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베레스트 해발 8,000m 부근에 '데스 존' (death zone)이 있다. 산소가 희박해 인간의 생존이 어려운 곳이다. 그곳에는 등반가들의 이정표가 있다. 오랫동안 얼음 속에 묻혀 있는 산악인의 시신들이다. 인간이 자연을 정복(征服)하려다 남긴 비극의 흔적이다. 이제 얼음이 녹으면서 시신의 모습이 드러나고 있다. 몇몇 시신은 가족의 품으로 돌아갈 예정이다.
히말라야의 변화는 더 무섭다. 겨우내 쌓여야 할 눈이 예년보다 훨씬 빨리 녹고 있다. 지난겨울 힌두쿠시-히말라야 지역의 '적설(積雪) 지속도'는 관측 이래 가장 낮았다고 한다. 눈이 일찍 녹으면 봄과 여름에 천천히 공급돼야 할 물이 한꺼번에 하류로 흘러 홍수 위험을 키운다. 빙하(氷河)가 녹으면 더 큰 문제가 생긴다. 녹은 물이 암석과 흙을 쓸어내려 빙하호를 만든다. 그 빙하호의 약한 제방이 무너지면, 그야말로 거대한 물폭탄이 마을을 덮치게 된다. 최근 네팔에서 발생한 대참사도 이런 빙하호 붕괴와 연관된 것으로 지목됐다. '자연의 복수'는 꼬리를 문다. 중국 연구진은 남극반도의 빙하가 녹으면서 얼음 속에 갇혔던 수은이 다시 바다로 흘러들고 있다고 분석했다.
인간은 '자연을 정복한다'고 떠들어왔다. 산을 깎아 길을 냈다. 바다를 메워 도시를 만들었다. 더 높이 더 빨리 더 많이를 외쳤다. 정상에 깃발을 꽂으며 자연을 이겼다고 기뻐했다. 오만방자(傲慢放恣)하다. 자연은 모든 것을 기억한다. 자연은 인간의 지나친 욕망의 결과를 보여주고 있다. 빙하 속 시신이 드러나고, 얼음에 갇혔던 수은이 흘러나오며, 산에 쌓였던 물이 홍수를 이뤄 마을을 덮친다. 자업자득(自業自得)이다. 미국의 시인이자 사상가인 헨리 데이비드 소로는 '월든'에서 "우리는 자연을 인간에게 종속된 것으로 생각하지 말아야 한다"고 했다.
인간 욕망의 끝은 어딘가. 자연의 인내는 언제까지인가. 레이철 카슨은 '침묵의 봄'에서 "자연은 결코 한 부분만 건드리고 끝나는 법이 없다"고 했다. 자연을 장난감처럼 다뤄서는 안 된다는 경고다. 인간은 자연의 한 부분만 골라서 바꿀 수 없다. 하나를 건드리면 다른 곳에서 반드시 반응이 일어난다. "이것이 있으므로 저것이 있다." 불교의 연기론(緣起論)과 같은 맥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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