석어 "거미줄에 묶인 줄도 모르고… 아차 뉘우쳐도 모두가 지난 이야기"일 뿐인가. 그나마 '뉘우칠' 줄이라도 안다면, 다시 제 무덤을 파는 일을 줄이련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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