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순신 장군과 진도, 그리고 바다. 1597년 가을, 이순신 장군은 진도 앞바다 울돌목에서 10여 척의 배로 수백 척의 왜선을 맞았다. 빠른 물살과 좁은 물길, 그리고 이를 꿰뚫어 본 전략이 어우러진 명량해전의 현장이다. 400여 년이 흐른 지금, 그 바다가 다시 사람을 부르고 있다. 울돌목의 거센 물살과 진도대교, 명량해전의 역사적 흔적에 가을 바다의 풍광까지 더해지면서 진도가 올가을 역사·문화·해양관광을 한꺼번에 즐길 수 있는 핫플레이스가 되고 있다.
진도 역사의 현장으로 향하는 길은 다리 하나를 건너는 순간부터 특별해진다. 해남과 진도를 잇는 진도대교에 들어서면 발아래로 거센 물살이 쉼 없이 뒤엉킨다. 잔잔한 바다와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 물길은 소용돌이쳤다가 솟구치고, 다시 빠르게 흘러가며 해협을 뒤흔드는 듯한 물소리를 만들어낸다. 이곳이 바로 울돌목이다.
아름다운 경관과 특산물, 문화예술이 살아 숨 쉬는 진도로 들어서는 첫 번째 관문이자 충무공 이순신 장군의 3대 해전 가운데 하나인 명량대첩의 역사적 현장이다. 해남과 진도 사이를 가르는 울돌목은 폭이 약 294m에 불과하다. 한강 너비 정도의 좁은 해협에 최고 11노트에 이르는 빠른 조류가 흐른다. 해협이 좁은 데다 해저 지형이 깊은 절벽을 이루면서 거센 물살이 부딪치고 솟아올라 곳곳에 소용돌이를 만들어낸다. '울돌목'이라는 이름 역시 바다가 우는 듯한 거센 물소리에서 유래했다.
400여 년 전 이순신 장군은 바로 이 물길을 이용해 수적 열세를 극복하고 명량대첩의 승리를 이끌었다. 지금도 진도대교 위에서 내려다보면 당시 전장의 거칠었던 바다를 조금이나마 짐작할 수 있다.
1984년 진도대교가 개통하면서 섬 진도와 육지가 하나로 연결됐다. 이후 진도대교와 울돌목은 진도를 대표하는 관광명소이자 진도 여행의 출발점으로 자리 잡았다.
◆발아래 펼쳐지는 '명량의 바다'
진도대교를 건너면 시선은 자연스럽게 망금산 정상으로 향한다. 그곳에 진도 관광의 랜드마크인 진도타워가 자리하고 있다. 타워에 오르면 진도대교와 울돌목은 물론 주변에 펼쳐진 다도해의 풍광까지 한눈에 들어온다. 높은 곳에서 내려다보는 울돌목은 또 다른 모습이다. 바다를 가로지르는 진도대교와 쉴 새 없이 움직이는 물길이 어우러지면서 한 폭의 그림 같은 풍경을 만들어낸다.
진도타워는 단순한 전망시설만은 아니다. 명량대첩 당시 이순신 장군을 도와 승리를 이끌었던 선조들과 진도군민들의 호국정신을 계승하기 위한 상징적인 공간이기도 하다. 관광객들에게는 진도의 역사와 아름다운 풍광을 동시에 만나는 장소이자, 군민들에게는 지역의 자긍심을 상징하는 공간이다. 카페테리아와 레스토랑 등 편의시설도 갖춰 울돌목을 바라보며 잠시 여행의 숨을 고르기에도 좋다.
◆거센 물살이 '미래 에너지'로
울돌목의 물살은 과거의 역사에만 머물지 않는다. 인근 이충무공승전공원 내에 자리한 해양에너지공원에서는 거센 바다의 힘이 미래 에너지로 변하는 이야기를 만날 수 있다. 해양에너지는 조력과 파력, 온도 차, 해류 등 바다가 가진 힘을 활용하는 에너지원이다. 고갈될 염려가 적은 친환경 에너지라는 점에서 미래 에너지원으로 주목받고 있다.
해양에너지공원 1층에는 해양에너지관과 입체영상관, 신재생에너지관이 마련돼 있으며 2층에서도 신재생에너지와 관련한 다양한 전시를 만나볼 수 있다. 어렵게 느껴질 수 있는 해양에너지의 발전 방식과 원리를 전시와 체험을 통해 살펴볼 수 있어 어린이를 동반한 가족 관광객에게는 교육·체험 공간으로도 안성맞춤이다.
400여 년 전에는 전쟁의 승패를 갈랐던 울돌목의 물살이 오늘날에는 미래 에너지의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는 셈이다. 역사의 물길에서 미래의 에너지를 만나는 색다른 경험이다.
◆돌에 새겨놓은 명량의 승리
울돌목에서 시작된 역사 여행의 발길을 조금 더 옮기면 이충무공 벽파진 전첩비를 만날 수 있다. 1956년 11월 29일 건립된 전첩비는 정유재란 당시 명량해전의 승리를 기념하고 전투에 참전하거나 순절한 진도 출신 인물들을 기록하고 있다. 진도군민의 호국정신을 보여주는 역사적 상징물이다.
규모도 웅장하다. 높이 3.8m, 폭 1.2m, 두께 0.58m의 비신을 거대한 거북 좌대 위에 세우고 그 위에 머릿돌을 올렸다. 전첩비에는 또 하나의 이야기가 숨어 있다. 비문은 시인 노산 이은상이 짓고, 글씨는 진도가 낳은 서예가 소전 손재형이 썼다. 비명 9자와 본문 749자, 말문 85자, 찬시 134자 등 전체 888자를 예서체로 새겼다. 특히 글씨의 형태를 각각 다르게 표현해 역사적 의미뿐 아니라 서예 작품으로서의 예술적 가치도 인정받고 있다.
울돌목의 거센 물살에서 시작해 진도타워에 올라 명량의 바다를 내려다보고, 해양에너지공원에서 바다가 품은 미래를 만난 뒤 벽파진 전첩비에서 선조들의 이야기를 되새긴다. 그리고 올가을에는 명량대첩축제까지 기다리고 있다.
◆올가을 울돌목, 다시 '명량'으로
평소 울돌목에서 역사의 흔적을 만날 수 있다면 올가을에는 명량의 이야기가 축제로 되살아난다. '2026 명량대첩축제'가 11일부터 13일까지 사흘간 울돌목 일원에서 펼쳐진다. '명량대첩축제'는 이순신 장군과 민초들이 함께 만들어낸 명량대첩의 역사적 의미를 되새기는 동시에 지역의 문화와 관광자원을 함께 선보이는 대표적인 역사문화축제다.
축제 기간 울돌목을 찾으면 책이나 기록으로 접했던 명량대첩의 역사를 실제 전투가 벌어졌던 바다를 바라보며 만날 수 있다. 특히 가을을 맞은 울돌목과 진도대교의 풍경에 축제의 볼거리와 즐길 거리가 더해지면서 가족과 연인, 친구와 함께 떠나는 가을 여행지로도 제격이다. 명량의 역사를 만난 뒤 진도의 관광명소를 차례로 둘러보는 것도 좋다.
광주일보 김민국 기자 kmg91@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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