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00억달러 규모 대미 투자의 후속 사업으로 미국에 대형 원전 8기를 짓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다는 소식에 국내 원전주가 일제히 급등하고 있습니다. 미국 원전 사업이 현실화하면 설계와 기자재 공급부터 시공, 정비까지 국내 원전 업체들이 대규모 수주 기회를 확보할 수 있다는 기대가 매수심리를 자극한 겁니다. 여기에 국내 원전 확대 기대까지 겹치면서 상반기 조정을 받으며 반토막 났던 원전주가 반등 흐름을 타고 있습니다.
10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7일부터 9일까지 3거래일 동안 대표주인 한전기술이 32.99% 뛰었고 코스닥 오르비텍(42.89%)과 서전기전(35.16%)은 상한가를 오가며 더 가파르게 올랐습니다. 두산에너빌리티(15.78%), 대우건설(15.43%), 한전산업(12.08%), 현대건설(11.61%) 등 설계부터 주기기, 시공, 정비까지 밸류체인 전반으로 매수세가 번졌습니다. 코스피가 장 중 7000대를 넘봤다가 반락하는 등 지수가 방향을 잡지 못하는 와중에도 원전주는 나란히 상승 곡선을 그렸습니다.
불과 두 달 전만 해도 원전주는 반토막 신세였습니다. 한전기술은 4월 고점에서 7월 말 저점까지 59% 빠졌고 현대건설과 두산에너빌리티도 각각 56.7%, 55.9% 주저앉았습니다. 상반기 체코 원전 수주와 미국 진출 기대로 한껏 달아올랐던 주가가 뚜렷한 후속 소식 없이 조정을 받으며 상승분을 대부분 반납했는데요. 그랬던 종목들이 미국 원전 협력 기대가 살아나면서 저점에서 빠르게 반등하고 있습니다.
이번 급등은 기관이 이끌었습니다. 이 기간 기관은 두산에너빌리티를 2276억원어치 순매수했고 현대건설도 1122억원어치 사들였습니다. 대우건설은 기관이 368억원, 외국인이 230억원어치를 함께 담았고 한전기술도 기관이 148억원어치를 순매수했습니다. 국내 대형 건설·기자재주에 기관 자금이 집중되며 급등세를 떠받친 겁니다.
주가를 밀어 올린 방아쇠는 대미 투자 프로젝트에 미국 원전 건설이 포함될 수 있다는 소식이었습니다. 지난 7일 산업통상부는 국회 비공개 당정협의에서 관련 내용을 보고했습니다.
한미 양국이 합의한 3500억달러 규모 대미 투자 가운데 조선 분야 1500억달러를 제외한 2000억달러 중 약 1200억달러를 원전 8기 건설에 투입하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원전 한 기당 약 150억달러 규모입니다. 대미 투자 1호 사업으로는 텍사스주 엔시날 가스복합화력발전소 건설이 유력하고 원전 8기는 그 후속 사업으로 거론됩니다. 시장에서는 이르면 오는 18일 양해각서(MOU) 서명이 이뤄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옵니다.
한국이 미국 정부로부터 웨스팅하우스 지분을 확보할 수 있다는 관측도 투심을 자극했습니다. 웨스팅하우스는 한국형 원전의 지식재산권을 두고 오랜 기간 한국수력원자력과 분쟁을 이어온 곳입니다. 미국 측이 양국 공동 출자 특수목적법인(SPC)을 세워 지분을 확보하는 방안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한국이 지분을 확보하면 그동안 원전 수출의 걸림돌이던 지재권 문제에서 자유로워질 수 있다는 기대가 나옵니다.
관건은 어떤 모델이 채택되느냐입니다. 국내 기업의 실제 일감이 여기서 갈리기 때문입니다. 미국 웨스팅하우스의 AP1000이 적용되면 국내 업체의 참여는 일부 기자재와 설계에 제한될 수 있습니다. 반면 한국형 APR1400이 채택되면 설계부터 원전 주기기, 터빈·발전기까지 참여 범위가 넓어집니다. 최근에는 8기 가운데 2기를 APR1400으로, 나머지 6기를 AP1000으로 짓는 방안이 거론되고 있습니다.
수혜 규모의 격차는 상당합니다. 증권가에선 두산에너빌리티의 원전 1기당 예상 수주액은 AP1000이면 4000억~5000억원 수준, 주기기와 터빈·발전기까지 공급하는 APR1400이면 2조5000억~3조원으로 추산합니다. 8기 기준으로도 AP1000이면 3조원대에 그치는 반면 APR1400이면 20조원을 넘어설 수 있습니다. 한전기술 역시 AP1000에서는 수주가 제한적이지만 APR1400이면 종합·계통설계를 맡아 1기당 6000억~8000억원이 가능하다는 관측이 나옵니다. 같은 원전 8기 호재라도 모델에 따라 수혜가 크게 갈리는 셈입니다.
두산에너빌리티가 대표 수혜주로 꼽히는 이유가 여기 있습니다. AP1000과 APR1400 어느 쪽이 채택되든 기자재를 공급할 수 있어 수혜 가시성이 높기 때문입니다. 한전기술은 미국 진출 기대가 아직 실적 추정치에 반영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상승 여력이 있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국내 모멘텀도 살아 있습니다. 정부의 12차 전력수급기본계획 수립 과정에서 신규 대형 원전 2~6기가 추가로 반영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옵니다. 지난달 공개된 전력수요 재전망치에서 2040년 최대 전력이 반도체 프로젝트와 AI 데이터센터 수요를 반영해 기존보다 26.6GW 상향된 158.4GW로 제시된 데 따른 것입니다. 여기에 연말께 베트남 닌투언2 원전의 정부 간 협정 체결 가능성까지 거론됩니다.
다만 가파른 급등 뒤라 차익 실현 매물도 나오고 있습니다. 10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오전 10시 현재 한전기술이 4.47%, 오르비텍이 4.05%, 두산에너빌리티가 3.27% 하락하는 등 원전주가 일제히 조정을 받고 있습니다. 간밤 뉴욕증시가 하락한 데다 선물·옵션 동시만기일을 맞아 현·선물 수급 변동성이 커지면서 증시 전반이 전일 상승분을 일부 되돌리는 흐름입니다.
이런 조정의 바탕에는 아직 확정된 것이 없다는 근본적인 불확실성이 자리합니다. 건설 지역과 원전 모델은 물론 투자 규모와 사업 방식, 착공 시점도 정해지지 않았습니다. 산업통상부도 원전 투자와 웨스팅하우스 지분 인수와 관련해 구체적으로 정해진 사항은 없다며 신중한 입장을 밝혔습니다.
조재원 키움증권 연구원은 "한국과 미국의 원전 협력이 점차 가시화됨에 따라 국내 원전 업종의 투자심리 개선이 기대된다"면서도 "아직 구체적인 내용이 결정되지 않은 만큼 현재 시점에서 수혜 업체와 수혜 규모, 향후 투자 속도 등을 정확히 확인하기는 어렵다"고 말했습니다.
그럼에도 국내외 원전 수주가 실제 실적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기대는 여전합니다. 장남현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국내외 신규 원전 건설 확대에 따른 수주잔액 증가가 실적 개선으로 직결될 것"이라며 "원전 수주 모멘텀 확대를 앞두고 매수할 적기"라고 진단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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